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키 작아지고 싶어!
친구들과 달리 준영이와 많이 놀지 못한 까만색 크레파스 까망씨 이야기.
by
연영
Feb 26. 2021
나도 키 작아지고 싶어.
따뜻한 5월, 소풍 간 8살 준영이 책상 위에 12색 크레파스 친구들이 줄지어 누워있어요.
모두 생일이 같은 크레파스 친구들이지만 키는 제각각이랍니다.
아이들은 골고루 잘 먹고 열심히 뛰어놀면 키가 쑥쑥 자라지요?
하지만 우리 크레파스 친구들은 준영이랑 열심히 놀면 놀수록 키가 작아진답니다.
파랑씨가 함박 웃으며 말했어요.
“훗, 얘들아 나 좀 볼래? 준영이랑 아빠랑 어제 갔던 바다를 그리느라 이렇게 작아졌어.
내가 없으면 시원한 바다를 어떻게 그리겠어?.“
파랑씨는 아빠 손톱만큼이나 키가 작아져 있었어요.
분홍씨도 말했어요.
“나는 지난 봄 몽실몽실 솜사탕 같은 벚꽃을 그림일기장 가득 그리느라 너보다 더 작다고.”
방긋 웃는 입, 쨍쨍 햇빛을 그리는 빨강씨.
산에도 들에도 나야 나 초록씨.
커다란 바위, 힘센 코끼리 아줌마 그리는 회색씨.
소복소복 눈 오면 눈코 뜰 새 없는 하양씨.
우리 엄마, 아빠 예쁜 얼굴 그려주는 살구씨.
모두가 쫑알쫑알 이야기가 바쁜데 저기 구석에 키다리 까망씨는 말이 없어요.
탱글탱글 포도, 예쁜 무지개 그리는 보라씨가 물었어요.
“까망씨, 까망씨는 동그란 눈, 찰랑찰랑 머리카락도 그리는데 도통 키가 작아지질 않네.”
말없이 까망씨는 생각했어요.
“나도 준영이 손가락에 꼭 안겨 오래오래 그림 그리고 싶어...”
그 날 밤, 소풍에서 돌아온 준영이는 그림일기를 열심히 그리고 잠이 들었어요.
오늘 소풍이 아주 재미있었나봐요.
다음 날, 학교 간 준영이 책상 위에 크레파스 친구들이 나란히 누워있네요.
언제나처럼 제일 먼저 일어난 파랑씨가 크레파스 친구들에게 소리쳤어요.
“얘들아, 일어나봐! 얘들아, 일어나 보라니까! 까망씨가 사라졌어!”
부스스 일어난 크레파스들은 다 같이 까망씨를 찾기 시작했어요.
두리번, 두리번
서랍에 있나?
연필꽂이에 있나?
크레파스 친구들은 까망씨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초록씨가 말했어요.
“엉엉...어떻게 해...까망씨...침대 밑으로 들어가 버린거라면...흐흑..!”
그때 살구씨가 소리쳤어요.
“저기 있다. 저기. 저기 일기장 위에서 잠들었어.”
살구씨가 가리킨 곳은 준영이 침대였어요.
침대 위에는 준영이 그림일기장이 놓여 있었고 까망씨는 작고 동그란 모습으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게 아니겠어요?
빨강씨가 말했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성질 급한 보라씨는 준영이 그림일기를 펼쳐보았어요.
‘5월 20일 날씨 해님이 반짝.
오늘은 신나는 소풍날이다.
엄마는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만드셨다.
식탁에 산처럼 쌓인 김밥을 보니 어서 소풍을 가고 싶었다.‘
‘식탁에 산처럼 쌓인 김밥을 보니’
‘산처럼 쌓인 김밥...’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까망씨 입가에 미소가 번지네요.
까망씨, 행복한 꿈을 꾸고 있군요~.
(새 크레파스를 산 날 아이들과 만든 동화입니다. 4살 쯤, 한참 좋아하는 색만 쓰겠다고 할 무렵이었는데 다양한 색감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게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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