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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Aug 29. 2024

아이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시선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잘못된 문제제기로 인한 결과

 아이들은 관리자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놀 시간과 공간 그리고 같이 놀 아이들이 필요하다. 최근에 나온 <불안 세대>의 내용에도 이미 강조됐던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사라졌다는 내용이 다시 등장한다(책에 관련된 내용은 나중에 더 상세하게 다른 책과 연결 지어 다뤄보고 싶다). 아이들에게 인권이 있으며 그들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있다. 어떤 사회가 살기 좋고 건강한지 확인하려면 가장 힘없는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아니다. 그저 문제에 대한 정의와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보자는 거다. 거기에서부터 제대로 된 개선이나 해결방법이 나온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 내리지 못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면 어떤 대책을 내놔도 필패할 거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우리나라 사회에서 저출생을 문제라고 명명하는 것부터가 잘못됐다(최재천의 아마존 중 에피소드가 있는데 찾질 못함..). 그렇지만 그 이야기까지 다루기는 너무 광범위하니 우선 문제라고 사회적으로 인식이 되었으니 그다음 해결을 위한 원인규명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를 도입하는 건에 관한 이야기다. 쉽게 말해 아이들을 부모가 못 보니까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보게 하고 부모는 노동을 통해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데 기여해 달라는 거다. 이후 아이들이 노동을 해야 사회가 유지된다는 시선이다. 여기에서 빠진 게 무엇일까? 바로 아이와 부모의 마음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필요하니 부모가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은 맞다.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돈을 버는 것만이 역할은 아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유대관계를 쌓고 그 안에서 행복해야만 육아가 현실가능하다. 아이 또한 마찬가지다. 어른의 보호 아래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시기는 짧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교류하고 놀면서 성장할 권리가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부모의 시간확보와 아이들이 놀 시간과 공간,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향한 시선이 잘못됐다는 문제제기를 하려는 것이다. 아이들은 주체적인 한 개인이 맞다. 예전 계몽주의 시대의 잔재를 가져와 아이들을 계몽해야 한다는 둥, 아이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은 잘못됐다(물론 일견 맞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일 뿐이다). 한마디로 아이들은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어른들의 회사생활을 생각해 보자.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입사하게 되면 선배에게 교육을 받고 적응하는 기간이 있다. 이때 신입사원은 아직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가르쳐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가르쳐줄 수 있을까 눈앞이 캄캄하다면 잘못 생각한 거다. 신입사원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다. 하나를 알려주고 반응을 보고 둘을 알려줄지 셋을 알려줄지 판단해야 한다. 이때의 관건은 기다려주는 거다. 신입사원이 실수를 하고 바로잡고 스스로 알아채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인내심을 엄청나게 단련한 느낌이 있다. 이제 무엇이든 기다려줄 수 있을 것 같은 자만심까지 생긴 모양이다. 아! 그리고 믿음이 중요하다. 믿어주는 만큼 성장할 수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끼리 놀면서 어떻게 놀아야 더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그런데 유아 때부터 키우다 보면 아직도 아이들이 너무 어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가 대신해 주거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아까 얘기했던 신입사원을 생각해 보면 비슷할 거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은 크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도 하고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생긴다. 이때 부모나 어른들이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믿어준다면 실수하거나 실패하더라도 다시 해보면서 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 없으니까.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관리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온 정책이다. 정작 아이들은 지금 같이 놀 아이들과 공간이 부족한데 말이다. 부모는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있는 학원에 보낸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어른 시선이 닿는 공간은 학원뿐이니까. 만약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공부 말고 놀고 싶다. 잘 놀아야 잘 클 수 있으니까. 물론 이 이야기는 중학교 가기 전 아이들을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하루 일과는 대충 이렇다. 진짜 간략하게 적어본 거다. 이것 말고도 너무 챙겨야 할게 많은데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렵다. (나중에 한번 기회가 되면 해보겠다)

아침 등원 전 (오전 7~8시 사이) : 아침 챙겨주고 옷 갈아입고 씻고 같이 등원

학교 하원 (대략 오후 2~3시 사이) : 아이를 데리고 학원이나 집으로 같이 하원, 학원 끝나고 집으로 같이, 저녁이나 간식 챙겨주기 등


 아이들 스스로 하원하거나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같이 있을 공간도 없고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모일 동기가 없게 된다. 놀이터에서 모이는 것이 이제 불가능하다면 대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초등학교 돌봄 교실로는 부족하다. 돌봄 교실도 아직 다 들을 수 있지도 않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 제공이라기보다는 교육의 연장선에 있을 뿐이다. 빈 공간이지만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 안에서 스스로 놀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지금 가사관리사 문제 제기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 보자. 돌봄 비용에 대한 문제와 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한다. 가사관리사 한 명이 여러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공간(공간에서 서비스를 하는 사람은 따로 둬야 한다)과 서비스에 투자를 할 기획을 한다면 비용도 절감하면서 서비스 질도 올라갈 수 있다. 전부 다 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해결방법이 나오지 않는 거다. 융복합적인 생각을 어른들이 해야 아이들도 보고 배우는데 당장 어른들부터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못하니 엉뚱한 방향에 돈을 쓰고 효과는 없다고 비난을 받는다.


 다음에는 교육 정책에서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암기식 교육 대신 독서와 토론을 통한 사고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아이들을 키울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정부의 이중 플레이가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최근 <수능 해킹>에서도 실제 수능에서 사고능력 향상을 확인할 수 있는 문제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철저히 암기형 문항으로 산출되는 내신 성적에 갇혀 수능은 따로 사교육을 통해 준비해야 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해 보자.


https://www.mk.co.kr/news/columnists/11081576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801/126269738/2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40829/1267374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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