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남편과 결혼해 줘를 보면서 이이경 배우님이 하는 박민환 역할이 정말 그놈과 똑같아서 보면서 감정이입이 너무 잘된다.
박민영 배우님의 강지원 역할이 새 인생 살며 복수하는 장면들이 너무 통쾌하다.
아이가 좀 더 컸을 때, 내 나이가 좀 더 들었을 때 이런 상황이 왔더라면 현타가 더 심하게 왔을 거고 내 삶이 더 싫어졌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정말 다행이다.
ep 13. 차라리 내 남편과 결혼해 줘
남편의 바람을 알고 나서 증거를 잡으며 나는 겉으론 괜찮았지만 마음은 괜찮지 않았나 보다.
이 사람에게 정이 남아서? 이 사람을 사랑해서? 그게 아니었다.
남편이 술을 먹고 와서 꼬장을 부리진 않을까, 그래서 아이가 깨진 않을까..
아이가 아직 너무도 어리지만 우리의 이런 상황들,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 늘 불안했다.
어느 날 나는 전문가와 이야기하며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어떨까 하고 병원을 찾아갔다.
설문조사 이후 몇 가지 검사를 마친 결과, 그 일을 겪고 있는 최근 2주간 나의 마음 상태는 불안과 무기력 상태, 그리고 우울감이 있다고 나왔다.
하긴.. 바람을 알고 나서부턴 한순간도 편히 잔적이 없으니까..
바람을 피우고 있었지만 내가 떠볼 때마다 여자가 없다던 남편.
여전히 술을 먹고 새벽 늦게 귀가한 남편.
많이 취해 들어온 남편은 금세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다.
나도 잠을 자려는데 계속 울리는 진동음에 거실로 나갔다. 그 여자였다.
4~5통의 전화가 계속 왔지만 나는 받지 않았고 신경 끄고 자려했다.
깜빡 잠들었을까? 갑자기 초인종 누르는 소리가 났다. 시간은 새벽 3:30분.. 아이가 깨지 않을까 얼른 나가보았고 문 앞에는 경찰 두 명이 서있었다.
친구분이 신고를 했다고. 남편분 계시냐고.
순간 나는 상간녀가 실종신고를 했다고 생각했고 경찰은 신원확인을 한 뒤 돌아갔다.
초인종소리, 경찰소리, 플래시 비침에도 남편은 잘 자고 있었다.
그 여자도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았다.
다음날 나는 경찰이 왔었다고 말했고 남편은 술자리에서 다툼이 있었는데 자기가 먼저 나와 전화를 안 받자 친구가 신고를 한 거라고 했다.
여자 회원이 전화가 계속 오던데?라고 하자 그는 친구를 소개해주려고 그 회원도 같이 마셨다 근데 혼자 나와서 집 오던 중 전화가 왔고 폰을 떨어트리며 악 소리를 낸 후 전화를 안 받아서 신고를 한 거라고 했다.
남편이 뻔히 집에 갈걸 알면서 실종신고까지 한 그 여자가 참 바보 같았다. 들킬 줄도 모르는 짓을 연락이 안 된다고 바로 실행한 것.
이것들은 그냥 사랑에 미친 바보들이었다.
상간녀야, 둘 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고 너보다 어린 연하남 잘 데려가.
그냥 차라리 내 남편과 결. 혼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