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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나무 Oct 22. 2023

1-4  It's different

[ 친구들아, 내가 먼저 암환자가 되었네 / 1부 : 일단 버텨 ]


[ 친구들아, 내가 먼저 암환자가 되었네 / 1부 : 일단 버텨 (수술과 방사선 치료 기간) ]



1-4  It's diffe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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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벌써 암 환자가 되다니.'

죽음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여유 시간이 있음을 알게 되고,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지만, 또래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불안은 여전했습니다.


'이런 게 나의 운명인가?'

허망한 마음이 제 삶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은 크지 않았어요.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욕구는 아주 컸습니다. 남과 다르게 사고할 수 있는 - 창의력이 생명인 광고를 업으로 삼은 것도, 디지털 세상으로의 전환 초기에 빠르게 뛰어든 것도 다 같은 맥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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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판정을 받고, 병원 안내에 따라 '중증 환자 등록'을 했습니다. 그러자 다음 날 아침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바로 보내왔어요. 어제 날짜로 산정특례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그 메시지에는, 암 환자의 경우 향후 5년 간 - 전체 의료비 중 본인이 내야 할 부담률이 5퍼센트라는 '희소식 같지 않은 희소식'도 함께 담겨 있었어요. 그렇게 공식적인 암환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에게 꼬리표 붙여진 암의 이름은 '후각신경아세포종 (Olfactory Neuroblastoma)'입니다. 때로는 '후각신경모세포종'이라고도 불립니다. 너무나 낯선 이름이었고 온라인상에도 정보가 별로 없는 암이었어요. 

인터넷을 뒤져 찾은 -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Johns Hopkins Medicine)의 웹사이트에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더군요. 

특히 후각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에서 암이 시작되면 이를 후각신경모세포종이라고 합니다. (피부신경모세포종은 이 유형의 암에 대한 또 다른 이름입니다.) 후각신경모세포종은 종종 비강 지붕에서 발생합니다. 그것은 눈 사이의 뼈이고 두개골 깊숙이 위치한 cribriform plate를 포함합니다. 후각신경모세포종은 드문 형태의 암입니다. (구글 번역) 

흔하지 않다는 점이 영 찝찝했어요. 많은 환자가 있어야 검증된 치료법도 있고, 약도 다양하게 개발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걱정을 가중시켰어요.


얼마 없는 정보 속에 눈에 띄는 인터넷 검색 결과가 하나 있었습니다. 2019년에 방송된 SBS 드라마 <의사요한> 9회에 후각신경아세포종 환자가 나왔더군요.  결과 화면에 함께 보이는 방송 영상 클립의 제목은 이랬어요. 

‘후각신경아세포종 환자 오유나 등장에 사람들 충격’


이 드라마는 저도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영상은 한쪽 눈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흉측한 얼굴을 한 여성이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들어오는 모습으로 시작해요. 이 모습에 병원에 있던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립니다. 알고 보니 이 환자는 후각신경아세포종 때문에 은퇴한 연예인이었어요. 예쁜 얼굴이 몰라보게 변한 겁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이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이 대형 모니터에 검사 결과 사진을 띄워 놓고 회의를 하고요.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한 의사가 말합니다. 

"MRI 에선 눈이 바깥쪽으로 밀려난 게 보이네요." 

이 말에 의사 차요한(지성)이 설명을 합니다. 

"후각신경아세포종은 비강 안쪽에 생긴 종양이 점점 커지는 병이야. "

옆에 있던 다른 의사가 보충 설명을 합니다. 

"그 종양이 자라면서 안면이 기형적으로 변형하였고, 시각, 후각, 미각을 잃은 상태고요."


사실, 암진단 초기에 이 드라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도저히 플레이 버튼을 누를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섬네일(이미지)만으로도 너무 놀라 가슴이 요동쳤으니까요. 10개월이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이 암으로 인해 뇌 바닥의 뼈(사골판)가 절반 이상 녹아 있었고, 수술 과정에서 나머지 뼈도 상당 부분을 제거해야 했습니다. 이 뼈 부분은 저의 오른쪽 허벅지 근막을 떼어 대체했습니다. 또한 악성 종양 제거와 함께  코 안의 구조물을 많이 절제해서 큰 재건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너무나 고마운 담당 의사 선생님 덕분에 눈에 띄는 외관 손상은 없었습니다. 후각을 제외한 코 기능도 많이 보존되었고요.


이 암은 초기에 진단을 하기가 쉽지 않기에 대체로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태로 진단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더 진행된 상태에서 알게 되었다면 어떠했을지, 생각만 해도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천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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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몇 가지 종류의 암이 있는지 아시나요?

전 그 숫자를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국가암정보센터 웹사이트에서 명기하고 있는 암 종류는 99종입니다. 그중에 후각신경아세포종은 없습니다. 더 세분화한 하위분류에나 있다는 얘기지요. 따라서 99가지보다도 훨씬 더 많은 종류의 암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암은 인간의 신체 중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종, 국가, 성별, 나이, 생활 습관, 식이 습관 등에 따라서 다양한 부위의 암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2022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2020년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고, 이어서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췌장암, 담낭 및 기타 담도암, 신장암순이었습니다.


주요 암이라고 언급되는 암들 외에도 굉장히 많은 종류의 암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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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Different' 

멋진 슬로건이죠.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피처폰 브랜드 'SKY'의 광고 슬로건이었어요. 이 슬로건 하에 시리즈물로 만들어진 광고들은 아주 매력적이었어요.

애플의 슬로건 'Think Different'를 따라한 듯한 'It's Different'라는 슬로건은 -당시에도 최고로 고급스럽고, 가장 앞선 IT 제조사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애플을 염두에 둔 '업혀가기 전략'이었죠. 그럼에도 청출어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신생 브랜드에게는 너무나 적절한 카피였고, 이를 기반으로 한 위트 있고 창의적이었던 TV 광고는 너무나 훌륭했어요. 경쟁 대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이면서, 후발주자였던 브랜드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했어요.


이 슬로건은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도 일치해서, 더 애착이 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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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상황이 바로 'It's Different' 라서요.


조금 이른 나이에 암환자가 된 것도 남달랐고, 저의 암은 더더욱 남달랐습니다.


30년 간 암치료를 해 온 - 가톨릭의과대학 부속 인천성모병원 가톨릭 전이재발암 병원장의 책  <암, 걸리고도 잘 사는 법>을 읽으며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최일봉 박사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암은 전염되어 생기는 병이 아니다. 자기 몸의 일부가 갑자기 마구 자라는 현상일 따름이다. 다시 말해 암세포 역시 자기 세포이지 남의 세포가 아니다. 따라서 암을 없애려고 외부적으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암을 둘러싼 우리 몸의 환경을 변화시켜서 암이 더 이상 자라는 것을 막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때가 많다.

우리 몸을 둘러싼 환경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신적인 환경이고 다른 하나는 육체적인 환경이다. 그중 정신적인 환경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래서 우선 암과 더불어 살아갈 각오를 하고 평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효소가 몸 안에서 나와서 암을 더 잘 자라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면역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많은 의사분들이 암도 내 안의 세포이고, 결국 나라고 합니다. 게다가 나를 닮은 이 녀석을 미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낙담만 하지 말고 받아들여야겠습니다. 남아 있든 떠났든. 

그리고 이제, 조금 '다른' 암환자로 살아봐야겠습니다.


나답게!






�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신가요? 어떤 삶을 살고 계신가요? 나 다운 삶을 살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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