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을 위한 서비스인데 왜 양복을 입혀야 할까?
극단적인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유치원생을 위한 서비스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타겟은 분명하다. 다섯 살, 여섯 살. 버튼은 크고 단순해야 하고, 색은 밝아야 하고, 글자보단 그림이 많아야 하고, 뭔가를 눌렀을 때 즐거운 반응이 있어야 한다.
근데 이런 말이 나온다면 어떨까.
우리 회사 이미지가 있으니까 너무 가볍게 가면 안 된다. 진중하게 만들어달라.
웃긴 얘기 같지만, 실제로 일하다 보면 이런 일이 꽤 자주 생긴다. 유치원생만큼 극단적이진 않더라도, 타겟 유저의 감각이랑 회사가 원하는 톤이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순간이 있다.
회사 입장도 이해한다. 브랜드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그걸 지키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가 있고, 그게 흔들리는 게 두려울 수 있다.
근데 그럼 유저는? 이 서비스를 실제로 쓸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건가.
유치원생이 양복 입은 서비스를 보고 즐거워할 리 없고, 공감도 못 할 텐데. 브랜드를 지키는 사이에 정작 유저가 떠나버린다면, 그 이미지는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르겠다.
회사의 품격은 유저가 편할 때 빛나는 거지, 유저가 불편할 때 지켜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아직 사업을 직접 운영해본 적도 없고, 브랜드를 오랫동안 지켜본 경험도 없으니까. 매출이 걸리고, 투자자가 보고,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압박을 직접 느껴본 적 없는 주니어가 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가끔 스스로 묻는다. 내가 아직 경험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그냥 중간을 찾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주니어라서 겪고 있는 성장통일까. 그러다 결국 이런 생각에 닿는다. 유저와 제일 가까이 있는 사람의 말이 좀 더 존중받는 환경이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