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서 이어진 기억의 노래
넓은 들판 위로 바람이 흐른다.
나는 그 바람을 타고 하늘을 그리듯 날아간다.
봄의 끝자락이면 언제나 이 길로 돌아온다.
해마다 같은 하늘 아래지만,
그 아래의 세상은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봄의 공기는 여전히 약간의 냉기를 품고 있다.
논둑에는 물길이 열리고,
어린 풀잎은 바람을 따라 고개를 든다.
나는 그 위로 낮게 날며 지난 계절의 냄새를 되새겼다.
겨울의 흔적이 남은 땅에서도
새로 움튼 숨결이 느껴졌다.
땅속에서 피어오르는 흙냄새가
숨결처럼 코끝에 스며들었다.
지금의 들판은 예전보다 작아졌다.
초원의 끝은 이미 아스팔트로 덮여 있었고,
전깃줄과 안내판이 바람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날개를 펼칠 때마다 어디선가 유리벽이 반짝였다.
유리로 된 방음벽은 보이지 않는 하늘이었다.
바람의 길은 여전히 있지만,
숨 쉴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난다.
구름 사이로 빛이 흩어지고,
멀리서 흙냄새가 스며올 때면 마음이 조금 놓인다.
바람 사이에는 전선의 진동이 희미한 소리로 이어지고,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바람결 사이로 사람의 목소리가 섞여 든다.
논둑의 아이들은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허름한 창고 지붕 아래에는 어미 제비가 둥지를 짓는다.
그곳에는 아직 따뜻한 시간의 숨결이 남아 있었다.
유리벽에 비친 나의 그림자는 때때로 낯설다.
사람들의 발소리, 전선의 떨림,
그 모든 것이 바람의 노래를 잊은 듯했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아이의 웃음이나 할머니의 손짓 속에서
나는 여전히 바람의 온기를 느낀다.
그 온기는 손끝에 닿아 미세하게 떨렸고,
그 미세한 진동이 다시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그 지붕 아래를 돌며 잠시 머물렀다.
세상이 바뀌어도 둥지의 모양은 늘 같다.
흙과 풀, 그리고 바람이 얽혀 만들어진 작고 단단한 집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자라나고, 또 떠난다.
둥지의 흙벽은 햇살을 머금어 따뜻했고,
바람은 그 위를 지나며 조용히 노래했다.
그러나 문득 생각한다.
내가 기르는 새끼들도 이 하늘을 기억할 수 있을까.
유리벽이 더 높아지고, 바람의 길이 좁아진 세상에서
우리는 여전히 날 수 있을까.
해마다 떠나지만,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길의 끝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 곁에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온다는 건, 떠남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바람은 언제나 나를 같은 자리로 데려온다.
그 자리에 사람의 온기가 다시 피어난다.
이제 나는 또 날개를 편다.
유리벽과 전선 사이를 가르며,
아직 남아 있는 하늘의 조각을 찾아 날아간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그 길 위로
따뜻한 바람 한 줄기가 스쳐 간다.
그 바람 속에는 여전히 사람의 마음이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