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Synthetic Humans : Genesis - Cristobal Topia de Veer
2020년 연말에 영국 드라마 <휴먼스>를 왓챠에서 보고 푹 빠져서 2021년의 시작도 <휴먼스> 시즌 2로 가져갔다. 로봇인 주인공 '미아'의 삶을 따라가며 그녀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면서 시즌 3까지 정주행을 달렸는데, 아쉽게도 시즌4 제작이 취소되었지만 내가 가장 사랑한 시리즈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02. Lesson Zero - 에픽하이
2021년 1월 18일, 약 3년 3개월 만에 에픽하이의 신보가 발표되었다. 그들의 첫 두 자리수 정규 앨범을 마킹함과 동시에 데뷔 18년차를 시작하는 행보였다. 그 첫 트랙 Lesson Zero에서 타블로는 그간 Lesson 2 ~ 5에 이르던 시리즈와 달리 이번 곡에선 "더이상 가르침은 필요 없다. 선생도 예언자도 영웅도 필요 없다. 문제에 대한 질문은 날 무릎 꿇릴 뿐이다"라고 말한다. 아마 더이상의 Lesson 시리즈는 없을 지도 모르고, 에픽하이의 메시지도 10집 부터는 달라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03. Leica (feat.김사월) - 에픽하이
내가 사랑하는 목소리 김사월씨가 처음으로 에픽하이와 함께하게 됐다. 그 예쁜 목소리로 "다 그렇지 뭐. 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 바람 잘 날 없네. 사는게 뭐 이러면 어때 저러면 또 어때 심심할 틈 하나 없네"라고 읊조리는 후렴구가 참 좋았다.
04. 수상소감 (feat. B.I.) - 에픽하이
속된 말로 약 빨았던(!) 비아이가 선공개된 피처링 리스트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그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고, 묵직한 비트 위에 미쓰라의 랩도 인상적이었다. 2005년부터 에픽하이 팬을 하면서 처음으로 미쓰라 랩 듣고 감탄했다.
05. True Crime (Feat.미소) - 에픽하이
편하게 듣기 좋았던 곡. 사실 연간 리뷰 리스트에서 빼고 싶었지만 트는 순간 그럴 수가 없었다. 로맨틱하면서도 씁쓸한 느낌을 주는 곡.
"2월"
06.Touch (feat. Paul Williams),
07. Contact - Daft Punk
2월 22일 돌연 다프트 펑크가 해체했다. <Ramdon Access Memories>의 성공 이후 부담감도 컸고 멤버들 개인적으로도 우울증도 있다고 한다. 대학생 시절 듣고 "이런 음악도 할 수 있다고?"하고 충격을 받았던 앨범이라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앨범을 또 만들 수 있을까... 힘 있고 유려한 Touch와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신비감을 줬던 Contact를 돌려 들으며 오래 미뤄왔던 앨범 구매도 이 때 같이 해버렸다.
08. La Capinera - 조수미
2021년 2월에 시작된 <펜트하우스> 시즌2는 여러모로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와 웰메이드 드라마를 동시에 추구한 <펜트하우스>는 쉬이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작품이었다. 물론 그 결과는 매우 처참해서 난 시즌3를 시작조차 안하게 되었지만 이 때만 해도 설레는 마음으로 On Air 페이지를 클릭해 들어가곤 했다.
09. At the Speed of Force - Tom Holkenborg
대차게 망해버린 블록버스터 작품을 감독이 다른 배급사를 통해 감독판 개봉을 시도한다면 믿겨지겠는가. 그 믿기지 않는 일이 <저스티스 리그>에 일어났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감독판에서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빛의 속도로 달리는 '플래시'가 패배 직후에 모든 상황을 되돌리는 신이었는데, 그 장면에서 배경에 깔린 이 곡이 감동적이었다. 히어로 무비를 즐겨 보진 않지만 만약 잭 스나이더가 <저스티스 리그> 후속편을 만들게 된다면 이 장면 하나 만으로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10. Only Wonder - Frederic
2020년과 2021년은 내 인생에서 2005년 이후 가장 많이 일본 노래를 들은 연도일 것이다(2005년엔 내가 <강철의 연금술사>에 빠져있었다). 올해 역시 2020년에 발견한 일본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Frederic의 Only Wonder가 그 중에 재생 횟수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뮤비를 틀어놓고 듣고 있으면 은근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
11. Red Fruits (feat. JUJU) - Fujifabric
그동안 내가 들어왔던 노래들과 결 자체가 다른 음악이라 빠져들었던 노래다. 특히 1절 초반에 JUJU가 돌입하는 부분에 꽂혀있던 것 같다. 일본 음악을 듣다 보면 좋은 점은 아무래도 쉽게 특이한 느낌의 노래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 같다. 한국 음악들 중에도 있겠지만, 사실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 받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3월"
12. 날아 (드라마 <미생> OST) - 이승열
2021년 3월은 드라마 <미생>을 무려 3번째 정주행한 달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부터 가졌던 꿈을 내려놓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주인공 장그래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유튜브 뮤직으로 음원이 아닌 뮤직비디오를 재생목록에 추가하면 "나는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에 나온 거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라는 극 중 장그래의 대사를 들을 수 있는데 항상 그 부분을 들으며 가슴이 찡하곤 했다. 나 역시 '내가 열심이 안 살아서 이렇게 고생하는 거다'라고 믿어야만 한 발짝 더 뗄 용기가 나곤 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4월에 지원했던 회사에서 정규직 합격 통보를 받게 된다.
13. One Last Kiss - 우타다 히카루
2006년에 친구의 MP3 작은 화면으로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봤던 때 나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파>를 보러 친구와 처음 서울로 놀러 왔던 때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리고 2021년 3월, 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신극장판의 마지막 편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리피트>가 나왔을 때는 서른 하나가 되어있었다. 오랜 사춘기를 드디어 끝내는 기분으로 들었다. 안녕, 모든 에반게리온이여.
14. 라일락 - 아이유
아이돌 노래 중에 내가 좋아하는 곡들은 꼭 사람들에게 혹평을 받곤 한다. 트와이스의 '시그널'도 그랬고 아이유의 '라일락'도 그랬다. 아무렴 어때. 나만 좋으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이번에도 열심히 돌려 들었다.
"4월"
15. 영웅출정가 - 크라잉넛
4월 3일. 드디어 2021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2020시즌은 코로나로 인해 대다수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고, 나 역시 2018년 입덕한 이후 처음으로 고척돔을 단 1경기도 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걱정을 안고 시작된 프로야구. 역시 그 시작은 '영웅출정가'와 함께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16. 창대의 분노 (영화 <자산어보> 수록곡) - 방준석
4월 17일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날이다. <자산어보>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줄 몰랐는데 엉엉 울게 되어서도 그렇고, 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어머니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아서기도 했다. 영화 속 주인공 '창대'는 양반의 사생아로 공부에 미련을 놓고 있지 못한 천민이다. 그런 '창대'가 드디어 친아버지의 마음에 들어 작은 벼슬길에 오르게 되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도저히 그가 성리학으로 타파할 수 없는 찌든 때와 같은 현실이었다. 허탈해진 창대가 성리학을 상징하는 관을 풀어헤쳐 던지는 그 슬로모션을 보며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마치 내 이야기 같았다.
"5월"
17. Gurenge (귀멸의 칼날 OST) - LiSa
5월에 야구를 보러 대구에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할 게 없어서 <귀멸의 칼날>을 온라인판으로 봤는데 대구에 도착할 때엔 단행본을 모두 끝내버렸다. 그 후 한동안은 일본 애니에 꽂혀서 애니 OST를 많이 들었던 듯 하다. 난 이렇게 중간이 없다...!
18. 衝擊 Shougeki (진격의 거인 OST) - 안도 유코
내가 <귀멸의 칼날> 보는 걸 본 (대구 여행에 동행한) 친한 동생이 <진격의 거인>도 보라고 추천했고... 또 난 이렇게 정주행의 길로 빠졌다..! 그런데 이 노래는 애니메이션 오프닝이라기엔 분위기도 암울하고 신기하게 작곡된 노래라 만화를 보고 난 후에도 꾸준히 듣게 되었다.
19. Above (하이큐 OST)
사실 <하이큐>는 좀 보다 만 작품이고 애니메이션은 유튜브 짜집기 영상으로 보게 된 게 다지만 이 테마곡은 정말 정말 좋아한다. 힘들고 텐션 떨어지면 꼭 트는 곡 중 하나.
일본 애니 붐(?)이 온 김에 <강철의 연금술사:브라더후드>도 다시 정주행 했었다. 몇 기인지는 기억 안나지만 엔딩곡으로 기억하는데, 도입부 기타 리프가 무척 좋아서 듣다가 나중엔 풀 버전으로도 자주 듣게 된 노래다. 특이하게 밴드 아이돌(!)인 것 같았다 SCANDAL은..
21. UEFA Champions League Official Theme
5월 말. 내가 응원하는 영국 축구팀 '첼시'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내 방에서 밤새 축구를 함께 본 친구들과 얼싸안고 소리를 질렀고 믿기지 않는 광경에 가슴이 설렜다. 군대에서 마지막 5번째 승부차기 슛을 본 이후로 9년 만의 일이었다.
"6월"
22. 우리들의 실패 - 자우림
6월, 드디어 3차례의 연기 끝에 (그 중 대중들에게 알려졌던 건 2차례)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자우림 공연이 열렸다. 원래 HOLA! EP에 수록된 노래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11집은 암울한 노래들로 가득했는데 그 노래들을 코로나 시국에 세상에 내놓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래를 작업해서 내놓자고 결심했따"라는 김윤아씨의 말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프로의식에 스스로 조금은 부끄러움을 느끼며, '자우림 노래 치고 너무 밝잖아'라고 넘겼던 HOLA EP를 6월 동안 즐겨 들었다.
23. 행복한 왕자 - 자우림
7집을 거의 들은 적이 없었는데 6월 공연에서 이 노래를 듣고 나선 몇 차례 돌려 듣게 됐다. "사람들을 사랑해 모든 걸 내주었으나 결국 무심히 버려진 행복한 왕자"라는 테마가 내가 인간 관계에 갖고 있던 생각과 맞물리기도 했다. (물론, 나 역시 누군가의 보석만 채가고 등을 져버린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다) 더불어 이 노래가 시작되기 전에 자우림에서 탈퇴한 드러머 구태훈씨를 저격하는 내레이션을 해서 현장에서 몹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친구일 줄 알았던 그는 우리를 배신했다" 아직까지 소송 얘기는 없는 걸 보니 당사자도 그냥 듣고 넘긴 듯...?
24. 반딧불 - 자우림
공연에서 이 노래 처음 듣고 든 생각은 "와 나 이런 노래 좋아하네"였다. 자칫 올드할 수도 있는 곡인데 들으면서 왜 이렇게 마음이 포근해지던지... 부모님께도 꼭 들려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12월 말인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다. 오늘 알려드려야지.
25. 잎새에 적은 노래 - 자우림
6월 공연 막바지, 자우림 멤버들은 다른 세션들을 모두 들여보내고 무대 한 가운데 좁게 모여 앉았다. 김진만 씨는 베이스기타가 아니라 진짜 베이스를 잡고 서있었고. 그렇게 세 사람은 6월 공연에서 가장 미니멀한 구성으로 이 노래를 들려주었다. "아름다운 건 모두 너에게 받았지."라는 가사가 좋았다. 나도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고 살아야지.
"8월"
26. To All Of You (게임 <Life Is Strange> OST) - Syd Matters
비록 게임 <Life Is Strange>는 의미 없는 노가다 반복 때문에 하다가 말았지만 OST는 남았다. 뭔가 '미국 냄새'나는 노래랄까.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 좋다.
27. 서건창 응원가 - 서울히어로즈
7월 27일. 믿기지 않는 소식을 봤다. '단일시즌 200안타'의 신화를 쓴 히어로즈의 서건창 선수가 LG트윈스로 트레이드 되었다는 소식이다. 물론 부상으로 인해 예전의 MVP급 성적을 기대할 순 없는, 다시 말해 하락세를 걷고 있던 선수였지만 히어로즈의 상징 그 자체였기 때문에 믿기질 않았다. 하필 성남에서 술 약속이 있었던 나는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친구에게 서건창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술을 퍼마셨고 올라오는 지하철에서 바닥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게 울었다. 만취했으면 기억이라도 남지 말아야 하는데 모든게 또렷이 기억나서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너무 슬픈 일이었다. 나중에 히어로즈에서 코치로라도 다시 볼 수 있기를...
28. Dolphin - 오마이걸
이 노래를 처음 듣는 건 아니었는데 2021년 8월부터 NH에서 '투자를 문화로' 광고를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광고 버전으로 개사한 Dolphin을 듣다보니 리듬이 좋아서 원곡을 듣게 됐는데 그 뒤로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에 빠져있다.
29. One Last Kiss - 우타다 히카루
이미 3월에 한 번 등장한 노래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2021년 8월이 되어서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에반게리온 신극장판:리피트>가 글로벌 릴리즈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3월엔 스포일러나 읽으면서 노래를 들었었는데 이제는 풀버전을 감상하고 들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1주일에 493번이나 돌려듣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ㅎㅎ...(유튜브 뮤직이 연말 결산에서 알려줌)
30. 에잇 (feat. 슈가) - 아이유
후렴구가 좋아서 많이 돌려들었던 노래였다.
"9월"
31. Once We Were Kings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캐스트
"넌 졸라 특별하다. 그러니 돌아오지 말고 썩 이 도시에서 꺼져라"라는 츤데레 발레 선생님의 멘트로 시작한 노래는 파업에 실패하고 업장에 복귀하는 광부들의 노래로 이어진다. "우리는 모두 한때 왕같았지"라고 노래하던 광부들은 자신과 달리 도시로 떠나는 빌리 엘리어트를 전송하며 헬멧에 달린 헤드라이트를 켠다. "땅 밑은 공허하고 죽을 만큼 춥지만 우리는 모두 함께 간다"라며 연대의 메시지를 던진 광부들은 지하로 내려가고 빌리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는데 그 장면이 어찌나 뭉클하던지. 눈물을 연신 훔치면서 봤던 장면이다.
32. Crazy (<D.P.> OST) - 케빈 오, 프라이머리
난 솔직히 전역하고도 DP라는 보직이 있는 줄도 몰랐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DP>를 보니 그들은 탈영병을 다시 잡아오는 보직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내 군생활 동안 목격했던 크고 작은 부조리들을 되짚어보게 됐다. 사회로부터 조롱받는 존재가 되어버린 군인들이 안타까웠고 앞으로 군대가 더 좋은 곳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 물론! 오랜만에 본 구교환 배우도 너무 좋았다. 승승장구하세요.
33. Hanataba wo Kimini - 우타다 히카루
'꽃다발을 너에게'라는 제목의 곡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빠언니>라는 일본 드라마의 OST였다고 한다. 그 점을 알고 나니 노래의 결이 다르게 들렸다. 또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정말로 '아빠언니'로 살아왔던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마음이 아렸다.
34. 백만송이 장미 - 하현우
"야 난 그 니가 좋아하는 걔 누구냐. 걔가 부른 장미 그 노래 좋더라"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하현우 노래를 듣고 계셨다고...? 그 뒤론 운전 대신 해드릴 때 마다 이 노래를 틀곤 한다. 부자간에 몇 안되는 접점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좋았다.
35. Formula 1 Theme
넷플릭스로 <F1:본능의 질주>를 처음 봤을 땐 그냥 볼 게 없어서 '내가 하다하다 F1을 보네'라고 생각했다. 내가 유럽에 유학 가있던 시절 F1 무대는 그냥 슈마허가 다 해먹는 판도였고, 그래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F1은 노잼이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다큐 시리즈가 모든 편견을 깨트렸고 난 어느덧 2021년의 끝에서 새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하스 화이팅...! 사람 좋은 미소를 잃지 않는 다니엘 리카르도도 좋았다.
"10월"
36. 계세요 - 이고도
37. 우리 같은 사람들 - 이고도
38. 시옷 - 이고도
유튜브뮤직 알고리즘에 따라서 아무 노래나 틀어놨다가 이고도에 꽂혀버렸다. 좋은 노래 계속 많이 많이 만들어서 정규도 내주셨으면 좋겠다. 뭔가 동화같은 느낌을 주는 노래들.
39. Milan Blue - 프롬
2013~2014년 동안 EBS스페이스공감 공연장에서 알바하며 뵀던 프롬을 다시 유튜브뮤직 알고리즘이 모셔왔다.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노래가 밤에 아주 어울리고 좋았다. 어두운 방의 무드등 같은 곡.
40. 확률 - 김사월
2020년 연말부터 듣기 시작해서 2021년 내내 들었던 곡. 내가 가장 사랑하는 목소리의 소유자 중 한 명이다. 2021년 12월 기준 YouTube Music 광고 '선우정아' 편에 잠깐 등장할 정도로 인지도가 올라간 그녀가 2022년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41. Bara no Hana - YUI
고등학생 시절 CD가 닳도록 들었던 YUI. 개인 활동을 접고 FLOWER FLOWER라는 밴드 활동으로 넘어갔던 그녀가 웬일로 YUI 이름으로 곡을 냈다. 일본어를 못해서 자세한 내막은 검색해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기뻤다!
42. 날씨 - 검정치마
소개팅 또는 짝사랑을 재밌게 풀어낸 곡.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그대 고른 숨을 들으며 행복했고, 아마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그대 숨을 가쁘게 하고" 이 부분이 너무 킬링벌스다. 대학 와서 첫사랑 말고는 다 짝사랑 했던 사람들과 사귀어서 잊고 지냈는데 저게 바로 그 첫사랑에게 내가 가졌던 감정이었다. 검정치마는 참 위트가 있어.
43. Way Back Then (<오징어게임> OST) - 정재일
44. Pink Soldiers (<오징어게임> OST) - 정재일
10월에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병가를 나흘이나 쓰면서 주말 포함 6일을 쉬었던 적이 있었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도 없는데 심심해 죽겠고 해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던 <오징어게임>을 봤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OST 역시 천재라 불리는 정재일 답게 개성이 강했다. 다른 OST들에 비하면 잘 듣던 곡들은 아니지만 1년 동안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45. Face ID (feat. 기리보이, Sik-K, 저스디스) - 에픽하이
10집 파트2 발매 이전에 공개된 싱글곡. Born Hater 이후 투컷의 비트 찍는 솜씨는 놀랍기 그지없다. 개인적으로 타블로 외에 나머지 래퍼들의 가사가 너무 구리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저스디스의 "I'm Short, without S and R"이 부분이 꽤 재치 있어서 저스디스도 빼주기로 했다(ㅋㅋ). 참고로 팬이 Sik-K 훅 대신에 타블로 훅을 넣어서 업로드한 팬메이드 버전도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그게 더 좋은 것도 같음.
46. 술이 달다 (feat. 크러쉬) - 에픽하이
이유 없이 안듣던 노래들 돌려 듣다가 꽂힌 노래. 뮤비는 누가봐도 너드 타블로 취향이 뿜뿜이지만 어쨌든 곡은 좋으니까.
47. 비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feat. Colde, 윤하) - 에픽하이
서프라이즈로 윤하를 피처링 목록에서 뺀 건 재치있는 선택이었다. 듣다가 어?! 했으니까. 그저 그런 계절송이라 생각했는데 들을 수록 멜로디가 좋다. 에픽하이가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겠지.
48. Blue Bird - 윤지영
온스테이지에서 보고 꽂혀서 듣게 된 노래. 민수도 제발 윤지영처럼 활동 많이 해주면 좋겠다(?). 세상 귀찮은 듯한 표정을 하고서 쓸쓸한듯 귀여운듯 아리까리한(?) 노래를 하는 게 윤지영의 큰 매력 같다.
49. Hatsukoi - 우타다 히카루
'첫사랑'이라는 뜻의 노래. 자꾸 가사를 봐놓고도 한국어 뜻을 까먹어서 이제는 반포기 상태지만 매번 랜덤 재생을 해놓다가 이 노래가 나오면 절절한 목소리에 반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집중하게 된다.
"11월"
50. 이정후 응원가 - 서울히어로즈
11월 1일. 매년 중요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던 키움 히어로즈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기적같이 이정후의 타격을 앞세워 4위 두산 베어스에게 승리를 거둔다. 1차전은 그 동안 히어로즈가 보여줬던 모습의 정면으로 부정하듯이 고비마다 막고, 기회마다 놓치지 않았던 명승부였다. 물론 그 다음날 갔던 2차전은 10점 넘게 실점하며 처참하게 패배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결국 기억에 오래 남은 것은 아무래도 승리했던 이 1차전이었다. 이정후는 꼭 잘 커서 해외 진출 하기를...
51. 은하 - 쏜애플
52. 로마네스크 - 쏜애플
그간 쏜애플이 나의 실패한 대학 동아리 공연을 떠올리게 했다면(아찔하다) 이 두 곡은 나로 하여금 그들을 새롭게 보게 했다. 나의 새로운 최애 밴드들 중 하나가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느새 나는 이번 연말 공연을 예매해놨다. 가자 노들섬으로..!
53. Fade Away - 자우림
54. 영원한 사랑 - 자우림
55. Stay with Me - 자우림
역대 자우림 앨범 중에서 가장 유기적이고 인상깊은 트랙 배치라고 생각한다. 'Fade Away'에서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라고 말하면서도 영원한 사랑을 기대하던 화자는 '영원한 사랑'에서는 무슨 일을 겪었는지 '영원한 사랑 따위'라고 절규한다. 그리고 'Stay with Me'로 넘어가면 "내일의 너는 내일의 나와 함께니까 의미가 없다. 당장 오늘 나와 함께해줘"라고 상대를 갈구한다. 이 흐름은 11집 <영원한 사랑>의 주제 의식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각 트랙들이 독립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아서 귀가 즐겁다. 앨범 발매 전 보컬 김윤아씨가 넘치는 자신감을 SNS를 통해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자신할 만 했다고 생각한다.
56. The Feels - 트와이스
우연찮게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릴스Reels에서 이 노래를 배경에 깔고 춤을 추는 게시글들을 접하게 됐는데 처음엔 춤, 다음엔 후렴구에 중독되어 아예 풀버전을 듣게 되었다. 모든 가사가 영어로 되어있는 건 국내용이 아닌 글로벌 앨범에 수록된 곡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12월"
57. 호우주의 (feat.개코, 넉살) - 조광일
사실 <쇼미더머니>를 즐겨 보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봤던 두 시즌인 4와 9는 정말 즐기면서 봤다. 10은 이 두 시즌과 달리 별로 흥미가 가는 구석이 없었는데, 그래도 결승무대에서 나온 '호우주의'는 베테랑 힙합 그룹의 곡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마음에 드는 곡이었다. 랩으로 (방송 출연 전에) 구설수가 많았으니 랩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메시지 역시 마음에 들었다.
58. 임진강 - 이랑
이랑은 그녀가 트위터를 통해서 가끔씩 배설하는 혐오적 멘션들 때문에 공연에 가기 꺼려지는 가수다. 하지만 그녀가 넷상에 내뱉는 빠르고 공격적인 말과 달리 음반에 담아내는 노래엔 부드럽게 각색된 메시지들이 있고 나는 그것들을 사랑한다. 그녀는 이 노래를 통해 이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북한측 재일교포들의 슬픔을 대신 노래한다. 덧붙여 뮤직 비디오에선 강가에 서서 수화로 노래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59. 환란의 세대 - 이랑
올해 여름 그녀의 신보가 나왔을 땐 애써 외면했지만, 연말이 되면서 해가 넘어가기 전에 한번 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역시나 그녀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은 대단했다. '환란의 세대'에서 그녀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하나 따로 죽음으로 스러지는 것이 싫다며 "차라리 그냥 다같이 죽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일도 안해도 되고 / 돈도 없어도 되고 / 울지 않아도 되고 / 헤어지지 않아도 되고 / 만나지 않아도 되고 / 편지도 안 써도 되고 / 메일도 안 읽어도 되고 / 목도 안 메도 되고 / 불에 안타도 되고 / 물에 안 빠져도 되고 / 약도 한꺼번에 엄청 많이 안 먹어도 된다"라고 말한다. 이랑의 노래는 어쩌면 항상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기에 불편하게 들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비록 그것이 타자를 배척하는 식의 폭력성을 내재할 지라도) 그녀가 그런 사람들을 따뜻한 말들로 묘사하고 때로는 이렇게 거칠지만 특이한 상상력을 발휘해 보듬는 것이 좋다.
60. Map The Soul (feat. MYK) - 에픽하이
12월 17일 금요일, 피로에 전 몸을 이끌고 갔던 에픽하이의 올림픽홀 콘서트는 최악이었다. 음향 조절이 적절치 못해서 기타, 베이스 소리에 에픽하이의 랩이 묻힌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다음으론 은근 기대했던 것과 달리 각종 명곡에 피쳐링한 가수들이 출연하지 않고 AR로 대체되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중 내 인내심을 끊어지게 한 건 '빈차'의 오혁 부분을 미쓰라가 부른 것이었다. '장난하자는 건가?'라는 공격적인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단독 콘서트를 한다면 곡의 완성도도 생각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불만들에도 불구하고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한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이 Map The Soul이 시작되었을 때였다. 내 자리 앞 돌출 무대에서 천으로 된 벽에 갇힌 타블로는 낮게 도입부를 읊조렸고 그 순간 나는 2009년의 뜨거웠던 팬심으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