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태를 보면서
(나는 첫 직장이 대한항공이었다. 그래서 남달리 애정이 많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한항공이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4년을 다니다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 이유는 항공 산업에 걸맞지 않은 전근대적이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 때문이었다. 이후 중소기업에 들어가 원 없이 일을 하고 28년 직장생활을 마쳤다. 개인적인 주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 여기서 그친다)
최근 양사 경영진의 갑질로 시작된 회사의 위기를 보면서 드디어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사태의 발단은 4년 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다. 그 일로 대한항공이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며 얼마나 많은 국민의 공분을 샀던가. 그때 대한항공이 정신 차렸어야 했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란 게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이다. 땅콩 회항 사건이 작은 사건은 아니지만 이때 이 사건을 대형사고의 전조로 받아들였어야 했다. 항공산업은 안전이 생명이다. 하늘 위를 떠다니는 비행기인지라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탑승객 전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업 종사자의 안전의식은 어느 산업보다 높다. 안전의식이 항공기 안전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에 깊게 뿌리내렸어야 했다.
4년 전 나는 블로그 칼럼에서 땅콩 회항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조현아라고 썼다.
(http://blog.naver.com/helloskl/220211367726)
단, 이 사건으로 그녀가 진정으로 회개할 때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때 그녀가 반성을 하고 그 사건을 자기 삶의 터닝 포인트로 삼았다면 그녀는 자신의 일생에서 최대의 기회로 만들 수 있었다. 그 사건을 책임지고 그녀가 대한항공 부사장직을 내놓고 물러났을 때 대부분 "저거 다 쇼야. 잠깐 저러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경영에 복귀할 거야"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세인의 우려대로 불과 3년 만에 그녀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복귀 열흘 만에 동생 조현민의 물컵 투척 사건으로 백지화됐지만...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그 일 이후 세상이 달라졌음을 깨닫고 대한항공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았다면 오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그 기회를 놓쳤다. 그러다 올해 4월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투척 사건이 터졌다. 그때도 기회는 있었다. 그때도 대한항공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 여사의 갑질 사건이 잇따라 터진다. 급기야 조양호 회장 본인에게도 불똥이 튀고 이제는 대한항공의 위기로까지 연결됐다. 조 회장은 특가법상 횡령, 배임, 사기와 탈세, 밀수, 외환 관리법 위반, 약사법 위반 등 비리 종합 세트의 불명예를 안고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두 딸에 장남, 아내, 조회장 본인까지 직계 가족 모두가 수사대상이 되는 대한민국 기업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문제는 다른 대기업들과 다르다. 다른 대기업들은 갑질 사건이 있었어도 임직원들은 숨 죽은 듯이 지내거나 조용히 정상적으로 기업경영을 하고 있으며 사건 당사자 개인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대한항공은 기업 내부에서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항공은 직원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가면 시위가 바로 그것이다.
자, 이제 아시아나항공으로 눈을 돌려보자. 좀 다른 양상이긴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기내식을 제때 납품받지 못해 비행기가 무더기 지연 출발하는 사태가 터졌다. 이른바 기내식 대란이다. 이 사건으로 기내식 납품업체 대표가 자살하는 사건으로까지 비화됐으니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장시간 비행하는 항공기에 기내식이 없다는 건 전쟁에 나간 군인에게 총알이 없다는 것과 같다. 이 사건이 장기화되면 헝그리 에어라는 별명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이 사건도 아시아나 항공을 넘어 박삼구 회장의 전횡과 갑질 행동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역시 직원들의 가면 시위로 이어지며 대한항공과 연대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신입 여승무원들의 박삼구 회장 찬양 영상은 김정일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 충격을 더하고 있다.
광고 카피와 달리 그들은 엑설런트 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세상이 달라졌다. 기업은 더 이상 기업만의 것이 아니다. 구멍가게처럼 경영하려면 모르지만 전 국민이 고객이고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면 달라져야 한다. 소비자들은 광고 카피로 기업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런 카피를 쓰려면 그 기준에 걸맞거나 그 이상의 기준을 세우고 기업경영을 해야 한다. 그 기준에 못 미치면 욕만 더 먹는다. 안 하니만 못 하다.
이제는 ‘평판 시대’다. SNS 시대다. 기업의 평판이 나빠지면 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번진다. '괜찮겠지?'. '좀 있으면 잠잠해지겠지~' 이젠 그렇지 않다. 감출래도 감출 수 없다. 과거에는 사건이 터져도 뉴스에 한 두 줄 실리고 시간이 지나면 잊히거나, 돈으로 언론마저도 입막음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 국민의 언론시대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도 내부자들의 폭로와 연대가 기폭제가 됐다. 언론도 개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촛불 혁명이 일어났고 가면 시위가 조명을 받는 거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작은 사고를 방치하면 큰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 내 주위에는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될 뭔가가 없는지 잘 살펴봐야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그분들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는 생각 안 드세요? 행복, 그거 별거 아닙니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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