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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만 Dec 14. 2023

고등학생이 졸업논문을 쓴다고?

김해금곡고등학교의 3학년 졸업논문발표회

지난 12월 12일(화) 김해금곡고 2기 학생들, 현 고3 학생들은 졸업논문발표회를 했습니다. 많은 대안학교가 졸업할 때 논문을 씁니다. 그런데 학교마다 논문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김해금곡고의 졸업논문은 학생 자신의 3년간 학교생활을 정리하는 차원으로 쓰지 않습니다.


학생마다 본인의 서사가 있습니다. 관심 분야가 다릅니다. 그것을 두리뭉실하게 느낌만 가질 것이 아니라 논문을 완성하며 개인별 서사를 다듬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김해금곡고의 졸업논문의 최종 목적입니다.    

▲  모의총포법과 국내 에어소프트건 관리법안 제언을 발표하는 학생

학생들은 3월부터 본인의 논문 주제를 정하고 방향성을 잡습니다. 논문 작성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연구 분야 관련 논문들을 찾아 분석합니다. 올해 7월 11일, 3학년 논문 제안서(논문 프로포절)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전교생과 전 선생님들, 학부모님들 앞에서 본인의 논문 연구 방향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이때 선생님들로부터 지적과 조언을 듣습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논문을 구체화하고 방향성을 정해 2학기 동안 논문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최종 결과물을 12월 12일 발표했습니다. 올해 3학년들의 논문 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 기숙형 대안학교에 다니는 내향적인 학생과 외향적인 학생 연구
- 국내 모의총포법과 국외 에어소프트건 관련 법안 비교 분석을 통한 국내 에어소프트건 관리법안 제언
-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 평범한 사람과 특이한 사람의 비교를 통한 특이한 사람의 이해를 돕기 위한 연구
- 4세대 아이돌 마케팅에 관한 연구
- 김해금곡고등학교 교가 제작 과정
- 편두통으로 인한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
- 일본어 동아리 운영 1년에 대한 고찰
- 세계의 전쟁(미드웨이 해전을 중심으로)
-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가진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
- 급성장에 효과적인 방법 연구 


각각의 연구 주제는 학생의 관심사, 본인의 서사에 관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4세대 아이돌 마케팅에 관한 연구'를 완성한 학생은 평소 아이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해당 학생은 발표 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아이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해서 처음엔 세대별 아이돌 특징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는데 연구하다 보니 결국 마케팅이 아이돌 인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하며 저는 제가 직접 아이돌 마케팅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는 진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학생의 논문은 훌륭했습니다 기획사별 아이돌 전략을 비교 분석하며 어떤 마케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정리를 했습니다. 발표를 들으며 저도 아이돌에 흥미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  논문 발표를 경청하는 학생과 부모님들

또 다른 논문 주제인 '국내 에어소프트건 관리 법안 제언'을 한 학생은 평소 총기류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 나라별 에어소프트건 관련 법안을 우리나라 법과 비교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 관련 법의 부족한 부분을 개인적으로 분석하여 개선 사항을 발표했습니다. 당장 국회에 제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학생이 얼마나 열심히 조사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평소 편두통으로 어쩔 수 없이 병결해야 했던 학생은 자신의 삶을 주제로 한 내용을 발표했고 일본어에 관심이 많은 학생은 본인이 직접 만든 일본어 동아리를 1년간 운영하며 느낀 점과 개선점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운동을 하는 학생은 근 성장에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했으며 실제 ADHD 증상이 있는 학생은 ADHD의 이해를 돕기 위한 주제를 조사 발표했습니다.             

▲  졸업논문 발표 내용

학생들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후배들과 선생님, 부모님들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학생들 발표가 끝나고 나면 지도교사의 질문과 평이 뒤따랐습니다. 내용이 부족했던 학생들에겐 아쉬움이, 열심히 한 학생들에겐 격려의 말들이 오갔습니다. 물론 논문을 완성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고 결론이 '실패'였던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선 발표한 모든 논문을 묶어 책으로 출간합니다. 실패 또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학년 학생들은 논문 발표를 앞두고 준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발표가 끝난 지금, 학생들은 후련함과 아쉬운 마음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내용을 떠나 고등학교 생활 중에 자신의 서사를 논문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입니다.             

▲  학생들의 발표를 듣는 선생님들

김해금곡고는 개교한 지 4년차 밖에 안된 어린 학교입니다. 그래서 학교 전통을 세우려고 노력합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학교, 작은 학교로 공동체를 경험하고 배려와 성찰을 배우는 학교, 독서와 글쓰기를 필수로 해야 하는 학교, 자유의 가치를 존중하되 책임 또한 본인이 져야 함을 가르치는 학교'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2023년 3학년들의 논문 발표를 들으며 개인적으로 대견함과 흐뭇함,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써낸 학생들이 대견했으며, 그 많은 청중들 앞에서 자신의 논문을 당차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고, 이 학생들이 2주 후 졸업한다는 사실이 아쉬웠습니다.


논문을 쓴다는 것은 지난한 과정입니다. 논문을 쓰지 않아도 시간은 가고 졸업할 수 있습니다. 3학년들이 편안하게 졸업할 수 있도록 학교가 배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해금곡고는 학생들이 졸업하는 순간까지 배움과 노력의 과정을 진행합니다. 졸업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3학년 학생들이 자신을 알고 타인을 배려하며 함께의 가치와 힘을 아는 사람이 되어 사회에 나서길 바랍니다. 2023년, 김해금곡고의 논문으로 다듬는 개인별 서사 프로젝트는 잘 끝났습니다. 내년엔 또 어떤 논문들이 준비될지 기대됩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한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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