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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N E Dec 19. 2021

상사-병(1)

4년 차로 들어간 직장인과 디자이너 그 사이

12.17  회사에 입사한  3년을 가득 채운 날이다. 현실적인 4 차의 발걸음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것이다. 2018년을 기억한다.  해의 여름은 더웠고, 늦은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팀 인턴으로 보냈다. 마케팅 용어를 부랴부랴 외우고  수도 없는 화장품 화학성분을 공부하던 시간부터, 촬영용 소품을 구하러 열심히 뛰어다니던 나날들이었다. 협찬 제품이 방송에 나오는 날이면, 늦은 시간까지 방송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사무실에서 팀원들과 고군분투하며 즐거워했던 좋은 기억도 있다. 그렇게 열심히 늦게까지 일하고도,  앞에서 친구들, 형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1-2시간 자고 출근이 가능한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열정이 넘치던 날들. 사회초년생 혹은 젊음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이었을 것이다. 집에서는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와, 낮은 연봉 조건으로 6개월 간의 인턴이 끝난 이후 계약서에 사인은 하지 않았다. 좋은 추억으로만 그곳을 남겨놓고 떠났다.   나는 다시는  동네를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가을로 들어가던 찰나 20-30여 군대에 자소설을 쓰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이곳저곳 닥치는 대로 넣었다. 전화로 면접을 보기도 면접에서 무례한 경험을 하기도 하며, 여러 회사들의 면접 경험을 하고 들어간 곳은 'Z회사'였다. 안마의자를 만들던 업계 2위 회사였다. 부르는 대로 초봉을 맞춰 주었고 다음날부터 출근하라는 대표님의 지시가 있었다. 처음 시작했던 금액은 그리 크지도 적지도 않은 금액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실력에 비해서는 딱 알맞았던 금액이라 생각한다.


일은 재미가 없었다. 아주아주 아주 재미가 없었다. 그리 흥미롭지 않은 분야였을 뿐더러, 이상할만치 남/여가 나눠져 있는 것이 답답했다.  점심은 남/녀가 따로 먹었고 쉬는 시간에도 남자들은 담배, 여자들은 커피타임을 가지며 마치 파벌을 가지듯 서로를 등지고 행동했다. 그럼에도 회식은 자주 있었고, 가족회사 특유의 문화가 그렇듯, 평등한 척 평등하지 않은 구조와 시스템이 참으로 답답했다. 좋은 분들이었지만 일하며 한 마디도 안 하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하리라는 자신이 없었고, 시간을 쪼개 면접을 보러 다니다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로 이직했다. 서류와 면접, 인적성과 2차 면접까지 모두 설레고 즐거운 마음으로 마쳤고 '이 회사에 다니고 싶다!'라는 나의 바람처럼 18.12.17 입사를 했다. 인사담당자의 오류로, 정장을 '입으면 안 되는' 메일을 받지 못했고 혼자 정장을 입고 나와 복장 불량이라고 웃으며 놀렸던 팀원들의 웃음소리에 웃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뻘뻘 흘리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 당시 포트폴리오 면접(*디자이너는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면접을 따로 하기도 한다.)을 하던 때,

내 직장상사 두 분을 만났다. 중엄 하고 유쾌한 인상의 팀장님, 날카롭지만 부드러운 인상의 파트장님 이 두 분이 나의 제대로 된 '첫 상사'였다.



상사-병(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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