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5-여행8일차
이날은 원데이 투어로 런던 외곽 쪽을 돌아보기로 했다. 소규모의 버스투어를 신청했는데... 가이드님이 운전까지 하셔 가지고 약간 불안하긴 했다. 말하면서 운전하는 게 얼마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지 알지 않나.
날이 좋아가지고(운 좋게도 영국에 있던 날은 다 날이 좋았다) 성벽을 걸었는데 그냥 걷기만 했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짧은 자유시간을 줘서 인근 커피숍에 들어가 카푸치노를 시켜 마셨다.
이 원 데이 투어에서도 모녀가 여행을 오셨는데 마침 같은 커피숍에 들어가서 함께 앉게 됐다. 그 어머님은 내가 혼자 여행하는 것이 신기해 보였는지 이것저것 질문하셨다. 나는 혼자 온 나보다 엄마와 같이 온 그 딸이 부러웠다. 나중에 엄마랑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이후 세븐 시스터즈로 이동했는데 절벽이 예술인 곳이다. 언덕(?)이 7개라고 해서 이렇게 불린다고 들었다. 지금도 바람과 파도에 의해 깎여나가고 있는데 인근 바닥을 보면 '0000년 이곳까지 깎여나갈 예정' 이런 식으로 쓰여 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던 곳이 무슨 기념품 같은 걸 팔던 곳이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는 그곳까지 깎여나간다고 하니 조금 무서워졌다.
이곳은 절벽이지만 관광객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해두지 않아 위험하다. 멋진 사진을 찍겠다고 절벽 끝으로 가 위험천만한 포즈를 취했다간 곧 이 세상과 작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위험천만한 짓을 내가 있던 당시에도 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어디에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절벽 끝에 의자를 두고 온갖 포즈를 취하던 그들. 내내 불안했지만 다행히 그들은 무사했다.
마지막으로 간 브라이튼은 영국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러 오거나 은퇴 후 지내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들었다. 우리나라 제주 애월의 해안도로가 연상됐는데,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곳이었다. 휴양지답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기구 몇 개가 있었고, 펍, 식당, 호텔 등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노을이었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눈을 잘 못 뜰 정도로 해가 강렬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노을이 기가 막혔다. 사람들이 해가 질 때쯤 되니까 해변으로 모여들어 노을을 구경했다. 이때에도 자유시간을 조금 주셔서 나는 해변에 있는 펍에서 맥주와 피시 앤 칩스를 시켜 먹었다. 맛있었는데 양이 상당해서 결국 다 못 먹었다.
파리에서도 영국에서도 원 데이 투어 신청하길 참 잘한 듯 싶다. 차가 없으면 혼자 다니기 어려운 곳인데 투어를 통해 이렇게 한번씩 외곽지역까지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