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이제 납세자가 시기를 고른다
— 60년 만의 대전환, 그 이면을 읽다
세무조사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있다.
https://youtu.be/SQblvAGGh3k?si=4I-7t2mNTz433nNY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단어 앞에서 심장이 빨라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오는 사전통지서. 정해진 날짜, 정해진 기간, 정해진 방식. 거기에 납세자의 선택권이란 없었다. 국세청이 정한 시기에, 국세청이 정한 방식으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 관행이 60년 만에 바뀌었다.
2026년 4월 2일, 임광현 국세청장은 한국경제인협회 간담회에서 올해를 '세무조사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정기 세무조사 대상자가 조사 착수 시기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시기선택제'의 전면 시행, 그리고 세무조사에서 반복적으로 과세되는 10개 유형을 '중점검증항목'으로 사전 공개한 것이다.
나는 국세청에서 조사팀장과 정보팀장을 지낸 사람이다.
수백 건의 세무조사를 직접 지휘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업자들의 표정을 봐왔다. 공포, 억울함, 분노, 체념. 세무조사 통지서를 받은 순간 모든 사업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무력감'이었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조사 시기와 방식은 내가 정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래서 시기선택제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납세자와 국세청 간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 조사를 '준비하는' 입장으로. 수동에서 능동으로. 이 전환의 의미는 크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반만 읽은 것이다.
중점검증항목을 공개했다는 것은, 반대로 해석하면 "이제 이 항목들은 확실히 봅니다"라는 공식 선언이기도 하다. 법인카드 사적 사용, 대표자 차명계좌 매출누락, 가공인건비, 연구개발비 부당공제. 이 항목들은 세무조사 현장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적발되어 온 것들이다. 새로울 것은 없다.
달라진 것은, 국세청이 이것을 공식적으로 공표했다는 사실이다. 공표한 이상, "몰랐다"는 더 이상 변명이 되지 않는다. 사전에 알려줬으니, 사전에 정비하라. 정비하지 않고 걸리면, 그건 온전히 납세자의 책임이다. 국세청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https://youtu.be/hnGYIf-3cKE?si=ul6QfhsxILlM0NSm
세무사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세무 리스크가 의도적 탈세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인카드를 한두 번 사적으로 쓴 것이 습관이 되고, 대표이사 개인 계좌로 결제를 몇 번 받은 것이 패턴이 되고, 연구개발비 공제 요건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신청한 것이 누적된다. 작은 실수들이 쌓여 큰 추징이 되는 구조. 그것이 세무조사의 현실이다.
시기선택제와 중점검증항목 공개는 이런 현실에 대한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미리 알고, 미리 준비하고, 미리 고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니까. 다만 그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납세자의 몫이다.
나는 지금 세무사 사무실에서 사업자들의 불안을 매일 마주한다.
"세무조사 나오면 어떡하죠?" 이 질문에 내가 항상 드리는 답은 같다. "나오기 전에 준비하세요."
2026년, 국세청은 납세자에게 준비할 시간과 준비할 방향을 동시에 알려줬다. 이 기회를 잡느냐 놓치느냐는, 결국 당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