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내 이름으로
화장실이나 백화점 내 곳곳에 '고객의 소리'라는 안내를 본 적 있을 거다. 고객의 소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데 일반적으로 불만 사항이 접수되곤 한다. 하지만 꼭 불만 사항만 접수하는 곳은 아니다. 가뭄에 콩 나듯 직원에 대한 칭찬이 올라오기도 한다.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가져야 할 필수적인 자질은 '공감'과 '친절'이었다. 이러한 자질과 동시에 가져야 할 것은 단호함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이든 직원이든 매뉴얼은 매뉴얼대로 따라야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안 되는 것은 친절하게 거절하면 된다.
내가 일했던 곳은 주문 줄을 서서 고르고 주문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항상 줄을 세워야 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었다.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사람들이 줄 서 있었고, 매장에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주문 줄을 선 순서대로 주문을 받고 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들어오는 모든 고객들마다 뒤쪽으로 줄 서 달라고 말해야 했다.
"고객님 줄 이쪽입니다~~"
그 매장은 들어오는 고객들이 줄을 설 수 있게 라인이 쳐져 있었다. 그 뒤로 서달라는 말이었다.
유독 한 여자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줄을 서지 않고 카운터에 있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무슨 일이지? 싶었지만 웃으면서 응대했다.
"고객님~ 줄 이쪽이세요~"
"... 고객님~ 줄 뒤쪽으로 서 주셔야 합니다."
그래도 내 말을 안 듣는 듯했다. 나는 메뉴 선택이 끝난 사람 결제를 우선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사람이 카운터에 트레이를 내려놓는 순간.
"아니 내가 먼저 왔는데 왜 순서대로 안 받으세요!?!!?"
"네? 고객님 줄 선 순서대로 받고 있습니다."
"아니 내가 먼저 왔잖아요!!! 내가 먼저 왔다는데!!!!!"
어렴풋이 기억나는 순간이지만 이 손님이 먼저 온 게 아니다. 이거는 분명히 기억한다. 아무튼 매장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던 그녀는 킥보드를 탄 아들(백화점 안인데..)과 함께 매장이 나갔다.
OO매장을 방문했는데 XXX직원이 응대도 제대로 안 하네요. 내가 먼저 왔는데 줄 서라고 안내도 없고 줄 어디 서야 하는지도 몰랐네요!@#!%$#^$%&$&
대충 요약하면 그렇다. 나는 줄 서달라고 안내도 하지 않았고, 당신을 무시한 직원이 되어있었다. 매장에는 이 쪽으로 서시면 된다고 라인까지 쳐져 있는데... 심지어 이 손님은 먼저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사실 여부가 어떻든 컴플레인이 걸린 나는 해당 층 CS 담당자와 매장 매니저님과 삼자대면을 해야 했다.
나는 제대로 된 사실 여부를 자초지종 설명했다.
내 설명을 들은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본인은 무조건적으로 손님 편을 들지도, 직원 편을 들지도 않는다고...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그럼 네가 눈치껏 그 손님(컴플건 손님) 먼저 주문받지 그랬어?'였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그럼 먼저 줄 서 있던 사람은? 만약 줄 서 있던 사람 중에 왜 저 사람 먼저 주문받냐고 화를 냈으면 담당자가 이렇게 말했을까 싶다.
- 실시간으로 전 지점에 공유되고 백화점 CS 담당자와 문제 발생 매장 매니저와 직원 당사자가 삼자대면한다. 일종의 재발 방지 다짐을 한다. 매장 평가에도 안 좋게 미칠 수 있고, 컴플레인 한 두 번으로 잘리지는 않지만 누적되면 잘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악의적인 컴플레인이더라도 백화점 직원, 매장 직원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p.s 몇 년도 더 된 기억인데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도 내 편이 없던 상황을 돌이켜 쓰자니 손에서 땀도 나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p.s 간혹 들어오기 전부터 화가 잔뜩 나서 들어오시는 손님들이 있다. 제일 긴장하는 유형의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