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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vanna Nov 26. 2021

컴플레인이 걸리면 생기는 일

그것도 내 이름으로

VOC

Voice of Customer

화장실이나 백화점 내 곳곳에 '고객의 소리'라는 안내를 본 적 있을 거다. 고객의 소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데 일반적으로 불만 사항이 접수되곤 한다. 하지만 꼭 불만 사항만 접수하는 곳은 아니다. 가뭄에 콩 나듯 직원에 대한 칭찬이 올라오기도 한다.


접수된 사항들은 웹에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올라온 컴플레인은 전 지점이 공유할 수 있다.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가져야 할 필수적인 자질은 '공감'과 '친절'이었다. 이러한 자질과 동시에 가져야 할 것은 단호함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이든 직원이든 매뉴얼은 매뉴얼대로 따라야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안 되는 것은 친절하게 거절하면 된다.

  내가 일했던 곳은 주문 줄을 서서 고르고 주문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항상 줄을 세워야 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었다.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사람들이 줄 서 있었고, 매장에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주문 줄을 선 순서대로 주문을 받고 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들어오는 모든 고객들마다 뒤쪽으로 줄 서 달라고 말해야 했다.


"고객님 줄 이쪽입니다~~"


  그 매장은 들어오는 고객들이 줄을 설 수 있게 라인이 쳐져 있었다. 그 뒤로 서달라는 말이었다.

  유독 한 여자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줄을 서지 않고 카운터에 있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무슨 일이지? 싶었지만 웃으면서 응대했다.


"고객님~ 줄 이쪽이세요~"

"... 고객님~ 줄 뒤쪽으로 서 주셔야 합니다."


  그래도 내 말을 안 듣는 듯했다. 나는 메뉴 선택이 끝난 사람 결제를 우선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사람이 카운터에 트레이를 내려놓는 순간.


  "아니 내가 먼저 왔는데 왜 순서대로 안 받으세요!?!!?"

  "네? 고객님 줄 선 순서대로 받고 있습니다."

  "아니 내가 먼저 왔잖아요!!! 내가 먼저 왔다는데!!!!!"


  어렴풋이 기억나는 순간이지만 이 손님이 먼저 온 게 아니다. 이거는 분명히 기억한다. 아무튼 매장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던 그녀는 킥보드를 탄 아들(백화점 안인데..)과 함께 매장이 나갔다.


그리고 내 이름과 함께 컴플레인이 걸렸다.

내용인즉슨,


OO매장을 방문했는데 XXX직원이 응대도 제대로 안 하네요. 내가 먼저 왔는데 줄 서라고 안내도 없고 줄 어디 서야 하는지도 몰랐네요!@#!%$#^$%&$&


  대충 요약하면 그렇다. 나는 줄 서달라고 안내도 하지 않았고, 당신을 무시한 직원이 되어있었다. 매장에는 이 쪽으로 서시면 된다고 라인까지 쳐져 있는데... 심지어 이 손님은 먼저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사실 여부가 어떻든 컴플레인이 걸린 나는 해당 층 CS 담당자와 매장 매니저님과 삼자대면을 해야 했다.


  나는 제대로  사실 여부를 자초지종 설명했다.


  내 설명을 들은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본인은 무조건적으로 손님 편을 들지도, 직원 편을 들지도 않는다고...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그럼 네가 눈치껏  손님(컴플건 손님) 먼저 주문받지 그랬어?'였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그럼 먼저   있던 사람은? 만약   있던 사람 중에   사람 먼저 주문받냐고 화를 냈으면 담당자가 이렇게 말했을까 싶다.



아무튼 컴플레인이 걸리면?

- 실시간으로 전 지점에 공유되고 백화점 CS 담당자와 문제 발생 매장 매니저와 직원 당사자가 삼자대면한다. 일종의 재발 방지 다짐을 한다. 매장 평가에도 안 좋게 미칠 수 있고, 컴플레인 한 두 번으로 잘리지는 않지만 누적되면 잘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악의적인 컴플레인이더라도 백화점 직원, 매장 직원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p.s 몇 년도 더 된 기억인데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도 내 편이 없던 상황을 돌이켜 쓰자니 손에서 땀도 나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p.s 간혹 들어오기 전부터 화가 잔뜩 나서 들어오시는 손님들이 있다. 제일 긴장하는 유형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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