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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Apr 26. 2021

남편과 밑반찬

밑반찬에 사랑을 담아

남편이 집에 오는 주말이면 고민거리가 생긴다. 집에서 먹을 반찬도 반찬이지만, 남편이 갈 때 보낼 밑반찬 때문이다. 미리 사다 놓은 두부와 콩나물, 참나물이 있지만 이걸로는 어림도 없다.


"무슨 반찬을 해야 하나?"


인터넷에서 '일주일 밑반찬' 요리 포스팅을 둘러본다. 요리 잘하는 사람들이 어쩜 이리 많은지. 보기에도 맛깔스러운 요리들이 즐비하다.

갖가지 요리 중에서 할 수 있는 걸 뽑는다.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건 많으나 최대한 빨리 할 수 있는 거로 정했다.

있는 재료부터 해놓자. 두부를 들기름에 부쳐 조림을 하고, 콩나물을 삶고, 참나물을 데치고. 간장 양념을 해놓은 게 있어서 바쁠 때 요긴하게 쓴다.


"배고파."


늦잠을 자고 일어나자마자 짜파게티를 먹은 남편은 그새 또 배가 고프단다.


"두부조림 먹어 볼래?"


방금 한 두부조림을 반 조각 떠서 주었다.


"후후. 뜨거워, 조심해."


입김으로 식혀 입에 넣어주었더니 남편이 고개를 끄덕인다.


"음, 맛있어."

"좀만 기다려. 고기 구워줄게."


점심때 가족 외식을 하기로 한 게 저녁으로 미뤄져서 급히 오븐에 스테이크 세 개와 한 줄 남은 삼겹살을 구워서 주었다.


"자기도 먹어."


남편이 스테이크를 썰어서 준다. 캠핑을 다녀온 딸이 남겨온 냉동 스테이크는 그다지 맛이 없었다.

단짠 맛이 강한 스테이크를 우물거리며 참나물을 조물조물 무쳤다. 참나물을 좋아해서 자주 먹는데, 맛을 봤더니.


"잉? 이게 뭔 맛이야."


싱거운지 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자기야, 참나물 좀 먹어봐."


식사 중이던 남편의 입에 조금 넣어주자 표정이 아리송하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

"스테이크를 괜히 먹었네."


단짠 스테이크 맛에 참나물은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한쪽으로 밀어 놔 버렸다.




어느새 오후 3시다.


"자기야, 시장 가자."


남편과 서둘러 시장에 갔다. 일요일이라 문 닫힌 상점이 더러 있었다. 한산한 시장을 휘이 보고는 곧장 마트로 갔다.

쌀, 파, 계란, 부추, 진미채, 팽이버섯, 꼬막 통조림, 고추장, 마요네즈, 우유, 요구르트, 비닐장갑.

튀김집이 열렸기에 살까 말까 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저녁에 아들이 강추하는 고깃집에 갈 예정이었다. 아빠 오면 사준다고 해서 내내 기다렸던 외식이었다.

후다닥 장을 봐서 집에 오자마자 진미채부터 고추장 양념에 무쳐놓고, 팽이버섯 조림을 하고, 부추와 꼬막을 무쳤다.

팽이버섯 조림은 처음 해보았다. 남편이 팽이버섯을 좋아해서 하긴 했는데, 두부조림과 달리 살짝만 조려도 돼서 간단했다.

매운 반찬이 많아 콩나물은 하얗게 무쳤다. 콩나물은 물기 없이 무치는 게 관건이어서 즉석 무침을 해서 먹는 편. 미리 무쳐서 보내야 하는 게 아쉽다.


"아이고, 배고파."


종일 밥도 못 먹고 분주했더니 5시가 넘어가자 기운이 쪽 빠진다.


"먹을 거 없어? 나도 배고파."


강아지랑 놀아주던 남편도 배고프다며 먹을 걸 찾는다.


"지금 저녁 먹으러 가자."

"그럴까?"

"응. 좀 일찍 먹지 뭐. 지금 먹으면 저녁 못 먹어."


애들이 준비하는 동안, 남편이 가져갈 반찬과 집에서 먹을 반찬을 반찬통에 나눠 담아 냉장고에 싹 넣었다. 계란말이도 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지쳐서 패스!

남편 친구와 함께 먹을 반찬이니 좀 더 신경이 쓰인다. 요리를 뚝딱뚝딱 잘하지 못해 여전히 버겁긴 하지만, 밑반찬을 싸서 보내야 마음이 편하다.


"서산 가면 명란김 있는지 찾아봐. 맛있어. 아까 마트에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없더라고."


얼마 전 딸이 사 온 광천 명란김은, 김을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다른 반찬 없어도 김으로만 밥 먹을 정도였으니. 서산에도 없으면 이마트에 다녀와야 하나, 주문을 해야 하나? 암튼, 지금껏 먹은 김 중에서 제일 맛있는 게 광천 명란김이다.




월요일 아침 일찍, 남편은 심장질환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한다. 6개월마다 받는 정기검진 덕에 일요일 저녁을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었다. 토요일 저녁에 와서 일요일 오후면 내려가기 바쁜데, 일요일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게 얼마나 여유로운지.

외지에서 고생하는 남편이 집에서만이라도 푹 쉬었으면 좋겠지만, 강아지 '두부'가 남편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졸졸 따라다니며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토요일 저녁에도 현관문을 열기 전부터 남편의 냄새를 맡고 낑낑거렸다니 '두부'의 아빠 사랑은 놀랍기만 하다. 매일 보는 우리는 그렇게 안 반겨주는데. ㅎㅎ

남편이 가고 나면 한동안 현관문 쪽만 바라보며 엎드려 있는 모습이 짠할 지경이다. 가끔은  모습이 '두부' 같아 보일 때도 있다. 결혼  줄곧 주말부부로  남편과 나는 아직도 연애하는 기분이다. 마냥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준비 다 했어."


준비를 마친 아들, 딸과 함께 집을 나선다. 가족 외식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혼자 두고 가는 '두부'가 안쓰럽다. 그래, 이게 가족인 거겠지.


"두부야, 다음엔 너도 갈 수 있는 곳에 같이 가자. 집 잘 보고 있어."


갔다 올게. 잘 지내고 있어.

남편이 갈 때마다 나를 꼭 안아주며 하는 말.

갔다 온다는 그 말이 얼마나 든든하고 큰 위안이 되는지 남편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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