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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Sep 14. 2020

슬기로운 집콕 생활

가을 가을 하던 주말


우리 집 계단 만화방에 짱 박힌 옆집 아이는 초밥왕 읽고 초밥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고, 슬램덩크 24권 완결판까지 끝낸 딸아이는 아빠랑 농구를 하겠다며 농구공을 사달라고 했다. 남편은 이왕이면 스팔딩 농구공으로 사자고 했고, 나는 당근에 농구공 키워드 알람을 해두고 기다리는 중이다.



동네 뒷산 산책하다가 밤을 주웠다. 삶아서 까먹다가 한 친구가 생각났다. 잘 깐 것만 골라 담아서 가져갔더니 예뻐서 이걸 어떻게 먹겠냐고 했다. 밤 까느라 내 손도 까졌지만 늘 받기만 한 친구에게 뭔가 해줄 수 있어서 마음이 뿌듯하다.



남편이 딸을 불렀고 2층에 있던 딸이 우다다다다, 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남편이 딸에게 손을 내밀어보라고 했고 딸아이의 손에 장수풍뎅이가 올려졌다. 근데 어디가 아픈 건지 장수풍뎅이는 힘이 없고 잘 움직이지 못했다.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물도 주고 설탕도 주었지만 신통치 않았다. 아무래도 나무에 가서 진액을 먹어야 살 것 같아서 산책 가면서 나무에 놓아주었고 산책에서 돌아와보니 사라졌다. 살았을까?



동네 산책하다가 고구마 캐는 분들이 있길래 고구마 줄기 좀 캐냐고 여쭸더니 인심 좋게 그러라고 하셨다. 한아름 뜯어와서 친구와 두런두런 수다를 떨며 껍질을 깠다. 남편 흉도 보고 서로의 고민도 나누고. 시간 정말 잘 가고 손톱 밑은 까매지고 머릿속은 하얘졌다.



여름에 처마에서 뚝 떨어지던 햇빛이 가을 가을 하자 문턱을 넘기 시작했다. 햇빛은 이제 점점 깊숙이 쳐들어올 것이다. 우리 집은 처음이지? 자, 드루와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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