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확행, 쌍쌍바가 전하는 메시지
언행불일치. 액상과당은 싫지만 400원 아이스크림은 좋아한다. 11개에 4천 원 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게로 간다. 11개 사봤자 네 아이들이 이틀이면 다 먹기 때문에 22개 정도를 산다. 중간에 나도 먹고 남편도 먹는다. 여하튼 8천 원으로 온 식구가 달콤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소확행이다. 아이들의 체중 관리를 위해 월, 수, 금만 허락했지만, 사춘기가 온 아들들은 일주일에 한 번만 먹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다. 제대로 지킨 적은 없지만.
그날도 운동하고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렸다. 8천 원으로 검은 봉지를 가득 채웠다. 쌍쌍바, 돼지바, 폴라포, 바밤바, 메로나, 수박바, 보석바를 고루 담았다. 월드콘, 브라보콘, 구구콘이 있는 콘 종류 칸은 열지도 않는다. 아이가 넷이니 콘 종류만 고르면 싼 맛에 먹는 소확행의 즐거움이 없다. 밤 10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가로등 불빛도 풀벌레 소리도 희미해지는 시간.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1톤 트럭 비상등이 번쩍번쩍한다. 쿠팡이다. 아저씨가 트럭에 매달려 짐을 꺼내고 있었다. 로켓 같은 배달을 위해 그는 바지런한 몸을 놀렸다. 나는 공동현관으로 향하다 다시 뒤돌아섰다.
“기사님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9월이었고 밤공기는 서늘했다. 거절하실 거라 생각했다.
“정말요? 그럼 저 하나만.”
“쌍쌍바 좋아하세요? 이걸로 드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공동현관에서 뒤돌아서 아저씨에게 걸어간 그 5초의 찰나 동안 나는 엄청난 고민을 했다.
‘나이가 있으시니 얼음이 있는 폴라포는 패스. 아이들 취향 보석바도 패스. 땀을 많이 흘리시니까 당 충전을 위해 초콜릿 맛이 있는 쌍쌍바가 좋지 않을까?’
고민한 보람이 있었다. 아저씨는 쌍쌍바를 즐겁게 받아 드셨다. 나는 쿨하게 돌아섰다. 어설픈 동정이나 위로가 아닌 이웃끼리 나눠먹는 자연스러운 일상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 작은 나눔에도 고민하는 것부터가 벌써 자연스럽지 않다.
“와 아이스크림이다!”
하이에나처럼 아이들이 달려온다. 검정 비닐봉지가 처참하게 뜯겨 나간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사냥당한 ‘톰슨가젤’ 같다. 아이들은 빠르게 ‘쌍쌍바’를 선점한다. 그것을 고르지 못한 아이는 울상을 짓다가 메로나를 선택한다. 분명 다른 아이스크림과 중량과 칼로리는 비슷할 텐데, 왜 아이들은 쌍쌍바를 제일 먼저 선택할까. 말해 뭐해. 두 개 먹는 그 기분. 쌍쌍바의 전략이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으니 딸이 다가온다. 평소에도 엄마의 기분과 안녕을 살피는 사려 깊은 막내딸이다.
“엄마 이거 줄까요?”
딸은 쌍쌍바를 홍해처럼 갈라 나에게 준다. 쭈쭈바의 머리를 떼어주는 것보다 큰 사랑의 징표! 감동이다. 게다가 ‘기역자’로 잘리지도 않았다. 쌍쌍바는 다수의 선택을 받을 전략적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또 ‘네 것을 나눌 수 있느냐’의 바이블급 시험을 던져주기도 한다. 그 테스트에 통과한 딸은 해맑게 웃는다. 사실 쌍쌍바 하나 주는 것보다 붙어 있는 막대를 둘로 쪼개 나누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 말인 즉, 쌍쌍바 하나를 택배 기사님께 드리는 어른보다 하나를 둘로 나누는 아이가 낫다는 말이다. 아이를 보고 배우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옳다는 말이다.
얼마 전에는 전학 가서 친구 관계로 힘들어했던 딸이 적응을 했는지 연설을 시작했다. 본인의 경험과 고민, 연구를 바탕으로 친구를 사귀는 법에 대해서 말이다.
“엄마, 친구를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두 가지가 필요해. 바로 헤아림과 공감이야.”
나의 쌍쌍바 나눔은 무색해진다. 헤아림과 공감이 작은 몸짓에 스며있는 아이들을 보면 염세적이고 무심한 나의 시선이 바뀐다. 어수선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따뜻해진다.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_마태복음 18:3
수고로움 레시피
대충 막 하지만 이상하게 맛있는 이주부 밥상
(※참고: 기본 베이스 양념이 다 맛있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맛이 납니다. 집된장과 국간장은 한살림 선생님들 따라가서 일손 거둔 거밖에 없지만 직접 만든 것들이라 훌륭합니다. 대부분 유기농 재료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빠의 건강 때문에 현미밥이 대부분입니다. 정확한 계량은 하지 않는 편이어서 맛이 뒤죽박죽입니다. 빠른 시간에 후다닥 차리는 게 특징입니다. 따라 하지 마세요. ><)
<메밀국수 바지락 파스타>
1. 한살림 메밀국수면을 삶아요. (너무 오래 삶는 것보다 약간 꾸덕하게 짧고 빠르게-)
2. 얼음물이나 찬물에 헹궈줍니다.
3. 올리브오일에 마늘 한 스푼과 페페로치노 2개를 넣어 향을 내줍니다.
4. 해동한 바지락을 넣어 익혀줍니다.
5. 삶은 국수를 넣어 버무리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줍니다. 접시에 담고 치즈를 강판에 뿌려줍니다. (깻잎 토핑도 추천)
6 . 치즈는 파르마지오, 바지락과 국수는 한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