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고 / 넘치고 / 과하고 / 욕심 많은...
< 브런치 시사회 관람 영화 후기 입니다. >
브런치 제공 시사회 첫번째 관람에서 이런 후기를 남기게 되어 참 송구스럽지만...
썩 좋지 못한 감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영화감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지나치고, 넘치고, 과하고 , 쎈데, 욕심은 많아 그것을 다 담으려니, 지루하기 이를 데가 없다.
마약사범을 탕진하기 위한 경찰 측의 잠입수사로 시작해, 쌓여 가는 감정과 반복되는 배신, 거듭되는 예상치 못한 뒤통수를 거쳐 결국엔 하얗게 불태웠어...로 끝이 나는 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가 가진 이야기나 구성 등의 만듦새보다 떠올려지는 유사 영화 장면의 단편들만이 머릿속에 남겨질 뿐이었다.
당연히, 이 영화만의 오리지널리티보다 감독이 어떤 영화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가, 어떤 영화 취향인가... 등이 먼저 떠올려 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무수하게 다른 작품에도 사용되어 왔지만,
큰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교도소 내 경찰 언더커버 소재와 구성의 프리즌,
잠입시킨 경찰과 조폭집단 안에서 정이 쌓여 정체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당연히 무간도 및 신세계,
대책 없이, 너무도 거리낌 없이 [사나이]를 외치며 과잉 액션이 남발 하는 비주얼은 아수라.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대사빨과 언어유희로 인물들 간에 호흡과 흐름을 이끌어가는 전반적인
극중 대화에서는 최동훈 감독 영화들,
심각한 살상이 이어지는 상황인데, 마치 장난치듯, 그 와중에 수컷의 의리 들먹이며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액션 씬이 전개되는 분위기는 더 킹.
어두운 공간 안에 핀 조명으로 인물들을 강조하며 잔인한 그로테스크적인 신체훼손 장면들을 넣은 장면은 올드보이,
영화적 허용이라 해도 한국에선 구하기도 힘든 장비인 총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죽여대며 뭔가 살인 미학, 피의 카니발이라도 벌이는 듯 잔뜩 겉멋이 든 후반 액션장면에서는 달콤한 인생과 더 올라가 홍콩 느와르 영웅본색, 기타노다케시의 영화,
주변인들 다 해치우고 마치 피를 다 빨고 피곤에 지쳐 늘어진 뱀파이어와도 같은 모습으로 축 늘어진 창백한 주인공의 모습에선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아마도 열거했던 영화들은 감독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 감각이 희미해져 버릴 만큼 열광했었을 작품일지 모른다.
가끔 창작자들은 자신이 연구하고 보아오며 참고했던 작품들에 대한 오리지널리티 의식을 착각하기도 한다.
그것들의 조합으로 만들어 낸 작품이 마치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라고 강조하며.
정말 많은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생각되는 이 영화.
그것이 감독 혼자의 기획으로 추진된 프로젝트인지, 제작사 요구의 합작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그것이 위에 열거된 영화들만큼의 퀄리티가 나왔는가 하는 의문에 필자는 생각한다.
[ 별로...! ]
영화를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
범죄자들이 모여있는 교도소라지만, 마치 미국의 흉악범들도 가끔 있을까 말까한 듯한 뺨 레슬링 경기.
단순히 거친 사내들이 모여있는 정글과도 같은 곳이라는 것을 표현하기에 너무 일차원적이고 고민 없는 장소 묘사이다.
거침없는, 강단 있는 캐릭터를 살려내기엔 부족한 카리스마의 임시완 배우와, 뻔한 대사로 겁을 주려 힘만 잔뜩 들어가 있는 조연들의 발 연기...
사실 초반부터 많이 불안했다.
교도소에서 나와 집단으로 마약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설명을 위해 지나치게 과거로 왔다갔다 반복하는 플래시백.
잦은 플래시백은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과거의 이야기를
[ 사실 이건 이런 이유에서 였죠...]
하며 지나친 설명적으로 풀어대는 방식은 촌스럽다.
시나리오 작업 시, 시간 연대기대로 사건의 구성을 나열해 놓고 어떻게 배치를 할까 고민하는 감독의 고민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결과물로 나온 이 순번은 그다지 올바른 선택은 아니었던 듯하다.
처음에 생각해둔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기 위해 어쩔 수없이 끼워 넣은 듯한 무리수 장면들은 보기 싫게 영화의 중간중간 툭 튀어나와 전체의 이해를 방해한다.
[그들만의 언어]와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깨알 유머들 역시 [남발]된다.
경찰조직이나 조폭조직 안에서 왠지 그들끼리만 사용할 법한, 소위 [전문용어]들의 사용으로 이를 지켜보는 일반 관람객들과 일단 담벼락을 친다.
촬영장에선 깔깔댔을지 모르나 관객들의 입을 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캐릭터들에게 입혀진 올바르지 않은 스웩,
직업적인 현실 피로를 연기하며 지나치게 여유를 보이는, 노련한 베테랑의 느낌을 노리고 한 연기일지는 모르나 그저 어색한 코스프레 같아 보이는 느낌이다.
마치 데뷔한지 1년도 안된 신입 래퍼가 베테랑 GD의 스웩을 흉내내며 관객 호응을 유도하는 느낌.
잔뜩 눈에 힘‘만’ 들어간 조폭연기자들, 지나치게 열정적이면서 어울리지도 않는 여유를 부려대는 여자 경찰 팀장 역시도 심히 거슬렸다.
촬영, 편집 같은 부분 역시도 뭔가 통계대로 나온 자료를 적용하려 노력한 흔적이 다분하다.
[ 액션 영화에서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해야지 보는 사람들에게 긴박감이 전달된데 ]
하면서 속성으로 익혀 촬영한 듯, 어색한 흔들림과 이동 과정에서 눈이 아플 정도로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카메라 초점.
이미 호흡을 잃어 지루해 죽겠는데 후반부에
[ 주인공들끼리의 결투만큼은 열라 중요한 거니까 찍어놓은 거 한 장면도 뺄 수 없어! ]
라며 이미 통제를 벗어나 한없이 늘어지기 시작한 편집의 호흡. 솔직히 후반부...너무 힘들었다.
배우들의 연기?
이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오직 그것이었는지 모른다.
예전에 비해 원톱으로는 힘이 빠진 듯하지만, 명불허전의 연기력 설경구, 또래들 중 가장 진지하게 연기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통틀어 이제까지 타율이 꽤나 괜찮았던 임시완, 감초 조연으로 존재감이 확실한 김희원, 전혜진 등...
그렇지만, 이 배우들의 배치로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을 아마도 얻지 못했을 거라 감히 판단한다.
배우는 결국 좋은 영화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중개자, 서포터의 역할이지, 감독을 넘어서서 영화 전반을 이끌어가는 기획자가 아니다.
열거되었던 무수한 영화들의 지루한 답습과 어디서 본 건 많은 듯한 감독의 과한 열정.
애초에 재료가 좋지 않은 음식으로 요리를 해서 플레이팅을 예쁘게 한다 한들, 손님에게는 좋은 평을 들을 수 없다.
뭔가 살려보려고 열정을 바쳤을 배우들의 노고에는 박수를 쳐주어야겠지만, 결국 너무 과한 제작 열정 때문에 이 험난한 2017년의 상업 영화시장에 나오기에는 너무 과한 영화.
아직 작품수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감독에게 너무 초조해하지 말라고 이 충고 한마디 해주고 감상평을 마치려 한다.
“건달을 불한당이라고 한다. 불한당...!
아니 불, 땀 한...! 땀을 안 흘린다는 뜻이야...!”
- 영화 No. 3 송강호 대사 中-
방문하셔서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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