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천국 홍콩에서의 시장투어

#6. 시장에서 엄마가 산 것은 추억과 사랑

by 꼬양


닫혔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곳,

카드를 하염없이 긁게 만드는 마법의 도시, 홍콩.


홍콩으로 여행을 온 대부분은 쇼핑이 목적이다.


물론 엄마도 쇼핑을 좋아하고,

나 역시 쇼핑을 좋아하기에

엄마와 나도 쇼핑을 은근 기대하고 왔다.


20140331_133655.jpg 하버시티에서 바라본 풍경, 안개가 가득~ 엄마와 내 마음도 불편해 ㅠㅠ


하지만 명품쇼핑몰에서는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낯설고 어색한 이 공기는 뭐지?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이 느낌은?


넓은 쇼핑몰을 걸어 다니려니

발끝까지 몰려오는 피곤함과 어색함 때문에 엄마와 나는 환장할 지경.


우리가 원한 쇼핑은 이게 아니었다.




#1. 규모의 쇼핑몰, 하버시티. 엄마에게는 낯선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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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대형 쇼핑몰, 하버시티.

엄마와 나는 이곳에 가면 행복하고 즐거울 줄 알았다.


평상시 쇼핑을 좋아했고,

무언가를 사지 않고 보기만 해도 우린 즐거웠으니까.


너무나도 넓은 쇼핑몰은

엄마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고,

심지어 쇼윈도를 보는 것 마저도 지치게 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커피를 마셔도

에너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각종 명품, 브랜드샵, 보석 등등

여기에 모든 것이 있는데

엄마와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은 거지?


머릿속이 복잡해져 왔다.

행복할 것 같은 공간에서의 불편함이라니...


이 대단한 규모의 쇼핑몰을

겨우겨우 돌아보고,

이곳에 있는 맛집들도 다 가보지 않은 채 발길을 돌렸다.


엄마의 불편함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2. 본격적인 쇼핑 시작을 알린 곳, 스탠리 마켓


불안했던 엄마가 마음의 안정을 찾은 곳은 시장이었다.


바로 스탠리 해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 스탠리 시장에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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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으며,

사람이 참 많았다.


엄마는 이곳에서 편안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 당황스러움이란...


심지어 시장 안을 앞장서서 걸으시기까지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자신 있게 걸어가는 모습에 나는 또 당황했다.


IMG_3411.JPG 앞장서서 걸어가는 엄마, 축지법을 쓰는 줄 알았다... @스탠리마켓


흥정하는 사람, 물건을 파는 상인, 구경하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


시장 안은 정말 말 그대로 시장통.

시끄럽고 정신없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소란함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았다.

티셔츠도 한번 살펴보고,

휴대폰 고리도 한번 만져보고.


말은 안 통하지만 계산기 눌러보면서 가격 확인까지.


순간순간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엄마 때문에

내가 더더욱 긴장했다.


엄마의 빠른 발걸음 덕분에

내 심장은 엄청 쫄깃쫄깃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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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뒷모습을 보다 보니...

엄마는 지금도 제주도 오일장, 동문시장을 주로 가시니까

시장이 더 익숙하고 편했을 것이란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아차. 이런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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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홍콩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엄마의 쇼핑 습관, 쇼핑장소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홍콩보다 엄마가 우선인데, 홍콩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다니.

나름 여행의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난 여행 하수였다.


좌절해서 터덜터덜 걸어가다가

행여 이런 모습을 엄마가 볼까봐

활기차게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같이 가요, 엄마!"





#3. 홍콩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 타이윤시장


다음날,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완차이에 내려서 타이윤 시장으로 향했다.


홍콩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 타이윤 시장에 도착하니

엄마의 얼굴엔 또다시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번에 또 제대로 내가 한 건 했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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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다란 빌딩, 아파트 사이의 골목에 펼쳐진 시장.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엄마와 나의 눈빛도 덩달아 초롱초롱.


물건을 사지 않고 구경만 해도

왠지 부자가 되는 느낌이랄까?


오고 가는 홍콩 시민들의 손에는 뭐가 들려있나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그들 손에 들린 까만 봉다리 안은

왠지 뭐가 있는지 물어보고만 싶다.


아무튼~

여긴 시장이니, 물건의 질은 So so~

그러나 잘 고르면 대박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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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엄마의 마음이 더 편했던 이유는~

이곳에서 한국어를 찾았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한국 찾기.

엄마는 한글을 보니 아이처럼 즐거워하셨다.

엄마도 가보셨던 명동이 나오니,

더더욱 즐거우셨다는 것~


이 타이윤시장에서 산 것은

엄마가 친구들에게 선물할 열쇠고리 등등의 소소한 것들이지만,

엄마의 목소리는 밝았고, 아이처럼 들떠있었다.


구경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장.

덕분에 나도 행복해졌다.




#4. 동네 마트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 홍콩 시티슈퍼


과일을 좋아하고 과자도 좋아하는 엄마.

사실 중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었다.


딤섬마저도 엄마는 한 입 드시곤

고개를 저으면서 안 드셨다 ㅠㅠ


안 그래도 적게 드시는데,

더구나 버스에 도보에...

대중교통에 100% 의존하는 여행인지라

엄마의 건강이 너무나도 걱정되었다.


그래서 엄마의 에너지 보충을 위한 간식거리는 반드시 사야 했었다.

그리하여 간 곳은 호텔 근처에 있는 홍콩 시티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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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 이곳은 사람들로 넘쳐 났다.

저녁 끼니를 사러 온 사람들로 가득한 이 슈퍼에서

우리 역시 먹을거리를 찾아 헤맸다.


마치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눈빛을 반짝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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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자와 한국 라면을 보고는 장바구니에 넣고.

먹기 좋게 잘라진 과일은 할인까지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바구니에 넣고.


장바구니를 가득가득 채우는데,

엄마와 나는 정말 신이 나서 슈퍼마켓을 몇 바퀴 돌았는지 모르겠다.


계산을 다 하고

비닐봉지를 들고 호텔로 들어올 때 그 기분이란~

양 손 무겁게 들었지만 결코 무겁지 않을뿐더러

뿌듯함과 만족감에 광대는 저절로 승천~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당연지사~



호텔로 돌아와서

컵라면에 과일까지 맛있게 먹으며

엄마와 나는 쇼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나는 홍콩 와서 쇼핑을 큰 몰에서 하려고 했었지,

이렇게 시장에서나 하려고 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엄마와 처음 온 여행이고,

내가 그렇게 많이 버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엄마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해 드리고 싶었다고 말을 했다.


조용히 내 말을 듣던 엄마의 말은

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엄마는 이미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딸과 온 해외여행,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이렇게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너무 좋다고...



시장에서 나는

가장 비싼 것을 공짜로 샀다.


그것은

엄마와 함께한 추억,

엄마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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