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처음에는 울며불며 쫓아갔지요
누군가 턱 하니 제 앞을 막기 전까지는요
─ 저기요 저도 저리로 좀 건너갑시다
대뜸 통행료를 달라네요
그럼요 드려야겠지요 손을 내밉니다
나는 무엇을 움켜쥐고 있었을까요
가진 건 많은 데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마음을 도려내 이거라도 내밀었지요
그걸 다 주면 어쩌냐고 묻더라고요
─ 괜찮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생깁니다
결국 통행권은 얻지 못했습니다 대신
가짜를 팔아 다섯 시간쯤 되는 꿈을 샀지요
나는 매일 그 정도의 마음만 팔 수 있고
딱 그 정도의 꿈만 꿀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나는 뭐에 홀린 듯이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만 반복하다가
시끄러운 정적에 불현듯 깹니다
나는 팔다가 살다가 결국은 웁니다
여름에는 춥고, 겨울에는 더운 이곳에서요
2022. 11. 25. 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