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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12. 2021

우리 동네의 가을-2

우리 동네의 가을-2, 해국


수영장에서 외손녀를 기다리는 사이

근처 신축 아파트 정원에 잠입했습니다. 

단풍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오솔길이 참 좋습니다. 


조금 걷다 보니 

꽃밭에 해국이 가득 피어있습니다. 


바닷가 벼랑이 아니어도

너무나 아름답게 모여 핀 해국에

정신을 잃고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름에서부터 

바다 냄새가 날 것 같은 꽃이어서

뒷 배경에 피어있는 꽃들은

햇빛이 반짝이는 바다가 되었습니다. 




아파트에서 나와

수영장으로 가는 길가

어느 카페 옆 작은 화단에 

붉게 익은 구기자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죠.


외손녀가 나올 시간에 맞추기 위해

시계를 보면서 또 몇 장을 찍었습니다. 

얼마 전 구기자 꽃 시기를 놓쳐

끝물 사진만 찍었는데

열매는 제 때를 만나 다행입니다. 


우리 동네 구석구석에는

별개 별개 다 있답니다. 







가을의 소원/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가을 #우리_동네 #동네_한_바퀴 #해국 #구기자 #2021년_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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