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세무조사 편법증여 현금 차용증 결국은...

by 펀펀택스


사랑이라는 이름의 거래, 그리고 국세청의 시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큼 배부른 게 없다지만, 요즘 부모들의 가장 큰 배부름은 아마 자식 명의의 등기권리증일 것이다.


서울 하늘 아래 내 자녀 몸 뉘일 곳 하나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 그것은 본능에 가깝다.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보며 "지금 아니면 우리 애는 평생 집 못 산다"는 공포가 엄습할 때, 부모는 평생 모은 통장을 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뜨거운 부성애와 모성애가 국세청의 차가운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 **'편법 증여'**라는 건조한 혐의점이 된다.


https://youtu.be/7yTUdM3WuMs?si=vRsCUa7w0Q4UEpDo


얇은 종이 한 장의 위태로움


상담실을 찾는 많은 아버님들이 품 속에서 꼬깃꼬깃해진 종이 한 장을 꺼내신다.


"차용증 썼습니다. 공증도 받았고요. 빌려준 거니 괜찮지 않습니까?"


그 종이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묘한 슬픔을 느낀다. 그 차용증에는 자녀를 세금 폭탄에서 보호하고 싶은 아버지의 절박함이 담겨 있지만, 냉정한 세법의 잣대 앞에서 그 종이는 너무나 얇고 위태롭다.


국세청은 서류를 믿지 않는다. 그들이 믿는 것은 오직 **'돈의 흐름'**뿐이다.


부모 자식 간의 금전 거래는 애초에 '증여'로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깨기 위해서는 납세자가 "이것은 빌려준 돈입니다"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이자는 제때 지급되었는가? 자녀는 원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가? 만약 이 질문들에 통장 내역으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그 차용증은 그저 조세 회피를 위한 휴지 조각으로 전락하고 만다.


'빌려주었다'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냥 준 것'임을, 조사관들도 알고, 나도 알고, 심지어 본인들도 알고 있다. 다만 시스템이 모를 거라 믿고 싶을 뿐이다.


15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우리는 흔히 과거는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세청의 시계는 다르게 흐른다. 많은 분이 증여세 조사가 기껏해야 10년 치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등골 서늘한 함정이 있다.


만약 신고를 아예 하지 않았거나(무신고),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하려 했다는 혐의가 씌워지면, 국세청이 과거를 들춰볼 수 있는 시간, 즉 부과제척기간은 15년으로 늘어난다.


https://youtube.com/shorts/O5DG8RRMYrQ?si=mrBByAHpB-JNOsK3



15년.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갓 대학에 들어간 자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만큼 긴 세월이다.


부동산 취득 자금 출처 조사가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대 자녀가 15억짜리 아파트를 샀다. 소득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조사관은 자금의 원천을 찾기 위해 시간을 거스르기 시작한다.


5년 전 결혼할 때 보태준 전세금, 8년 전 유학 시절 보내준 생활비, 10년 전 손주 태어났다고 쥐여준 축하금까지.


부모의 기억 속에서는 이미 '사랑'으로 미화되어 사라진 그 돈들이, 국세청의 전산망 속에서는 또렷한 '증여 혐의'로 되살아난다. 15년 전의 계좌 이체 내역 하나하나를 해명해야 하는 상황. 그것은 단순한 세무 조사가 아니라, 한 가족의 지난 삶을 송두리째 검증받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된다.


투명함이 가장 안전한 방패다


시대가 변했다. 예전처럼 '현금으로 주면 모르겠지', '다들 그렇게 하는데 뭐'라는 안일함이 통하던 시절은 지났다. 국세청의 PCI(소득-지출 분석) 시스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우리의 부(富)를 스캔하고 있다.


자녀를 돕고 싶은 마음, 그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방법이 '운'에 기댄 것이라면 위험하다.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다면, 몰래 건네는 현금 뭉치가 아니라 정당한 세금 신고서를 선물해야 한다. 당장은 세금이 아깝게 느껴질지 몰라도, 그것이 먼 훗날 자녀가 겪을지도 모를 가산세의 공포와 세무 조사의 모멸감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주는 가장 안전한 방패가 될 것이다.


사랑에도 비용이 든다. 그리고 그 비용을 정직하게 치를 때, 비로소 그 사랑은 온전히 자녀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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