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관리의 이상과 현실

<직장인의 심리노트 #17 | 리더 Part 2>

by 여의도겨울바람

팀장이 되기 전, 우리는 나름의 이상적인 리더상을 그려본다.

리더십 서적을 읽으며 경청하는 법, 코칭하는 법, 피드백하는 법 등을 배운다.

그리고 자신감이 생긴다.

나는 앞선 세대의 권위적인 선배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하지만 막상 팀장이라는 자리에 앉으면 곧 알게 된다.

현실의 조직은 교과서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리더로서 겪는 진통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타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는 당혹감에서 시작된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다.

리더십 이론들은 리더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면

구성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팀원들은 각자 다른 결을 가진 복잡한 개인들이다.

리더가 고심해서 준비한 비전이

어떤 팀원에게는 그저 빨리 끝났으면 하는 지루한 훈화로 들릴 수 있고,

팀의 성장을 위해 건넨 조언이

어떤 이에게는 나를 공격하는 비난으로 수용되기도 한다.

공들여 쌓은 논리가 무심한 표정과 냉소적인 반응에 가로막힐 때,

리더는 자신이 준비한 소통 방식이 현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깊은 무력감에 빠진다.


현실에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팀원 간의 미묘한 파벌, 예상치 못한 개인의 사정,

혹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만성적인 무기력함까지 다양하다.

리더십 교육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질문을 던져 스스로 답을 찾게 하라고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질문을 던질 분위기조차 조성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고민이 있나요?"라는 조심스러운 물음에

돌아오는 "아무 일 없습니다"라는 벽 같은 대답 앞에서 리더는 할 말을 잃는다.

내 의욕과 열정이 높을수록 팀원들의 미온적인 태도는

리더에게 거절당한 것과 같은 심리적 통증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리더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내가 무능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다.

사례 속의 성공한 리더들은 모든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는 것 같은데,

왜 나의 팀은 이토록 삐걱거리는지 자책하게 된다.

자책은 곧 팀원들에 대한 서운함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왜 저들은 움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리더십은 소통이 아닌 감정의 소모전으로 변질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리더가 의도한 대로 교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리더가 준비한 시스템과 배려가 적절히 제공되더라도,

개개인의 심리 상태나 외부 환경이라는 변수가 결합하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는 리더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마음이라는 영역 자체가 본래 타인의 통제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팀원들의 반응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리더의 자격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리더는 서서히 깨닫게 된다.

타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려 하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며 나아가는 법을 말이다.

세련된 대화 기술보다 리더에게 더 필요한 것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팀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자리를 지켜내는 인내심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탄식은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리더로서 조직이라는 유기체의 복잡한 민낯을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정답이 적힌 매뉴얼을 잠시 내려놓고 현장의 거친 맥락을 직접 읽기 시작할 때,

리더는 이상 속의 영웅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실질적인 리더로 변화한다.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통제하려 하기보다,

흘러가는 흐름 속에서 팀이 가야 할 길을 잃지 않도록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리더의 진짜 모습이다.


리더십은 타인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타인과 나 사이의 거리를 인정하면서도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과정이다.

계획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은

리더가 사람들과 호흡하며 현실적인 조직 관리를 해나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혹감에 멈춰 서기보다 그 어긋남 또한 조직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조직이란 결국 사람들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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