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풍등 열매-1
가을이 붉게 익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붉게 익은 열매들이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햇빛을 머금은 배풍등 열매가
마치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한
붉은 전구처럼 아름답습니다.
사진의 정석은
순광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빛을 등지고 피사체를 바라보면서
피사체로부터 반사된 빛을
카메라에 담는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정반대로 사진을 찍을 때가 있습니다.
즉 역광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사진도 그렇게 찍었습니다.
열매를 통해 스며든 햇빛이
열매를 반투명하게 만들고
열매 안에 들어있는 씨앗들의
실루엣이 드러납니다.
때로는 역광이 이렇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투명하고 정직한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게 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원래 풍등 열매가 그렇게
꾸밈없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가을
이 투명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익어가는
열매를 닮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