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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강. 사용자 시각화

사용자 페르소나 (User Persona)

by 장영진

'사용자 정의하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다시 정리하면 사용자의 개별적인 특성들을 모아 (Data) 이들을 분석함으로써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Information)이었다. 이제, 이들을 새로운 예측을 위한 일반화된 패턴으로 발전시켜(Knowledge),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맥락에 따라 활용하는 일(Wisdom)이 남았다. 즉, DIKW 모형의 원리에 부합하는 공정이다.


이 때 UX디자인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기법이 바로 페르소나(Persona)와 시나리오(Scenario)이다. UX디자인 과제를 진행했다고 한다면 다른 과정은 생략하더라도 특히 페르소나와 시나리오는 꼭 제시되곤 하는데, 사용자와 페르소나, 경험과 시나리오가 직접적인 대응 관계를 갖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보니 기법에 대한 이해나 의미에 대한 통찰 없이 기계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먼저 페르소나(Persona)를 살펴보면 그 용어 그대로, 어떤 '인격'을 만드는 방법이다. 흔히 페르소나를 만든다고 하면, 아래와 유사한 형태의 장표가 많이 사용된다.

user-persona-templates-examples-justinmind-xtensio.png User Persona Template

구성요소별로 보면 크게 이름, 슬로건(태그라인), 프로필 이미지, 직업, 연령, 거주지 등 일반 생활 정보, 성격, 약력, 기호와 같은 것들이 된다. 이들은 모두 필수정보가 아니며, 목표 사용자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기준이다. 때문에 이 구성요소에 어떤 요소를 넣어야 할지가 고민이 되기도 하고 궁금해하는 경우도 많은데, 일단은 '사용자를 상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우선적으로 구성하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단 이름과 프로필 이미지는 최우선적으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대상의 이름과 얼굴이 갖춰지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를 상상하는 일이 훨씬 쉬워지고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 연령 등도 큰 도움이 된다. 이 정도만 있어도 사용자를 우선 어렴풋이나마 상상할 수는 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볼 것은 이 페르소나가 '판단의 기준점으로서 충분할지'이다. 즉, 뒤에 따라나올 디자인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목표 사용자의 대표자로서 이 페르소나가 디자인에 대해 가질 느낌과 경험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면서 구성요소를 더 채워 명확하게 만들면 된다. 페르소나의 성격과 취향, 기호 등이 많이 반영될 수록 기준으로서의 페르소나는 더 또렷해지며, 페르소나의 일화나 목표와 같은 지표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슬로건(태그라인)인데, 페르소나가 가진 주요한 관심사나 수요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우리가 디자인을 하다보면 페르소나를 자세히 보면서 디자인을 판단하기에는 인지가 분산되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 떄 이 태그라인이 많은 도움이 된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보면서 사용자를 되새길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라면 이 디자인에서의 경험을 좋아할까?"


태그라인은 위의 질문을 통해 디자인 과정에서 페르소나를 자세히 살피지 않고도 사용자를 동기화하도록 도와주는 주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이 문장을 신중하게, 페르소나의 여러 면모가 잘 드러날 수 있는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후의 과정에서 일관되면서도 앞서의 사용자 관찰이 충실히 반영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나쁜 페르소나는 프로젝트 전체의 흐름을 끊고 프로젝트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위에서 제시된 템플릿과 구성요소들이 모두 갖춰져야 하는 것으로 여기면서 무책임하게 속성을 정의하여 페르소나를 복잡하게 만드는 행위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 페르소나라는 기법 자체도, 그 구성요소들도 모두 사용자를 잘 그리기위한 수단이지, 필수적인 것들이 아니다. 앞서 관찰한 사용자를 마음 속에서 굳건히 잡고 끝까지 끌고갈 수 있다면 이러한 기법은 불필요하다. 또한, 페르소나의 구성요소들, 이름이나 이미지, 성격, 태그라인, 기호 등 역시 페르소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해되어야지 목적으로 해석되면 안 된다.


이러한 점에서 사용자 집단과 어울리지 않는 특이한 이름을 설정하거나 연예인의 이미지를 프로필로 사용하거나 하는 행위는 지양된다. 사용자 집단을 대표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성격이나 기호 등 속성들을 정의할 때에도 꼭 모든 요소를 넣으려고 하기보다 명확한 요소들을 넣으려고 해야 하며, 불확실하거나 혼란을 줄 수 있는 속성은 차라리 빼고 간결하게 구성하는 게 목표에 더 부합한다.


무엇보다 페르소나는 사용자 관찰 및 정의를 집대성한 결과물로서 제시되어야 한다. 이전의 과정에서 느낀 사용자를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진행해야 하며, 그래야 프로젝트의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페르소나가 제시되거나 이후에 진행할 시나리오에 맞춰 페르소나를 조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부실한 페르소나는 전반부의 과정과 후반부의 과정이 단절되어 이전에 이야기했던 '굳이 UX 디자인 과정을 진행한 의미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블 다이아몬드 프레임워크를 떠올려보면, 페르소나는 딱 두 다이아몬드가 만나는 꼭지점에 위치해 있다. 관찰과 정의를 통해 함축된 정보이자, 앞으로 확장될 사용자 경험 시나리오를 위한 출발점이다. 사용자를 잘 함축하여 사용자 중심적인 상상을 이끌 수 있게 해주는 잣대로서, 페르소나를 면밀히 갈고 닦아 선명하게(Vivid)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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