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읽으며...
얼마 전 팔꿈치 통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담당의사는 가장 심하게 아팠을 때를 10이라 했을 때,
지금의 통증이 어느 정도 인지 물었다.
나는 5에서 6 정도라고 대답했다.
물론 정확하지 않은 답이다.
물리치료를 받으며 생각했다.
인간의 고통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심적인 아픔까지도.
그것을 측정하는 단위가 있으면 좋겠다고...
어떤 이가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하면,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면,
그것이 며칠 지나면 저절로 사라져 버릴
수증기 같은 아픔인지
한 달은 잠 못 이루게 할 송곳 같은 슬픔인지
평생 마음속에 남아있을 화석 같은 고통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어떤 곳을 지옥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그 지옥에서 어떻게 빼내올 수 있는지, 그 지옥의 불길을 어떻게 사그라지게 만들 수 있는지까지 대답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타인과 공유하는 이 세상에 인간의 사악함이 빚어낸 고통이 얼마나 많은지 인정하고, 그런 자각을 넓혀나가는 것도 아직까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일인 듯하다.... 나이가 얼마나 됐던지 간에, 무릇 사람이라면 이럴 정도로 무지할 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를 망각할 만큼 순수하고 천박해질 수 있을 권리가 전혀 없다.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167쪽>
물론 우리는 타인의 고통보다는 나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타인의 고통을 공감해 줄 필요가 있다.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애써줄 필요가 있다.
나는 타인의 타인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