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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Jan 18. 2023

말끝마다 '물론'을 덧붙이는 습성

아 물론…

글을 쓸 때,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바로 뒤에 '물론'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습관처럼 덧붙이는 사람이 있다. 아래의 문장처럼 '물론'이 붙은 문장은 어딘가 궁색한 면이 있다.


- '오늘은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밝고 가벼운 옷을 입어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물론 대부분 내 옷차림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 '처음 회사를 구할 때는 성장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연봉이 최우선이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사람은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그렇다.

거의 모든 글에 '물론'을 끼워 넣는 습성에는 나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다는 조심성이 깔려있다. '내 의견을 고집하고 싶지만 너의 의견도 존중해'의 의미이기도 하다. 내 글을 읽고 기분 상할 누군가를 떠올리며 자꾸 '물론'을 덧붙인다. 별로 좋은 습관 같지는 않아서, 요즘엔 글을 다 쓰고 나서 Ctrl+F를 눌러 '물론'을 검색해 본다.


일상을 기록하는 내 블로그에 ‘물론’을 검색하니 무려 111건의 게시글이 뜬다.


- '이 식당에 왔으면 무조건 A세트를 주문해야 한다. 물론 B와 C세트도 다 맛있다.'
이런 식이다. A세트를 칭찬하면서도 B세트와 C세트를 고심해서 만들었을 사장님과, B세트와 C세트를 가장 좋아하는 손님까지 생각해 완성된 문장이다.


이 ‘물론’은 아래 문장처럼 아주 소심하게 괄호 안에 적는 게 킬링포인트다.

- '내향인은 전화보다 문자가 편하다. (물론, 일부 전화를 더 선호하는 내향인도 있다)'


써놓고 보니 참 옹졸해보이는 구석이 있다. 아,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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