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의 기억을 돌아보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고

by bittersweet

할머니가 아프다.

늘 가족소개를 하라고 할 때면 맨 앞 자리를 차지하던 할머니가 아프다.

주말이면 밖에 나가셔서 한참을 쇼핑을 즐기고,

누구에게도 지는 걸 싫어하던 할머니가 병상에만 누워계시는 게 무척이나 낯설다.

생의 처음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하듯 마지막 언저리도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게 겁이 난다.



얼마 전 생일에 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갔던 기억을 써 내려간 책이었다.

장소와 인물과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함께 행복했다.

나와 서른 한 해에 켜켜이 쌓여있는 할머니와의 기억을 곱씹어볼 수 있었다.

그저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표현할 줄을 몰라 쌈짓돈을 털어 백화점 양말 한 켤레, 슈퍼에서 가장 비싼 과일 한 상자를 손에 쥐어주던 할머니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할머니에 그런 면을 닮았는지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을 하기 보단 가장 좋은 무언가를 사서 손에 들려주는 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I kin ye.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다.

나는 할머니와 서른해를 같이 살며,

나의 할머니는 사랑했으나, 시어머니로서의 할머니는 이해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했다.

결국 그의 반 쪽만을 이해하고 사랑했다.

할머니의 남은 날들엔 모든 면을 인간으로서 이해하고 사랑하고싶다.

비록 손 잡아주는 것 밖에 해 드릴 것이 없을지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