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재선 May 07. 2020

고독의 의미

이적 - 가사의 틈을 상상한다.


살다 보면,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같지만, 분명 우연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알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2013 겨울, 이적의 5 앨범 <고독의 의미> 내게 노래 이상의 의미였어요. 낯익은 모든 것들과 멀어지고 싶어 가볍게 짐을 꾸려 유럽으로 떠났던 겨울,  생애  가장 화려한 성당 앞에서  생애 가장 우울한 기분이 교차하고 있을 , 무심코 방금 발매된 이적의 5 앨범의 노래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노래들은 마치 허공에 마구 쏟아낸  질문에 대한 

경이로운 대답 같았어요.   

고독은 혼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것.


유럽에서 내내 그의 5집 앨범을 반복해 들으며

어딘가 있을 낭떠러지를 걱정하며 걷던 소심한 발걸음이

조금씩 힘차고 묵직하게 땅을 밀어내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의 노래는 깊은 곳에서  올라와,

깊은 곳을 향해 돌진합니다.

그래서 노래를 듣다 보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노트르담 대성당이 떠오르고

두툼한 갈색 코트도, 신었던 운동화도 생각납니다.

하얀 철제 테이블의 카페테라스와 모자를 날리던 바람

살찐 비둘기 떼도 펼쳐집니다.

 

조심하세요.

여행지에서 선택한 음악은 영혼의 단짝이 되어 평생 함께 할지도 모릅니다. 여행지는 공간이 되고, 음악은 시간이 되어 그 음악을 들을 때면 그곳으로 빨려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나만 알고 있는 시공간. 나만 갈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것. 그것 또한 고독이 주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고독의 의미                                      

                                                                                           이적 작사




아무것도 몰라요  라고 하기엔

난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것 같네요.


허나 아무것도 몰라요 난

그대라는 사람에 관해

어떡해야 그대에 다다를 수 있는지


험한 파도에 휩쓸리는 배처럼

나는 그대와 멀어져만 가네요


그댄 아나요 내 고독의 의미를

그대에게 닿지 못하는 오랜 날들을


아무것도 몰라요

바보 같이 몰라요 난




이적씨 가사를 보고 같은 제목으로 멜로디 없는 가사를 써 봅니다. 참고로 이렇게 가사 쓰면 분명 거절당합니다.



고독의 의미                                          



아무것도 몰라요

세상속에 있어도 세상을 모르겠고

그대만 생각해도 그대를 모르겠어요.


언제쯤 그대를 알 수 있을까요

그대에게 다다를 수 있긴 할까요

 

천국행 비행기를 타고 떠나

지옥행 배를 타고 돌아오는 것이

그대에게 왔다갔다 하는 '나의 일'인지도 모릅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느낍니다.

내가 소화할 수 없는 어떤 꿈을 삼켰는지 생각합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엔 아직도 내가 모르는 내가

물고기 떼처럼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고독에도 잠복기가 있어요   

설렘이 지나가고, 기다림이 지나가고,

미움이 지나가면 그때서야 고독이 내게 질문을 던집니다.


질문은 탐구가 시작되었다는 뜻이겠지요.

탐구를 한다는 건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곧, 조금 똑똑해졌다는 뜻일 겁니다.


망망대해 고독하게 남겨져야

미세한 빛 한 조각, 바뀌는 바람의 방향,

배의 작은 흔들림도 놓치지 않으려

온몸의 촉수를 세우게 됩니다.

온전히 혼자가 되어서야

파도의 리듬을 타는 법을 배웁니다.  


하지만 균형을 잡았다고 해서

고독하지 않은 건 아닌가 봅니다.

그대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난 고독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것이 고독의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나다라마바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