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45. 사진의 기록성-기억하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by 노용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것은 단지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나의 행동의 전부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을 사진에 담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기억하겠습니다. 잊지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의 구호에서처럼 사진가는 기억하는 사람인 동시에 기록하는 사람이다. 사실 사진의 가장 중요한 특성중의 하나는 기록성일 것이다. 현장음을 녹음하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은 그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남기는 행위이다. 내가 현장에 있다는 것은 내가 현장을 기록하는 행위에서 나의 행위는 그대로 남아 있다.

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Bronislaw Malinowski)는 기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일기장에 “1909년 2월 20일 자에서 그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이 끊임없이 추적되도록 날마다 일기를 쓸 것이라고 자신을 향하여 맹세하였다. (···) 그리고 그는 3월 12일부터 실천하였다”(Young, 2004: 131)라고 썼다. 말리노브스키의 일기가 출판이라는 형식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또는 이순신의 난중일기, 안네 프랑크의 일기(The diary of Anne Frank)가 그 시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개인적인 기억에 대한 기록이든, 사회적 기억(social memory)에 대한 기록이든 우리는 문자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기억하는 행위, 기록하는 행위를 한다.


우리는 많은 일기를 쓴다. 여행일기를 쓰고, 가족일기를 쓴다. 페이스북은 SNS일기인 셈이다. 자신의 신변잡기 또는 먹방일기까지, 여기에 사진은 정말 유용한 매체가 아닐 수 없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처럼, 사진은 그 현장을 기록한 셈이다. 기록된 자료들을 연구하는 역사학자나 인류학자가 아니더라도, 사진에는 많은 기호와 정보가 담겨져 있다. 소쉬르는 언어를 “랑그(langue)”와 “파롤(parol)”로 구분하여 언어의 기호학적 성질을 설명하였다. 즉 소쉬르는 낱말들이란 지시 대상(referent)에 상응하는 기호(symbol)가 아니라 기표와 기의로 이루어진 기호(sign)라고 말한다. 기호는 기표(記表, 시니피앙signifiant)와 기의(記意, 시니피에signifié)의 구분에서 보듯이 기의는 기표에 의해 의미되거나 표시되는 개념 또는 의미 내용이다. 사진에 찍혀진 그 현장은 시대의 기표이면서 그 속에 담겨진 의미는 여러 해석을 가진다. 사진이 기록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현실성(reality)을 담보하고 있어야 한다. 사진의 실재성은 사진의 강력한 힘이기도 하다. 물론 사진은 왜곡될 수도 있고, 거짓을 말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리얼리티를 잘 표현하느냐와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을 대상에 얼마나 투영하느냐의 간극은 존재한다.


말을 하는 사람과 그 말을 듣고 기록을 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은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사진을 찍는 사람과 그 사진을 보고 해석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은 존재할 것이다. 그 간극은 관점(觀點)에서 비롯된다. 그 간극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리노브스키는 “주민관점(住民觀點, native’s point of view)”을 말한다. 연구자의 입장이 외부인이라면, 관찰을 하고 질문을 하는 대상으로서의 입장인 주민은 내부인이 되는 셈인데, 이 사이의 간극을 이 간극을 연결하는 관점으로서 외부인이 갖추어야 할 내부인의 관점(內觀, emic)이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진을 찍는 사진가는 외부인이다. 외부인으로서 관찰이 내부인의 관점을 얼마나 드러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내관과 외관 사이의 간극을 연결하기 위해, 말리노브스키가 제시하였던 “주민관점”(즉 내부자 관점=내관)의 문제는 인류학자뿐만 아니라 사진가에도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FSA의 거장 워커 에반스와 도로시어 랭의 사진 스타일은 달랐다. 그리고 로버트 프랭크의 철저히 이방인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기록은 전혀 다르다. 개인의 스타일을 떠나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외관과 내관으로 얼마나 근접(approximation)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사진가는 사회적 현상을 발견하고, 관찰하고, 질문하고, 기록하고, 사진으로 참여(參與, participation)한다. 사진의 여러 가지 해석에 달리 사진은 전달되고, 공유하고, 그 현장의 느낌을 나눔으로써 사람들과 그 기억을 함께 할 것이다.



사진을 찍다보면 각자의 시선과 각자의 스타일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도 엿보게 된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촬영했을까? 관점이 없는 사진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생각 없이 누른 카메라 셔터라고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관점이 아닐까. 시위현장에서는 더욱 드러난다. 채증을 하는 경찰관, 구경난 기자들, 모두들 기록에 열중한다. 그 현장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은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열을 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 기억이, 그 기록이 좀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었으면 하지만, 상당히 주관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기억은 아마도 주관적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자신이 아는 지식의 잣대로 현상을 재단한다. 영화 메멘토(memento)에서처럼 우리는 불완전하고 주관적인 기억으로 기록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사진은 그 기억을 재생시킨다. 그리고 그 기록은 소중하고, 기록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눔으로써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BBa0-jZlJ4&t=28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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