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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지 Jul 08. 2021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제주 포도뮤지엄

오랜만에 전시회를 다녀왔다. 그동안 일이 너무 바빴기 때문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들었다. 그렇지만, 최근에 다녀온 전시회를 기억하고 싶어서 잊어버리기 전에 쓰는 전시 리뷰


5월 31일까지 무료입장이 가능해서, 전시회를 무료로 보고 왔다. 신상 핫플 답게 사람들도 많았고, 인스타그램을 보니 제주를 찾은 연예인들도 포도뮤지엄에 다녀오는 것 같았다.


나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provocative questions' 이라고 생각했다. 영어에서 'provocative'은 '자극 할만한' 이라는 뜻이 있지만, 대개 '당연한 것들 속에 예상치 못하게 다시 한번 쯤 생각하게 만드는'이라는 뜻이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혐오 hate'였다. 우리 일상 속 당연하게 존재하고, 나도 모르게 혐오를 하고, 또 나도 모르게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시 입구에는 앵무새 작품이 있었다. 전시 레이블을 읽기 전에 거울로 장식되어 수많은 앵무새들이 있는 것 처럼 보였고, 길고 끝없는 통로를 보면서 이 앵무새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시 레이블을 보니 '이 앵무새들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소문과 루머 끊없는 말'들을 설명한다고 적혀있었다. 내가 예상하는 것이 맞아 떨어지다니, 이제서야 전시를 해석하는 능력이 차오르나 싶었다.


어떤 작품이었는 지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연필로 빠르게 그린 듯한 사람들의 표정이 인상 적이었다. 그리고 A4 용지에 그림으로서 규격화되지만 다양한 변주를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다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같아보였다.


반대 방향에도 같은 그림이 있었는데, 전시 벽 중간에 있는 전시 작은 창문을 통해서 공간의 느낌을 잘 살린 것 같았다. 앞에 마음대로 붙인 종이와 다르게 왼쪽 벽면에는 종이 배치를 정형화하면서 어두운 분위기를 가중시키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여러가지 혐오가 담긴 말들을 빔 프로젝터를 통해서 글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신기했던 것은 사람의 동작에 따라 형태가 다르게 보이고 관객들이 직접 교감 (interact)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빛이라는 미디어를 활용한 작품은 미디어 아트(media art)이자, 몰입형 아트(immersive art)라고 한다. 더불어, 사람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을 보아 '참여형 아트 (participatory art)'라고도 한다. 직접 내가 움직이는 대로 무언가 만들 수 있다는 점과 빛을 활용한 점이 트렌디하면서 재미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네온 아트


요즘 유행하는 네온아트(Neon art) 작품도 있었다. '여성'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과 책 표지가 인상깊다. 쿠사마 야요이, 프리다 칼로, 최초의 여성 비행가 권기옥, 유관순 열사 등 다양한 책이 있었다.


윗층에는 케테 콜비츠 : 아가, 봄이 왔다라는 전시를 하고 있었다. 케테 콜비츠는 독일의 여성화가였는데 친숙한 이름은 아니였다. 세계1차전쟁, 세계2차전쟁을 겪으면서 아들을 잃고 절규하는 여성의 모습을 표상하는 작품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고 비극적인 분위기의 작품이 많아서 전시관람이 끝나고 괜히 찝찝했던 마음, 그리고 괜히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서울의 전문적인 뮤지엄 못지 않게 작지만 알차고 탄탄한 퀄리티를 보여줬던 포도뮤지엄의 첫 전시리뷰 끝.


포도뮤지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88 포도뮤지엄

https://www.podo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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