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작가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라는 에세이 책이 있다. 예전에 출간됐을 때도 너무 재밌게 읽었고, 최근에도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전자책으로 다시 읽었다. 박상영 작가 특유의 유머 센스를 너무 사랑한다. 그의 책에 있는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실력 있는 셰프가 맛있게 조리한 요리 같다. 그가 쓴 글은 정말 맛있는 요리다. 개인적으로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훨씬 더 좋아하고 많이 읽는 편인데, 박상영 작가의 소설은 무진장 웃기고 재밌어서 거의 다 찾아볼 정도였다. 내가 유일하게 읽는 소설이고, 매일 기다려지는 작가다. 이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고 불멸의 사나이로 살거나 죽어서도 글쟁이 뇌세포를 AI로 변환되어 책만 주야장천 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 사람은 소설가가 안 됐으면 할 직업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닮고 싶은 소설가, 작가님이다. 소설, 에세이를 보고 배 잡고 웃었던 것은 박상영 작가님의 작품이 거의 처음이다. 가끔 이 사람을 실제로도 만나면 얼마나 웃길지 궁금증에 사로잡힌다. (많이 기대 중이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그날 배꼽 빠지지 않게 조심하려고 노력중이다.
오늘은 커피를 굶고 자야지
박상영 작가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매일 다이어트와 체중조절을 다짐하지만, 결국 매일밤 정신적, 육체적 허기짐에 무너지는 나약한 인간상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의 '결심, 다짐'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 '욕망'을 제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버거운 일인지, 스스로 강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너무나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매일 실패를 경험하면서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다룬다.
멸치 말랑깽이 35년 차로서, 작가가 말하는 '야식을 끊지 못해 뚱뚱이로 사는 슬픈 삶'과는 상반되는 인생을 살았지만, 나 또한 비슷한 식이장애가 있기 때문에 매우 공감하면서 보고 있다. 작가와는 반대로 나는 '많이 먹고 싶은데 먹지 못해서 무말랭이 멸치가 되는 슬픈 삶'을 살았으며, 커피를 끊어야 하는데 끊지 못하는 병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위장장애, 위염, 역류성식도염 등 어릴 때부터 소화기관이 애벌레보다도 못한 말랑깽이 몸뚱이를 달고 살았다. 이렇게도 먹어보고, 저렇게도 먹어봤지만 가장 효과를 봤던 것은 결국 '커피를 끊는 것'이었는데, 아직까지도 소화제를 달고 다니면서 커피 하나 끊지 못하고 있다. 내게 커피는 영감을 주는 영혼의 음료다. 커피를 마셔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하루를 끝낼 수 있다. 커피를 마셔야 무슨 일을 하든 '시작'이라는 것을 할 수 있고, 감성에 젖은 하루를 보낼 수 있고, 심지어 창작활동을 할 때도 커피가 필요하다. 매일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고, 위염을 달고 살지만, 커피 하나 끊지 못해서, 앞서 언급한 책 속의 단골 멘트처럼 매일밤 다짐한다. '오늘은 커피를 굶고 자야지'
ㅡ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있는 당신은 누가 뭐라 해도 위대하며 박수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비록 오늘 밤 굶고 자는데 실패해도 말이다 (박상영,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2020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다짐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들. 나에게는 커피를 끊고 평화로운 위장세계를 만들어서 더 나은 인생(?)을 사는 것인데, 결국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손에 쥐고 나서야 직성이 풀리고 만다. 지금의 행복을 위해 나중의 절규를 선택한 나 자신은 나약에 빠진 인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건강하고 나은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내 마음만큼은 진실되었으니. 그 진심 하나로 이 순간을 버티면서, 언젠가는 꼭 커피를 끊고 밤잠을 잘 것이라는 다짐을 한다. 내일은 꼭 커피를 굶고 자야지.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