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일기5
말이라는 건 한없이 가볍다가도 무게에 짓눌려 무겁게 뚝 뚝 전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어제저녁의 말처럼.
나와 남편은 방 하나를 렌트해 살고 있다. 4인 가족이 사는 집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방 하나인 것이다.
거기에 강아지까지 데리고 함께 살게 해 주었으니 우리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소형, 대형가전뿐만 아니라 가구가 많이 없는 우리에게 집으로 들어와 살아도 된다는 허락은 그렇게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두 가정이 한 지붕 아래에서 사는 일은 기름과 물의 관계처럼 하나로 합쳐지기 어려운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은 금방이었다. 그쪽에서는 우리 개가 흩뿌리고 다녔던 털들이 그랬을 수 있고 우리로써는 사춘기 아들을 키우면서 듣게 되는 여러 소음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이곳 미국 조지아의 여름은 뜨겁다.
공기 자체가 뜨겁고 햇살은 강렬하고 그 열기가 저녁에도 이어진다. 대부분의 가정들이 에어컨을 24시간 가동하고 산다. 어느 날이었나, 집 안에만 들어오면 한순간에 서늘해지던 공기가 습하고 텁텁했다.
알고 보았더니 에어컨을 가동하는 전기세가 부담스러우셨는지 셔터를 내려놓으신 것이었다. 더운 것을 비교적 잘 참는 나는 침대에서 잠이 들었고, 남편은 밤새 잠에 제대로 들기 어려워했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나는 되도록 못 본 체하려 했고 이런 상황은 잠시뿐인 것이니 견뎌보고자 했다.
그러던 어제저녁,
우리 부부와 집주인 집사님 부부가 모였다.
어제 아침부터 우리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것을 저녁이 되어서야 꺼내놓으신 것이었다.
"집사님이 아프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그만 받아야 해서 이제 집을 알아보고 찾아서 집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상처 받지 말자.
어차피 눈치 보며 살고 싶지 않았으니 그만한 계기가 생긴 것이니 잘 되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그 말이 밖으로 전해지기까지 당사자는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까를 생각해보자.
누군가에게 분명 상처가 될 말을 반드시 전해야만 하는 사람의 마음을.
말이라는 것은 무게가 있다.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서 방금 무슨 말을 했었는지 기억도 못할 정도로 가벼운 말들,
그리고 무거워서 쿵 하고 들어 올려 쩍 하고 내려놓았는데,
그것이 상대방에게도 오래도록 잘 잊히지 않는 그런 말들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말들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다 보면 내 행동과 생각들도 온전하지 못해 지는 것 같다.
꼭 가져갈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 그냥 그 자리에 두고 가자. 그리고 언젠간 자연스레 잊힐 수 있도록 공간을 조금 내어주자. 그냥 그거면 된 것이다. 그렇게 한 발짝 내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