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상상합니다

by 노을여운

어떤 사람들은 엄청난 부를 꿈꿉니다

어떤 사람들은 행복한 가정을 꿈꿉니다

나에게 없는 무엇, 즉 결핍을 충족시킬 만한 대상을 꿈꾸는 것이죠

언젠가는 꼭 갖길, 도달하길 바라며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런데 저는 평범함을 꿈꿉니다.

평범함이란 따뜻한 봄에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막으려 눈 비비며 아침을 맞이하는 것, 무더운 여름엔 수영장 가서 물장난 치며 노는 것, 살랑살랑한 가을바람이 불 땐 야외 테라스에서 와인을 기울이며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 추운 겨울엔 아무 걱정 없이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 푹 자는 것을 말하죠.

저는 이런 평범함을 꿉꿉니다.


아, 물론 제가 이런 평범함을 아예 누릴 수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평범함에 조금 미달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른쪽 눈이 안 감기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눈이 안 감기면 눈을 비빌 수 없습니다. 오히려 눈물이 납니다.

오른쪽 눈이 안 감기면 수영장에 물장난 칠 수 없습니다. 눈에 물이 들어가면 큰일나거든요.

오른쪽 눈이 안 감기면 사람들과 오래 대화하는 게 힘듭니다. 눈이 예민해져서 쉽게 피로해지거든요.

오른쪽 눈이 안 감기면 푹 잠 잘 수 없습니다. 암막커튼 친 방 안에서도 수면안대를 써야 하거든요.


평범한 일상생활을 누리기 조금 힘든 저는, 오늘도 평범함을 꿈꿉니다.

평생 평범해질 수 없기에 슬픕니다만 꿈꾸는 건 자유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