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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29. 2024

내 안의 우주

< 라라크루 금요문장공부 >

⭕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공부] 2024.11.29.

[오늘의 문장] ☞ 김소연, 『마음사전』, 36쪽 "달다"


혓바닥을 이루는 촘촘한 미뢰들이 맛을 감지해 내듯이 나는 당신을 마음의 융단으로써 맛본다. 혀가 앞부분으로는 짠맛을, 뒷부분으로는 쓴맛을, 옆 부분으로는 신맛을 감지하고 전체로는 단맛을 감지하듯이, 당신은 내 혀 위에서 희로애락의 모든 맛을 낸다. 마음의 정면으로는 당신은 항상 짜지만, 마음의 뒤켠으로는 쓰디쓰지만, 당신 때문에 마음의 옆구리는 한없이 시지만, 전체를 부감할 때 당신은 달다.



[나의 문장]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차를 몰고 있어도 신호등 불빛 색깔에 따라 진행과 정지를 반복해야 하듯이 나는 내 마음의 신호등 불빛을 감지하는 데 예민하다. 신호등 불빛이 빨간색일 때는 정지, 초록색일 때는 진행, 노란색일 때는 주의라고 알려주듯, 우리 인생은 마음의 빛에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과열되고 흥분했을 때는 잠시 멈춤을, 잔잔히 안정되었을 때는 호기롭게 "진행시켜!"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는 이쪽저쪽 두리번거리며 잘 살펴야 한다. 신호등 불빛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면 신호등을 감싸고 있는 하늘이 보이듯, 마음의 빛을 감지하기 위해 눈을 감으면 우주가 보인다.


[나의 이야기]

나사가 풀린 것 같습니다. 조율해서 날짜까지 확정하고 스케줄러에 기록까지 해놓고서는, 처음 듣는 소리라며 학교 선생님을 당황시켰습니다. 당장 사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처럼 사두었던 수납 상자를 일주일째 방치 중입니다.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일인데 실수 연발이라 의욕이 떨어집니다. 분명 분주하게 살고 있는데 마무리된 것은 없어 보이고 늘어놓은 일만 한가득입니다. 휴식이 필요한가 생각해 봤지만 제대로 쉬는 게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눈을 감아봅니다. 흥분상태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잔잔하지도 않습니다. 별빛 가득한 우주 한가운데에 미아처럼 둥둥 떠 있는 제가 보입니다. 잠시 그렇게 있어도 된다고 다독여줍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렇게 잠시 멍하니 있어도 좋다고, 그러다 다시 불이 들어오면 가고 싶은 곳으로 길을 나서라고, 그게 너의 우주라고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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