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꽃과 나-8

애기범부채

by 박용기
114_5563-66-st-s-AF-Rain and flowers and me-8.jpg 비와 꽃과 나-8, 애기범부채



소나기 한 차례가 지나간 오후
수목원에 피어난 애기범부채에
고운 빗방울이 달렸습니다.

녹색 풀밭을 배경으로 피어난

주황색 작은 꽃들이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모습은

마스크 없이도 다가갈 수 있었던

지난해 이맘때의 사진입니다.


일 년 사이에 참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답답하고 우울하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오늘 아침 읽은 묵상글 속의 기도문이 떠오릅니다.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라는 분의 기도문입니다.

“하나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옵소서.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소나기/ 곽재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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