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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리생각 Jan 17. 2020

준법감시위원회 유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적으로 운영되는지 평가하겠다”며 “다음 기일에 3명의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해 실효적 운영을 평가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 9일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이는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그룹 내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얼마 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을 수사 중인 검찰에서 ‘수사를 받는 전·현직 임원들이 회삿돈으로 법률적 조력을 받는 문제’에 대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점검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고 이에 대해 준법감시위원회가 공식 출범되면 검토해보겠다는 답을 했다고도 한다. 살펴보건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는 위원회만 이제 막 구성된 상태이고 그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고 공식적으로 출범되지도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적'으로 운영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일은 실제 위원회가 작동하고 있고 위원회가 그룹 경영에서 준법과 관련된 주요한 이슈들을 적정하게 다루고 있고 그 위원회의 결정사항이나 권고사항들이 관리대상 기업들의 경영현장에서 여하히 반영되고 또 실행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일 것이다.  실제 미국의 연방법원은 양형의 기준으로 이러한 준법감시체계의 실효성을 평가하고 있고 그것이 산업 전반에 걸쳐 준법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기재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 양정기준을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아직 공식적으로 출범도 하지 않고 업무체계도 잡혀있지 않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전문심리위원'까지 선임하여 그 '실효성'을 평가하겠다는 재판부의 이야기는 '뭘 모르고'하는 이야기 이거나 '로드맵을 그려놓고 하는' 이야기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법원에서 오랜 세월 판관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을 재판부가 '뭘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고 그러다 보니 '준법감시위'가 "이재용 면피용"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것이다. '준법감시위' 설치를 권고할 때 재판 결과와는 상관이 없다던 재판부는 말을 바꿔 그 평가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라고도 하니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양수를 통한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면제부를 주었던 사법부가 이번에도 여러모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서 15년 넘게 준법감시인으로 근무했던 필자는 이유야 어떠했든 국내 최대의 재벌그룹에서 그룹차원에서의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해 "성역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이러한 움직임이 총수가 사법적 판단을 코앞에 놓고 법원의 권고에 따라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영향력 있는 기업들에서 자발적으로 도입되길 바란다. 자율규제장치인 준법감시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금융업에 있어 법률적 강제가 되다 보니 법령이 요구하는 최소한으로 갖추고 가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늘 준법감시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선책으로 제시되는 것들도 모두 재탕, 삼탕으로 실효성의 제고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들 뿐인데, 미국의 경우에서 처럼 자율적으로 준법감시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되 그 실효성을 양형의 기준으로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산업 전반에 있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컴플라이언스는 법규 준수를 위한 것이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컴플라이언스는 기업들이 시민사회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구축해나가는 것이고 신뢰를 쌓아가가 위해서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기업의 모든 활동과 시스템이 기업윤리에 터 잡고 직원들로부터 먼저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진정성이 없는 인간관계가 지속될 수 없는 것과 같이 '보여주기' 식의 프로그램들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머지않아 흐지부지 되고 말 것이다. '준법감시위원회'라는 좋은 이름이 '물타기'에 사용되어 '희화화'된다면 우리는 또 어렵게 새로운 이름을 찾아 나서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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