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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구렁이 Feb 16. 2024

남편 내놓습니다. 15화

이혼이라는 큰 일을 겪고 있는 나는 이상하게도 아무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래도 밝아서 좋다고 했다.

그동안 얼마나 이 결혼생활이 좋지 않았으면,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멀쩡한 걸까..?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하기에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걱정하는 건 있어도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불안감은 없었다. 늘 혼자 해 왔던 것이기 때문.

그렇지만 아이가 맘에 걸린다. 또래보다 빠른 탓에 눈치도 일찍 생긴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매일 아빠를 찾지 않는다. 그냥.. 아주 그냥 어쩌다 한번?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 말해줘야 좋을지 고민을 한다.

아이에게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한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이 아이 하나만 보고 열심히 살거라 다짐한다.




ep 15. 가정환경의 중요성



나는 남편에게 양육권 친권 가져갈 거 아니면 불리한 게 없으니 집을 나갈 것을 권했고, 불리할 게 없다는 걸 알고는 남편은 짐을 쌌다.

이사 갈 집 있나 봐? 하고 떠 봤더니 동생 집이란다.

이 사람아, 내가 니 머리꼭대기에 있는데 어디 거짓말을 해..

짐을 싸다 갑자기 나에게 뜬금없이 형사고소를 했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 고소는 안 했는데? 왜?라고 말했다.

남편이 문자를 보여줬는데 정말 형사고소건이었고 상대방 제출일이 1월 6일이었으며 오산경찰서에서 온 문자였다.

읽고 나서 보이스피싱인지 확인하라고 했더니 전화해서 확인했더니 보이스피싱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어쨌든 나는 고소한 적 없고 뭐 어디 원한 산 일 있나 보네라고 했더니 무시하고 짐을 들고나갔다.

상간녀가 계약해 둔 그 집으로 간듯하다.

나는 형사고소건이 뭔지 궁금했다.

생각해 보니 상간녀의 전남자와 남편이 12월 말에 만나서 상간녀를 두고 다툼을 벌였던 적이 있었다.

상간녀의 전남자가 상간녀를 못 잊고 자꾸 연락을 하고 만나서 남편이 열이 받았던 듯.

두 유부남이 쌍으로 아주 미쳤다. 무슨 매력일까.

무튼 그 일이 있고 나서 상간녀와 전남자는 합의서를 작성한 게 있었고, 전남자가 합의서에 응하지 않는다고 작성한 글에는 오산경찰서에 갔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걸 생각해 내고는 상간녀의 전 남자가 어떤 일로 형사 고소를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너무 궁금했지만 물을 수는 없었다.

차라리 모든 일이 겹쳐서 상간녀와 남편 둘 다 골머리를 앓기를 바란다.




나는 설이 되기 전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시어머니는 시동생과 여행을 갔다가 다리가 부러져 다리수술을 받고 이제 퇴원해서 집이라고 했다.

대화를 하는데 뭔가 귀찮아하고 짜증 나는 뉘앙스의 말투였다. 그렇지만 나는 꿋꿋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 곧 설이기도 한데 앞으론 아이를 못 보여드릴 거 같다고. 보여드리려면 어려서 제가 동반해야 하는데 그러긴 힘들 거 같다고 했더니 아들과 통화를 안 했어서 어떻게 돼 가는지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어쩔 수 없네라고 하길래 “소장이 간 사실도 못 들으셨어요”하고 물으니 “뭐? 소장? 소장이 뭔데? 아니 몰라 못 들었는데”라고 답하시더라.

그래서 나는 “바람을 피우고 있었더라고요, 상간소송 소장을 보냈어요”라고 했더니 그냥 “가지가지한다..”라는 말뿐.

그 순간 나는 다시는 전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말도 못 들었다면서 저런 반응을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내 의도는 상간소송을 알리려는 목적이었는데 고작 저런 반응이라니.. 그냥.. 가족들이 다 똑같았다.


나는 어처구니없는 웃음만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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