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해볼게요
2022년이 시작한 지 4개월 하고도 23일이 지나가는 중이다.
작년의 크고 작은 다짐들은 잘 기억이 나질 않고, 꽤나 크게 고심했던 문제들 또한 그냥 그렇게 지나갔던 것 같다. 2021년 가장 크게 고민했던 것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불안.'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고, 가장 크게 하고 싶었던 것은 내 이름을 건 브랜드의 향수를 만드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이었다.(내 일기장의 모음집 정도겠지만)이 두 가지의 아웃풋은 생각보다 큰 것이었으며, 돈과 시간 그리고 아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몇 달간 조향에 몰두하기도, 글에 몰두하기도 했지만 두 가지중 하나를 결과물로 만들어 낼 만큼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에 계획을 세우고 성취하는 것은 그래, 일 밖에 없었다.(성취라고 쓰고 돈이라고 읽는다.)
5월이 코앞이다. 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서른 하나의 봄은 지나갔고, 그 시간을 반증하듯 이제는 통장에 잔고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작고 소중하게 쌓여가고 있지만 올해에는 아무것도 계획한 것이, 이룬 것이 없다. 미루고 겁을 먹다 보면, 작은 어떤 것에도, 내 몸짓에도 불안감과 초조함이 깃돈다. 차가운 겨울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는 몸뚱이뿐이라서, 두 개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나에게 가벼운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귀여우리 만치 작은 다짐을 가볍게 한다. 얼토당토않는 글을 쓰고 예쁘고 아픈 글을 읽고 씹고 소화해 삼키는 일을.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고, 새로운 사고를 하며, 몸과 머릿속의 감각을 깨우는 일을. 나 다움을 찾는 일을. 새로운 것이라 부르기엔 가볍지만 그리 무겁지 않은 하루들을 시작해보려 한다.
불안과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은 내 글의 99%이고, 다짐이라는 것은 매일 쓰는 회의록처럼 자주 쓰고, 기록된 것보다 더 많이 변화하는 것이지만 그러하면 또 어떤가. 가볍게 반성하고, 다짐하고 하나씩 더 지켜가면 그만 일 테니까. 뭔가가 하나는 더 달라져 있을 테니까. 알게 모르게 변해온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