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기 며칠 전, 기간제 선생님 몇 분이 내가 있는 과학실로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다.
퇴직을 축하하고,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보라고 격려해 주었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감동이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이 고마워
'퇴직 후에도 가끔 연락하며 지내야겠다'라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들과는 그 시간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어리석게도
그것이 그 사람들의 마지막 인사였다는 것을 몇 년이 지난 이제야 깨달았다.
몇 년 전 이어령 씨는 유튜브를 통해 온 국민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한 세상을 살아왔고,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헤어지는 인사말을 하려 합니다.... 잘 있으세요. 여러분들 잘 있어요."
하루종일 마음이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104세 호주 과학자 제임스 구달은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스위스로 가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스스로 죽음의 스위치를 눌렀다.
누구나 마지막 인사의 시간이 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사람들을 만날 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한다.
그러니 더 애틋하다.
어떤 문장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면 좋을지 몰라
한줄한줄 노트에 정성껏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