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실패했다 02

-위례, 절박함 01

by 기록인

아파트 분양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단지가 나타났다. 서울 위례 A1-5, 1-12 블록이 그것이다. 세대수만 모두 1600세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서울의 아파트 분양은 수색증산뉴타운 분양 이후 뚝 끊기다시피 했다. 그런 상황에서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가 분양한다는 소식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서울에 사는 무주택자인 나도 관심을 가졌던 것은 마찬가지.


위례를 얘기하기 앞서 지난 5월 얘기를 해야겠다. SH에서는 지난 5월 고덕강일지구 8단지와 14단지를 분양했다. 나는 서울 아파트 분양에선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지원한다. 공공분양은 점수제로, 민간분양은 자녀수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고덕강일지구 8단지와 14단지는 SH가 분양하는 공공분양 아파트다. 점수제는 혼인기간, 자녀수, 소득 등을 따져서 총 13점인데 12점이면 거의 당첨, 11점이면 소수 당첨이 공식처럼 됐다. 나는 몇 점 이냐고? 11점^^ 하지만 고덕강일지구 8단지와 14단지는 신혼부부특별공급 물량(59형 기준)이 47개와 31개에 불과했다. 워낙 적은 물량만 뽑는 상황이라 애매한 점수였던 나로선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비 번호도 받지 못한 건 꽤나 충격이었다.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온갖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럴때 찾는 곳은 늘 부동산 카페.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더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 위례 공공분양이 남았다며 잘 준비해나가자고 으쌰 으쌰 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이 개설됐다. 정보 공유보단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그런 데서 오는 위안을 느끼고 싶었다.


비슷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모인 채팅방이다 보니 대화는 끊기지 않았다. 구성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위례 A1-5, 1-12 블록의 분양가, 분양일정 등을 얘기하는 동안 6개월이 금방 흘러갔다. 나는 그 채팅방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아니었다. 눈팅만 하다가 꼭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한마디 툭 던지고 사라지는, 소극적인 구성원이었다. 그래도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즐거웠다. 아내는 내가 그 채팅방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걸 못마땅했다. 어차피 당첨될 사람은 되고 떨어질 사람은 떨어지는 건데 왜 벌써부터 연연하냐는 거다. 자연스레 시기가 되면 분양 정보가 나올 것이고 그때 얘기를 하면 될 것을 미리 얘기하는 게 시간 낭비라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굳이 내 시간과 노력과 열정을 아파트 하나에 쏟아붓는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절박했다.


매일매일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처럼 올랐다. 결혼할 때만 해도 5억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던 아파트들은 이제 10억을 훌쩍 넘었다. 평범한 직장인이 아무리 절약해서 돈을 모은다 해도 이제는 아파트 구입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내가 모은 수입을 뛰어넘는 아파트 가격 상승을 보며 허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분양 소식에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인 채팅방에 들어가 보게 되고, 각종 정보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위례 A1-5, 1-12 분양을 앞두고 채팅방 사람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본 게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위례 아파트의 입주자 모집공고가 언제 나올 것이냐, 분양가는 얼마로 나올 것이냐였다.

작가의 이전글이번에도 실패했다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