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람

by 글은늘

생각이 펑펑 내리는 날에 마음 위로 하얗게 눈이 쌓인다. 시린 손으로 꾹꾹 다져내어 동그란 한 줌을 만든다. 굴리고 굴려 덩치를 키우고 좀 더 작은 덩이를 위에 올리면 비로소 숨을 쉰다. 검은 돌 두 알이면 우린 눈을 맞추고 초승달처럼 부드럽게 올라간 입매는 금방이라도 다정한 말을 쏟아낼 것 같다. 짧은 생에도 눈사람은 절대 우는 법이 없다. 오히려 담담하다. 눈사람은 안다. 그 겨울,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된다는 것을. 겨울이 가고 봄이 온대도 눈사람은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