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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Feb 18. 2019

그녀의 하루는 48시간

<사적인 인터뷰> #1.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열정적인 그녀, R




몇 년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기록해두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올해는 꼭 실행을 해 보리라 연초에 계획했고,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튼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나만의 <사적인 인터뷰>를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 삶에 적용시킬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그들에게 받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함께 나누고 싶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회사 동료인 R.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을 충실히 살며 내 삶에 영감이 되는 사람. 분명 주어진 시간은 똑같은데 나보다 두세 배의 시간을 가진 것만 같은 그녀를 소개한다.




R, 그녀는 같은 회사 동료이지만 팀이 달라 대화를 나눌 기회가 흔치 않은 사람이었다. 나는 숫기가 없어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호기심이 생기면 대화를 시도해보는 편이다. 경력직으로 우리 회사에 합류했던 그녀는 회사에 등장하자마자 존재감 뿜뿜이었는데, 회사의 다양한 문화 혜택들을 아주 알차게 잘 활용했다. 사내 밴드 회장 및 보컬, 북클럽 다독 1위이자 사내 책방 관리자였고 회사에서 들리는 좋은 소식들엔 그녀의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직장 동료들 모두 그녀는 문화 연가시라며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회사 생활뿐만 아니라, 그녀는 자신의 삶까지도 충실하게 살아내는 사람인데 그녀를 생각할 때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굉장히 많다. 드로잉, 요가, 서핑, 보컬, 독립 서적, 손글씨, 꽃, 여행 등등. 삶 구석구석으로 손길을 뻗으며 활기차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녀가 언젠가부터 내 눈엔 반짝반짝 빛나 보이기 시작했고, 곧 그녀는 내 호기심 리스트에 추가됐다.




그 누구보다 그녀를 더 가깝게 느껴지도록 해 주는 것들.

1. 요가

2. 독립출판 제작

3. 치앙마이 러버



Q) '로미의 시간은 48시간'이라던데 도대체 언제 그 많은 것들을 하는 거죠?

아닌데..(수줍수줍) 다른 사람들이랑 저는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제가 시간을 활용하는 것을 얘기해보자면 사실 회사에서 집이 가깝고요.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그 시간을 활용해서 요가를 하거나 그림을 그려요.


Q) 요즘 인스타툰을 열심히 그리시던데, 그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원래 꿈은 만화가였는데요. 현실적인 부분을 좀 더 생각하게 되면서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됐어요. 맨 처음에는 단어장 같은 노트를 한 권 채우면 뉴 서피스 프로를 사자고 결심을 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노트 한 권을 채우고 나서, 고민을 하다 결국은 마음 먹고 아이패드를 작년 여름에 구매했어요. 작년에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여행기를 담았고, 독립 출판 제작까지 목표로 하고 있어요. (멋있어...흡...)


Q) 회사 다니면서 그림 그리기 힘들지 않나요? 언제 그리시는 거예요?

소재는 생각날 때마다 메모장에 간단하게 메모를 해둬요. 그다음에 콘티를 글로 미리 구상을 하거나, 대강 흐름을 손으로 슥슥 그려둡니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는데요.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까지 하는데 2-3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대략적인 흐름을 잡을 때, 메모장에 그림을 슥슥 그린다는 그녀의 휴대폰을 훔쳐보았다 :])


Q) 2019년에는 새로운 주제로 그림을 그리시는 것 같던데, '박인턴'과 '로미의 서재'는 뭐예요?

우선 '박인턴'은요. 예전에 제가 인턴 시절일 때의 가장 힘들었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면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그때 이랬으면 더 좋았겠다' 지금의 로미가 그때의 로미에게 해주는 말들을 남겨두고 싶어요. 저와 같은 시절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로미의 서재'는 저는 책을 읽을 때마다 북노트를 작성하거든요. 그냥 흘려버리기 쉬운 이야기들이 너무 아쉬워 하나둘 적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그 이야기들이 많이 쌓여서 좋은 구절들을 그림이랑 엮어서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어요.


Q) 회사 책방 다독 1 위시더라고요. 도대체 책은 얼마나 많이 읽으시는 거예요?

예전에 '6개월 안에 책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요즘은 책을 좀 빨리 읽는 편이에요. 가벼운 책은 이틀에 한 권 정도 읽기도 하고, 어려운 책은 조금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해요.


Q) 처음이라 질문이 좀.. 중구난방이네요 (ㅎㅎ) 이해 부탁드려요. 지금 회사에서는 미디어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데, 그림 그리기, 책 읽기처럼 감성적인 일들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시나요? 저는 회사 다니면서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맞추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오히려 일과 삶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이성적으로만 살지 않도록 다양한 취미를 만들고, 감성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는 거죠. 저는 50세까지 지속 가능하게 일을 하고 싶은데요. 오래 일할 수 있으려면 오히려 일에서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나만의 적절한 선을 만들어두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이성과 감성의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면서 균형을 맞춰가야 하는 것 같아요.


Q) 매년 엄청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는 습을 봤는데, 올해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지금까지는 다양한 것들을 즐기면서 살짝살짝 맛을 봤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좋아하는 일들을 집중해서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꾸준히 하는 모습 지켜봐 주세요 :-)


Q) 마지막으로 로미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라거나, 롤모델이 있을까요?

저는 특별히 한 사람이 있다기보다는 요즘은, 아이를 낳고 일하는 모든 여성들이 존경스러워요. 예전에 광고 회사 다닐 때 보면 꼭 여성 리더들은 결혼해도 아이가 없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분들이더라고요. 요즘은 대학교 선배들 중에도 워킹맘이 많은데, 저도 언젠가 다가올 모습이기 때문에 그때가 왔을 때 선배들처럼 일도 육아도 잘 해내고 싶어요.





그녀의 인터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성과 감성의 균형에 대한 그녀의 가치관이었다. 나는 늘 감성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며, 이성이 자꾸 감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를 보면 내 생각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 그녀는 꾸준히 요가를 다니고 있다. '저도 요가 다시 등록할 거예요!" 당당하게 결심했던 말이 부끄럽게도 난 아직 요가를 시작하지 못했다. 주 3일 요가를 다니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춰나가는, 그리하여 지속 가능하게 일을 할 수 있기를 꿈꾸는 그녀로부터 '계획과 실행'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인터뷰 내내, 반짝거리는 그녀의 두 눈동자 속에서 올해를 멋지게 펼쳐나갈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올해 또 어떤 성장을 하게 될까, 연말에 그녀를 다시 마주하게 될 그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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