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아, 내가 먼저 암환자가 되었네 / 1부 : 일단 버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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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수술치료, 항암화학요법(항암제 치료), 방사선치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이 중 수술과 방사선 치료는 신체 전체가 아닌 암 덩이와 주변 위험 부위만을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국소치료이며, 항암화학요법은 몸 전체에 약을 퍼뜨려 몸 전체의 암세포에 영향을 주는 전신적 치료입니다.
방사선 치료(Radiation therapy)는 암세포에 방사선을 조사하여 암세포를 죽이고, 암세포가 주변으로 증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암 치료 방법입니다.
방사선종양학과 임채홍 전문의는 책 <<방사선으로 치료할 수 있는 7가지 암>> 에서 '방사선치료로 나을 수 있는 7가지의 암은 두경부암(인두암, 비인강암 등), 성대암, 폐암, 간암, 자궁암, 전립선암, 항문암이다. 방사선치료는 특정 병기(stage)에서 수술과 같거나 유사한 완치 효과를 보였으며, 대체로 부작용은 수술보다 적었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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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퇴원을 하고, 4주 후인 새해 둘째 주부터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7주에 걸쳐,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병원에 가서 2월 말까지 31회의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저의 방사선 치료 부위는 암이 발생한 코 주위와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목의 림프절(임파선) 부위, 두 군데로 나누어 진행되었어요.
방사선 치료에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어 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피로감이 심해 낮잠을 잘 수밖에 없었고, 밤 잠도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는 자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같이 머리와 목에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는, 방사선 조사 부위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붉게 변하기 때문에 얼굴에 자외선을 쏘이지 않도록 해야 하고, 화상 연고를 하루 두 번씩 빠지지 않고 발라야 합니다. 그리고 침샘이 파괴되어 침이 나오는 약을 매일 먹어야 했고, 이로 인해 숙면을 취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입이 말라 한, 두 시간 간격으로 깨어 물을 마셔야 했고, 그만큼 잠자는 중간 화장실을 가야 했습니다. 연관되어 안구 건조증도 심해졌고요. 구강 점막에 커다란 염증이 계속 생겨 전용 가글을 해야 했고, 목에서 가까운 뒷머리카락이 매일 한 움큼씩 빠져 뒷머리가 휑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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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불편하긴 했지만, 이런 건 충분히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각 장애는 참기 어려웠어요. 미식가라 자칭하는 저이기에, 더 큰 고통이었습니다.
방사선 치료 첫 주에는 음식의 맛이 잘 안 나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점심 식사를 하러 찾아간 '직화구이 쌈밥' 식당에선, 그 전과 달리 이 집의 장기인 '오삼불고기'의 불맛을 느낄 수 없었어요. '이건 후각과 연관이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라며 넘어가려 했지만, 나머지 음식도 모두 예전과는 다른 맛이 나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식사 후 집에 오는 길에 아내에게 저녁 식사로 만둣국을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비비고 사골 곰탕'에 '비비고 만두'를 넣어서 해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오삼불고기 같은 요리는 당일 식당 상황에 따라, 음식의 맛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비비고' 같이 공장에서 나오는 간편식의 맛은 거의 동일하다.'
저의 미각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어요. 점심 식사량이 부족했던 걸 아는 아내가 큰 그릇에 만둣국을 듬뿍 담아주었지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국물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었습니다.
"아..."
바로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내가 알던, 자주 먹어 알던 그 맛이 아니었어요. 난생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습니다.
'이럴 수가...'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내의 얼굴도 같이 일그러졌습니다. 제 뺨 위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어요. 더는 먹을 수 없었습니다.
후각 신경 제거에 따른 미각 변화에, 방사선 치료 부작용이 섞인 듯했습니다.
이것만 해도 '양반'이란 건, 그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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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2주 차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냥 '무(無) 맛', '맹맛'이었습니다. 내가 무얼 씹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입이 말라 있어, 국물이나 액체를 함께 마셔야만 음식이 넘어갔습니다. 어느 날은 칼국수와 짜장면을 함께 먹을 날이 있었는데, 두 음식 맛이 똑같았어요. 저에게는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식감과 같은 맛을 가진 음식이었죠. 황당했습니다.
치료 3주 차부터 5주 차까지는 입에서 하루 종일 '쇠 맛'이 났습니다. 이때가 방사선 치료 기간 중 최악의 시간이었어요. 처음엔 이 기분 나쁜 맛이 무슨 맛인지 몰랐어요. '분명히 아는 맛인데' 하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습니다. 이래 저래 검색을 해보다 알았죠. 쇠 맛, 금속성 맛...
어린 시절 10원짜리 동전을 입에 물고 빨아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그 맛이었어요. 그 기이하면서 기분 나쁜 맛. 이 동전을 하루 종일 입에 물고 있는 겁니다. 이런 부작용이 있는 사람이 저 만은 아니었어요. 어떤 사람은 철봉을 입에 댔을 때 나는 맛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모든 음식에서도 쇠 맛이 났습니다. 음식이 입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나마 2주 후, 입 맛을 돌게 하는 신기한 약을 처방받아 조금씩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자만 미각 오작동은 여전했습니다. 어떤 날은 모든 음식이 짜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신맛만 강하게 느껴졌어요. 수박에서 사과 맛이 나기도 하고, 기억 속의 맛과는 전혀 다른 맛이 나서 밥 먹다 서글퍼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여기에 더해, 음식 속에 숨겨져 있던 고춧가루나 마늘 같은 재료들이 구강 내 점막염을 자극해 입 안에서 불이 나는 일은 기본이었습니다. 그나마 괜찮은 우유, 미역국, 삼계탕, 이 세 가지가 주식이 되었어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바로 체중계에 오르는 게, 20년 넘은 일상의 '루틴'입니다. 그만큼 몸무게 변동이 크지 않았죠. 하지만 수술 후에 3kg이 빠졌고,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5kg이 더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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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가장 큰 고통은 알 수 없는 미래였어요.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나아지긴 할 것인지 알 수가 없었죠. 물 대신 우유로 채워진 수영장에 들어가 헤엄치는 기분이었어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 가져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너무 컸어요.
어느 날 암환자 온라인 카페에서, 방사선 치료 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라면을 먹다 울어 버렸다는 분의 사연을 보게 되었어요. 원래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분이었는데, 그동안 전혀 먹을 수 없었답니다. 그 글을 읽으며, 그 남모를 고통을 알기에 같이 눈물 흘렸어요. 그래도 그 눈물 끝에서는 희망도 보았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는 나아졌다는 다른 암환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희망의 불씨가 조금 살아났습니다.
나도 시간이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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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사람은 갖지 못한 것을 사모하고
행복한 사람은 갖고 있는 것을 사랑한다.
하워드 가드너 (Howard Gardner ; 하버드대학교 교육심리학 교수)
� 혹시, 남모를 고민이 있으신가요? 어떤 사람에겐 별 것 아니지만, 나에겐 엄청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