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서 얘기하는 일곱 가지 죄악은 어떤 의미에서 인간의 가장 취약한 속성들을 가리키고 있다. 오랜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인간의 심성은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자만심과 탐욕에 빠지고 의심과 시기심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편적인 본성과 그에 따른 죄(罪)의 문제는 문학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묘사되어 왔다. 가톨릭의 교리에서는 인간의 일곱 가지 죄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 색욕(lust), 게으름(sloth), 탐식(貪食, gluttony), 분노(wrath), 질투(envy), 탐욕(greed), 그리고 교만(pride). 1995년에 만들어진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의 ‘세븐’(Se7en)은 일곱 가지 죄에 빠져 차례로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300년 초에 이태리의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역시 신곡(Divine Comedy)에서 연옥은 일곱 계단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묘사한다. 단테와 그를 연옥으로 안내한 베르길리우스(Virgil, 로마의 시인) 역시 연옥의 계단마다 쓰여 있는 악행의 기록을 지우고 그들의 영혼을 정화하기 위해 죄의 일곱 계단을 넘어야 했을 것이다. 다음에서 그 죄의 주제를 다루는 문학 작품들을 살펴본다.
1. 색욕
19세기 프랑스 작가 귀스타프 플로베르(Gustav Flaubert)의 소설 보바리 부인(Madamme Bovary)의 주인공 엠마(Emma)는 자신의 결혼 생활에 권태를 느낀다. 그녀의 의사 남편 찰스(Charles)는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였으며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었다. 허지만 그는 아내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작품 전체에서 엠마는 여러 남자들과 염문을 뿌리며 남편이 주지 못한 열정과 쾌락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일탈은 결국 수많은 배신과 자살로 끝을 맺는다. 욕정과 갈망으로 방황하는 한 인간의 모습과 몰락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2, 게으름
19세기 러시아 소설가 이반 곤차로프(Ivan Goncharov)의 대표적인 소설 ‘오블로모프’(Oblomov)는 평생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한 사내에 관한 이야기이다. 러시아 지주 계급의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 오블로모프는 물려받은 땅에서 나오는 소작으로 게으른 삶을 살고 있다. 심지어 책의 첫 150 페이지 동안 그는 그의 침대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다. 극단적인 나태의 절정에서 속임수에 빠지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조차 미루다가 헤어지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다. 19세기 러시아 귀족들에 대한 조롱과 풍자를 나타내는 한편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나태하고 안락한 삶에 대한 바람을 얘기하고 있기도 하다. 러시아에서 ‘오블로모프’(Oblomovism)는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하며 게으른 사람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3. 탐식
13세기에 만들어진 7대 죄악 가운데 ‘탐식’이 포함된 것은 중세기에는 그것이 다른 사람의 굶주림과 고통에 무감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과도하고 탐욕스럽게 음식을 즐기는 행위는 기독교의 자선과 나눔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었고, 위장의 즐거움은 필연적으로 허리 아래의 쾌락 즉 색욕과 연결되어 방탕한 행위로 이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문학에 있어 ‘탐식’의 개념은 단지 음식의 과도한 섭취에서 그치지 않고 절제하지 못하는 과도한 행위를 나타내는 비유로 쓰이기도 한다.
20세기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는 17세부터 음주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래 그는 한 번도 술을 끊어보지 못했다. 부코스키는 술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묘사한다. 그의 대표작 ‘여자들’(Women, 1978)에서 부코스키는 자신의 소설 속 자아(自我)인 헨리 치나스키(Henry Chinaski)라는 인물을 통해 과도한 음주와 무절제한 여성 편력을 그리고 있다. 50세의 이혼한 남성인 헨리는 유명한 시인이자 작가로서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 헤어진 후 고통과 외로움을 잊기 위해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다. 당연히 그 안에는 술이 따르기 마련이었고, 그는 자신의 방종이 어린 시절의 애정 결핍, 젊은 시절의 가난 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변명한다. 하지만 그는 이미 술과 섹스의 과도함에 몰입되는 죄악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1964년에 발표된 영국 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의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는 가난한 소년 찰리가 우연히 환상적인 초콜릿 공장에 초대받게 된다. 그 놀라운 초콜릿 세상을 여행하는 중 함께 하던 네 명의 아이들은 초콜릿에 대한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중 아우구스투스(Augustus)라는 소년은 초콜릿에 대한 열망에 빠져 거대한 파이프에 빨려 들어가고 결국은 초콜릿 강에 빠져버리고 만다. 나머지 아이들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끝까지 절제를 잃지 않은 찰리만이 초콜릿 공장의 견학을 마치고 마침내 공장의 상속자로 지명된다. 아이들을 위한 교훈적인 동화이지만 사실 우리는 달콤한 쾌락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몰락을 맞이하는 것이 흔한 일이지 않은가.
4. 분노
영국 작가 앤서니 버제스(Anthony Burgess)의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1962)에는 15세의 소년 알렉스 들라지(Alex DeLarge)가 등장한다. 그는 알 수 없는 열정과 분노에 사로잡혀 무리들과 함께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결국 친구들에게 배신당해 감옥에 갇히고 고통스러운 행동 교정의 과정을 겪는다. 1971년 상연된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k) 감독의 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소설은 영어로 쓰여졌지만 작품 속에는 영어와 러시아어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나드사트‘(nadsat)라는 가짜 언어가 여기저기 등장한다. 이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뉴스피크(newspeak)를 연상시키며 알렉스가 처한 디스토피아의 상황을 나타내기도 한다. 알렉스는 사회를 향한 내적 분노와 경멸로 폭력을 행사하며 쾌락을 느끼는 ‘소시오패스’(sociopath)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한 분노의 표출은 문학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발견되는 비극적인 행태인 것이다.
5. 질투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Othello, 1603)는 마음속의 의심과 질투의 감정이 인간을 얼마나 어리석게 만드는 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승진에 누락된 부하 이아고(Iago)의 복수를 위한 계략에 빠져 정숙한 아내 데스데모나(Desdemona)를 목 졸라 죽인 어리석은 오셀로 장군. 그의 마음에 의심과 질투를 심기 위해 이아고는 이간질, 근거 없는 모략, 흑인이었던 오셀로의 열등감 이용, 증거의 조작 등의 계책을 사용한다. 이렇듯 이유 없는 의심과 질투라는 인간의 취약하고 예민한 감정은 문학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되는 주제가 되어온 것이다. 작품 속 에밀리아(Emilia)는 이렇게 말한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사람은 이유 없이 그렇게 되는 거죠. 그저 질투심이 생겨 질투할 뿐이에요. 그것은 스스로 잉태되고 스스로 태어나는 괴물인 거죠.”
6. 탐욕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의 ‘죽은 영혼들’(Dead Souls, 1842)은 ‘치치코프’(Chichikov)라는 의문의 인물이 한 작은 마을에 도착해 죽은 사람의 명단을 사겠노라고 말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러시아는 소작농들의 숫자에 의해 지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구 통계가 불확실했기 때문에 이미 죽은 사람들도 살아있는 소작농으로 통계에 잡혀 지주들은 실제 세금보다 더 많은 액수를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되어있는 죽은 농부의 이름들을 찾고 있는 그는 지주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상황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치치코프의 의도는 딴 곳에 있었다. 이미 죽은 자들을 확인해 살아있는 것으로 등기하고 그것을 저당 삼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소설 속에는 치치코프를 비롯해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지주들의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돈을 위해서라면 죽은 자들의 영혼까지 이용하는 인간의 탐욕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은 19세기 러시아의 많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당대의 사회에 만연된 물질주의와 가진 자들의 횡포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것이지만 결국 인간의 본성에 뿌리박고 있는 탐욕의 본성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7. 교만
존 밀턴(John Milton)의 ‘실낙원’(Paradise Lost, 1667)은 영국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텍스트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열 권으로 구성되어 두 가지 주된 이야기를 서술한다. 하나는 사탄, 다른 하나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이다. 작품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사탄은 루시퍼라는 이름의 천사였다. 그가 신에 대한 반역을 꾀한다. 그것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그의 교만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성경에서는 ‘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결함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교만(hubris)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과학 문명이 신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도 교만의 산물일 것이다. 문학 속에 드러나는 몰락의 대부분은 바로 이 교만의 죄악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셰익스피어는 ‘폭풍’(The Tempest)에서 “지옥은 비어있다. 악마들은 모두 이곳에 있다.”라고 말한다. 지상에서의 우리의 삶은 어떤 것이든 죄를 짓고 살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누구든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 문학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나약함, 즉 죄에 대한 취약함을 오래전부터 드러내어 경고해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