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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Feb 27. 2023

낙수

물은 떨어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때로 역류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저 바닥으로 추락하고


저가 한때 끌어안았던 모든 것들을

너른 파도에 실어 보냅니다


파도의 마음을 모두 얘기한다면

물이 금세 메말라버릴 텐데


바다는 점점 넓고 깊어져만 가고


아무것도 가진 적 없었던 듯

그렇게 모든 것을 떠나보냅니다


작별해야 해 봄이 오기 전에


내가 품었던 모든 것들을 저 파도에 싣고

나마저 보냅니다, 나를 잃기 전에


파도야, 멀리 흘러가주겠니 

그무러진 별을 품고서


봄이 오기 전까지는 두 눈을 꼭 감고


꽃바람 따라 별빛이 희미하게 번지면

나의 별도 저 아래로 떨어집니다


새로운 계절이 오면 파도는 잠잠해지고


사랑했던 모든 것을 보낸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오로지 나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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