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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by 최용훈

웃음은 참 좋은 것이다. 내 마음이 편하고 즐거워야 나오는 것이 웃음이기 때문이다. 일소일소(一笑一少),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진다니 웃어서 생길지도 모르는 주름 걱정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웃을 때 사용되는 수많은 얼굴 근육이 아마도 우리의 얼굴을 웃는 상으로, 호감형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동물도 웃는다고 한다. 개도 원숭이도 심지어 쥐도 간지럽히면 웃는다. 그들의 웃음은 일종의 ‘놀이발성’이라고 하는데 갓난아이들이 즐거움이나 의사소통을 위해 내는 옹알이와 비슷한 것이다. 반면 사람은 웃음을 더욱 발전시켜서 감정 표현의 중요한 수단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문자로 주고받는 글 안에서도 ‘크크크’ ‘ㅎㅎㅎ’ 등의 철자나 '^^' 따위의 기호로 웃음을 대신하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 웃음을 터뜨릴까? 대부분 농담이나 유머를 들을 때 웃게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웃음은 대부분 친한 사람들과의 대화 중에 발생한다고 한다. 실제로 무언가에 대해 웃을 수 있는 가능성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무려 30배나 더 증가한다니, 웃음은 분명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일어나는 것이다. 일반적인 대화 속에서 겉으로 보기에 별로 우스울 것 같지 않은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웃음은 농담이나 우스개에 대한 반응이기보다는 일종의 사회적 행위로 보인다. 즉 사람들에게 우리가 그들을 좋아하고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도구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뇌는 꾸며낸 웃음을 들을 때에 전두엽의 한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특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뇌의 영역이 그러하다니 시키지 않아도 우리의 뇌는 가짜 웃음과 진짜 웃음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웃음은 전염성이 강한 것이어서 남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그다지 우습지 않은 것에도 얼굴 근육으로 하여금 웃을 준비를 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전염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이들의 웃음에 동참함으로써 웃음의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듯이 웃음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것이 반드시 사실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웃음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심박수를 약 10-20%까지 증가시키지만 이는 10분에서 15분 간 웃음으로써 10-40 칼로리를 태우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짭짤한 감자칩 한 봉지를 먹기 위해서는 3시간 동안 계속 웃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육체적인 영향 못지않게 정서적인 측면에서 웃음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매우 크다.


웃음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고 좋은 기분을 유지하게 도와준다. 특히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만족감을 높이는 데는 웃음만 한 것이 없다. 자신의 정신적 안정감과 즐거움뿐 아니라 웃음은 사람 사이의 관계, 사회적 상호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웃음과 관련해서 동서고금을 통해 지속되어 온 편견이 있다. 웃음이 헤프면 다소는 경박하고, 어떤 의도가 있고, 심지어는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다는 미신이다. 하지만 현대는 관계의 시대이다. 웃음이 사라진 곳에는 사람들 사이의 친밀감도 우정도 사랑도 존재하기 어렵다.


조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모두 지성이나 학벌, 직업이나 심지어 성적 매력보다도 유머감각에 더 끌린다고 한다. 남을 웃게 하고 타이밍을 맞추어 함께 웃고 그렇게 한바탕 즐겁고 나면 상대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럼으로써 더욱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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