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6학년 생활에 익숙해져 갑니다. 익숙해진 만큼 거리감이 줄고 상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이 정도면 이해해 주겠지'라고 믿으며 더 가까워집니다. 한결 친해진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교실 여기저기 모여 웃음꽃을 피웁니다. 때론 1학기엔 하지 않던 짓궂은 장난도 치기 시작합니다.
대체적으로, 2학기는 친해진 만큼 아이들 사이에 다툼도 더 자주 일어납니다. 서로를 더 잘 알기에 상대방이 내 마음을 분명 이해할 거라는 기대감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아서 일까요?
가족 간에 일어나는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믿어 주고, 부부가 서로를 믿는다 확신하기에 생긴 기대감은 가끔 '왜 이런 것도 이해를 못 해주지?'라는 서운함과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교실이라는 공간도 동일합니다. 가까워진 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커지고, 커진 믿음만큼 서운함도 함께 따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친해질수록 더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저희 반 아이 하나와 다른 반 아이가 급식실에서 다투었습니다. 서로 툭툭치고 상스러운 욕이 난무합니다. 다툼이 정리된 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아이들은 별 일이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합니다. 서로를 향해 욕을 하고 툭툭 건드리는 건 5학년 때 매일 하던 평범한 장난이었다고. 오늘도 그냥 오래간만에 만나 반가워서 한 장난이었다고.
누군가를 향한 욕과 폭력이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둔갑될 수 있을까요? 1학기부터 계속 이야기해 이제는 저희 반 아이들이 줄줄 읊어대는 장난과 폭력의 차이를 다시 한번 알림장 한 꼭지에 적어봅니다.
2025년 9월 18일 알림장
열. 장난과 폭력 구분하기
1. 해당되는 사람 모두 기분이 상하지 않는 경우
2. 제삼자가 봤을 때 오해하지 않는 경우
3. 선생님께도 할 수 있는 경우
**그 외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주는 행위는 모두 폭력에 해당
지난 학교에서 있었던 좀 더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줍니다. 몇 해 전, 복도 한편에서 서로 가위, 바위, 보를 해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뺨을 때리는 놀이를 한 5학년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제지하는 순간 아이들은 습관적으로 말합니다. "저희 그냥 노는 건데요? 이거 장난이에요." 첫 번째 원칙은 통과했지만, 두 번째 원칙은 불가합니다. 서로의 신체를 때리는 행위는 1학년 동생들이나 선생님, 그 누가 봐도 장난으로 보이지 않으니까요.
아이들에게 더 단순하게 이야기해 줍니다. 위 사항들을 외우기 힘들면 단 한 가지만 기억하라고. 너희들이 하고 싶은 장난을 과연 선생님에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가위, 바위, 보로 선생님 뺨을 때릴 수 있을까? 선생님에게 할 수 있는 예의 있는 장난이라면 장난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지요.
항상 들려줬던 이야기이기에 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친근함이 장난으로 둔갑하지 않으려면 서로에게 먼저 예의를 지켜야겠지요. 습관적으로 하는 말 '장난이었어요'라는 말은 어떤 변명도 되지 않는 것을 정확히 기억했으면 합니다. 누군가에게 던진 친근한 폭력이 '장난'이라는 말로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