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 사진은 중간예술인가?
사진은 중간예술인가?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중간예술>과 <구별짓기>란 글이 눈길을 끈다. <중간예술> 글에서 그는 “사진 행위와 사진 이미지의 의미는 과연 사회학의 연구 주제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것은 사회학의 관점에서 중간계급인 쁘띠부르주아지의 사회문화적 시선과 취향은 출신계급의 학력 자본과 문화적 유산에 의해 구별지으며 설명한다. 고급예술이든 저급예술이든, 아마추어이든 전문가이든, 그 모든 사진들이 처해진 위치는 그 매체의 쓰임새에 따라서 달라진다. 중간에 위치한 사진은 어디로든 연결되어지고 전달(Communicate)되어질 것이다. 사진은 매개이면서, 단지 연결할 뿐이다. 소설 <하워즈 엔드>의 첫 문장 “단지 연결하라”가 생각나게 한다.
아마추어 사진가의 활동에서는, 사진가는 자신이 사용하는 카메라의 완벽함 정도를 그것의 자동화 정도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자주 카메라가 가능한 한 많은 작업을 자기 대신 해줄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이미지의 생산이 완전히 카메라의 자동성에 귀속될 때조차도, 촬영은 여전히 미학적이고 윤리적 가치들을 갖는 선택 행위다. [...] 사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사진의 이론적 무한성 속에서 각 집단은 여전히 한정되고 규정된 일련의 주제, 장르, 구도를 선정하는 셈이다. 니체가 말하길, "예술가는 자신의 주제들을 선정한다. 바로 이것이 그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피에르 부르디외, 중간 예술, P23>
사진과 사진 행위에 대한 부르디외의 사회학적 분석은 "Un art moyen(중간예술. 1965)"과 "La distinction(구별짓기. 1979)"을 통해 발표됐다. 부르디외는 사진 행위에 대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러한 설명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사진을 찍고 보관하고 바라본다는 것은 "시간으로부터의 보호, 다른 이와의 커뮤니케이션과 감정의 표현, 자아 실현, 사회적 위세, 오락 도는 도피"이라는 다섯 가지 영역에서 만족을 가져다줄 수 있다. (...) 반대로, "경제적 제지, 실수나 웃음거리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일이 꼬이는 것을 피하려는 욕구"는 사진 행위의 주요 장애물을 구성한다고 한다.(Bourdieu. 1965: 33)
사진은 그것이 기념사진, 여행사진일지라도, 누군가와 연결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가족앨범 사진도 가족간의 연결하기 위한 매개물인 셈이다. 사진을 찍거나 사진을 소유하는 행위들은 매개를 하기 위해 중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가족이 사진 행위의 주체이자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가족의 결속력이 클수록 사진 행위의 강도가 커진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부르디외는 공동체의 결속력과 통합도가 큰 농촌 사회에서 사진의 사회적 기능과 의미가 가장 명백히 드러난다고 봤다. 부르디외는 사진의 사회적 기능은 결혼이나 첫영성체, 가족모임 등 가족적인 사건들을 기록하면서 그 사건들을 기념할만한 것으로 만들고 가족에 대한 사회적 기억을 형성, 유지시키며 나아가 가족의 통합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사진에게 부여된 사회적 기능이란 무엇이며, 사진 자체의 미학적 아름다움의 추구(또는 행위)는 과연 무엇을 연결하기 위한 것인가.
부르디외는 민중계급, 중간계급, 상층계급이라는 세 가지 사회적 계급들로 분류하고 이 세 계급들은 사진에 대해 각각 다른 태도를 취한다고 봤다. 사회적 기능들이 제거된 문화적 사물이나 행위를 선호하며 탐미주의적 성향을 가지는 상층계급들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진 행위를 다양한 핑계를 대며 기피한다. 상층계급들은 사진을 저속한 행위로 간주하며 기념 사진이나 가족 사진을 남기기 위한 행위로만 받아들인다. 사진의 전통적 기능들만을 인정하는 것이다. 반면에, 문화적이고 미적인 활동들을 갈망하며 스스로를 과시하고자 하는 성향을 가지는 중간계급들은 기념 사진이나 가족 사진 같은 사진의 전통적 기능들을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을 거부하며 사진 행위를 예술 행위로서 이해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물이나 행위의 실용성을 중시하는 성향을 가지는 민중계급들에게 있어서 좋은 사진은 기념할만한 사물을 정확히 찍은 사진이며 아름다운 사진은 아름다운 사물을 찍은 사진이다. 민중계급들에게 있어서 사진 행위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의례적이고 예외적인 행위로서만 존중된다. 특히 사진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는 농부는 휴가를 와서 사진기를 들고 어슬렁거리는 도시 중간계급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사진은 순수미술의 영역에 들어가지 못한 채 아직 공인받지 않은 중간예술(art moyen)이다. 그리고 사진이 중간예술이라는 모호한 지위를 갖는다는 것은 사회적 계급들 간의 관계가 사진과 사진 행위를 통해 보다 갈등적인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부르디외는 말한다. 사진 자체와 그리고 사진을 찍는 행위, 그리고 그 매개는 여전히 경제적 자본과 문화적 자본에 의해 차이를 보인다. 사진이 중간예술로서의 입장을 모호하게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