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아브라함의 DNA

by 이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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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작품 설명

아들 하나를 키우는 사라는 남편인 아브라함의 의처증으로 오래 고통 받는다. 시간이 지나 자식이 성장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20년째 결혼 생활을 이어가지만 고3 아들, 학부모 모임을 다녀온 날 결국 폭발한다. 마실 줄도 모르는 독주를 연거푸 마셔대는 사라에게 겁먹은 아브라함은 사라를 통제하지 못하고 몸을 피하지만, 사라의 욕설 한 마디에 이성을 잃고 그녀의 목을 조른다. 밤새도록 이어지는 둘의 부부싸움은 새벽에야, 잠이 깬 아들, 이삭이 119를 부르는 것으로 끝이 났고, 이후 아브라함은 출가하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일생을 보낸다.


본문 일부

아브라함: 오늘은 또 어딜 가요?

사라: 어딜 가는지 매일 매번 보고할 수는 없어요.

아브라함: 매일 매번은 아니잖소. 내가 1주일에 한번 묻는데, 당신은 거의 매일 외출하고 있잖소.

사라: 늦지는 않을 겁니다. 당신 저녁은 늘 하던 대로 차려 드셔요.


사라는 화산

사라는 남편 아브라함에게 한 마디 던지고 핸드백을 손목에 건 채 붉은 실크 원피스 차림으로 신발장 앞에 서 있었다. 희미한 푸른빛의 피부색과 윤기 나는 실크의 붉은색은 그녀에게 퍽 잘 어울렸다. 사라는 등 뒤로 현관문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10년 전, 이미 가물가물해진 기억을 새삼 떠올렸다. 아들, 이삭의 초등학교 재학 당시 하교 후 학원에 혼자 보내도 될 즈음, 결혼 전부터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한 사라는 연수 겸 전시 참관을 위해 급하게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집에 들를 틈도 없이 사라가 출국해 버리자 아브라함은 미국, 일본, 독일 등 대사관을 통해 사라가 입국한 나라와 항공편을 알아낸 후 그녀를 따라 미국 출장지 전시장까지 들이닥쳤다. 정해진 일정 업무 관련 전시장 입구를 통과하던 사라 앞에 불쑥 나타난 아브라함을 발견하고 사라는 기절할 뻔했다. 정신을 가다듬은 그녀는 근처 자신의 숙박 호텔로 아브라함을 서둘러 보냈지만 출장에 동행한 회사 전직원이 그 사실을 아는 대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사라가 남편 아브라함에게 행선지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아마도 그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아브라함은 한국인이었고 ‘인문학 TV’라는 유튜브 채널의 패널이었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물건, 그것이 머그잔이든 만년필이든 심지어 세면 타월에도 남김없이 자신의 이름을 새겨 두는 버릇이 있었다. 아브라함의 부친도 그랬다. 모친이 사교(邪敎)에 빠져 몇 번의 가출 후 이혼 관련 모든 서류 정리를 끝내고 완전히 집 밖으로 사라져버린 이후에도 부친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고 그 부친이 아브라함을 양육했다. 펀치로 영문 스펠을 인자하는 플라스틱 스티커든 종이 스티커든 가리지 않고 해당 물건에 자신의 이름 첫 자인 ‘Ab’를 새겨 넣었고, 그렇게 자신의 이름 새겨진 물건을 바라볼 때마다 아브라함은 ‘Ab’를 새기지 못한, 새길 수 없는 사라 때문에 불안했다.


교보 URL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1229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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