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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등대 Aug 15. 2024

1장 물에 잠긴 정산 4

“엄마!”


뒷산에서 흙과 함께 미끄러지듯 내려온 미은은 집으로 가는 길에 울부짖는 비명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여자의 목소리였지만, 성인이라기엔 사춘기 소녀처럼 엣되었고, 절망에 가득 차 있었다. 다시 한 번, 마치 누군가의 도움을 필사적으로 요청하는 듯 한 비명이 들렸다.


“엄마!!”


설마 미나일까? 미은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재빨리 비명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빗물에 잠긴 길을 따라 물살이 거세게 몰아쳤고, 샤프심처럼 굵은 빗방울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미은은 실눈을 뜬 채, 소녀의 목소리를 향해 달려갔다. 심장에서 피가 아닌 묵직한 쇳물이 소용돌이 치는 듯 했다.


찰팍찰팍 야속한 물을 짓밟으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자, 붉은 벽돌 빌라의 반지하로 내려가는 문 앞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 긴머리는 물에 젖은 미역처럼 어깨에 착  달라 붙어 있었다. 머리칼 사이로 빨간 줄무늬가 독특한 교복 카라가 익숙했다. 미은은 그녀가 입고 있는 교복이 미나와 같은 중학교의 것이라고 깨달았다.


미은은 알수 없는 안도와 함께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그럼 미나는 어디있는 걸까? 미나도 학교에 갔을까? 혹시 이 아이가 미나를 알까?


그 아이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미은을 보고는 울음을 터뜨리며 한 걸음에 달려들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엄마가, 끄윽, 동생을 구하러, 흑,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나와요. 어떡해,  엄마…”


소녀는 양 손목으로 눈을 벌게질 때까지 문지르며 히끅대는 목소리로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다정이었다. 미은은 잠시 멈칫했지만, 그 절박한 얼굴에서 미나를 보고는 결심을 굳혔다. 미은은 송골송골 맺힌 이마의 땀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숨을 크게 들이 마쉰 뒤, 다정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빌라 특유의 꿉꿉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현관 센서는 고장나 있었고같았고, 반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까만 밤처럼 어두웠다. 미은은 어린 시절 담력을 시험하자고 몰래 친구들과 다녔던 폐건물을 떠올렸다. 계단은 반쯤 물에 잠겨 있었고, 발을 아래로 디딜 때마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물이 차가웠다. 어두운 물 밑으로 다리가 들어갈 수록,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다정은 미은의 팔을 붙잡은 채,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엄마! 엄마!”


엄마와 동생이 갇힌 집 문 앞에서 다정은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정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자, 삐릭- 소리와 함께 잠금 장치가 열렸다. 다정이 손잡이를 잡고 뒤로 당겼지만, 문은 한치도 열리지 않았다. 미은 또한 미끌미끌한 손잡이에 온 힘을 쏟고 함께 문을 열려고 애썼지만, 물의 압력이 너무 강해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거인의 발을 옮기는 짓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안 열려...”


미은은 숨을 헐떡였다. 안에 계세요? 라고 소리를 쳐도, 구조 신호를 차단하려는 악당처럼 빗소리가 모든 소리를 먹어치웠다. 그녀는 할 수 없이 다정을 이끌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창문으로 가자!”


그들은 물에 젖은 발을 질질 끌며 건물을 돌아, 반지하와 연결된 창문 쪽으로 달려갔다. 창문은 빌라와 마찬가지로 낡고 더러워져 있었고, 물에 젖은 벽돌 틈 사이에 불법체류자처럼 끼어 있었다. 다정과 미은은 온 힘을 다해 창문을 열었다. 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열리면서 어둠밖에 없던 지하방에 거무칙칙한 빛이 들었고, 그 안쪽으로 보이는 장면은 그녀들의 숨을 막히게 했다.


거실이라 부르기도 어색한, 오히려 고시원과 같은 방에 무릎까지 물이 차 있었다. 물 위로는 알파벳, 구구단 따위의 포스터와 냄비, 라면 봉지등이 이리저리 떠다녔고, 그 사이로 중년 여성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는 방 안에서 우왕좌왕하며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 여기야!“


다정이 소리치자, 중년여성 유정숙은 거무칙칙한 빛과 함께 나타난 딸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문이 안 열려! 119 아저씨들은 아직 안왔어?”


유정숙은 방범창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다정은 손을 벌벌 떨면서 소리쳤다.


”안왔어, 다시 걸어봤는데 이젠 전화도 안돼! 미안해.“


미은은 방범창을 뜯어내려고 시도했지만, 너무 단단했다. 평소에는 범죄로부터 가족을 지켜줬을 든든한 울타리가, 이제는 죄인을 처넣는 굳건한 감옥이 되어버렸다.


“손으로는 안 돼요! 뭔가 도구가 필요해!”


미은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녀는 절단기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유정숙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없어요... 여기... 여기 이것 밖에...”


유정숙은 목소리를 덜덜 떨며 말했다. 그녀는 미은에게 식칼을 내밀었지만, 미은은 그걸 보며 마음속에서 절망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걸로 방범창을 어떻게 열어...”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점점 물은 더 불어나서, 자칫 늦으면 창문을 통해 반지하로 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되면 이 모자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물로 가득찬 반지하에 이들이 컴컴한 어둠과 함께 가라앉을 것을 상상하니, 미은은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이건 영화가 아니다. 현실이고, 이 사람들은 생사의 기로에 있다. 미은은 식칼을 제대로 잡고 칼을 가는 사람처럼 방범창을 마구 쓸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몇번이나 식칼을 움직여도, 고작 칠이나 벗겨질 뿐이었다.


안 돼, 제발.


다정은 목놓아 울기 시작했고, 미은의 눈가에 무력한 눈물이 맺혔다.


그때, 유정숙의 품에 안겨 있던 아들, 다범이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엄마, 쇠니까 불로 흐물흐물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아요? 부엌 서랍 위에 그거 있잖아요...”


그의 말에 세 사람이 모두 조용해졌다. 유정숙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다범을 내려놓고, 허겁지겁 부엌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유정숙은 손에 토치를 들고 돌아왔다. 그것은 그녀가 식당에서 일하면서 매일 만지던 도구였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거꾸로 부는 비바람에 불을 붙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빗물이 슬금슬금 창문을 넘어 지하방 아래로 작은 폭포를 만들고 있었다. 이미 방에 찬 물 위로 폭포가 떨어지며 차가운 이슬방울을 튀겨냈다.


“이리 주세요!”


미은이 급하게 손을 내밀었고, 유정숙은 떨리는 손으로 토치를 건넸다. 미은은 재빨리 토치를 작동시켜 방범창의 창살에 불을 대기 시작했다. 다정이 황급히 가방을 벗어 토치 위로 쏟아지는 비를 막았다.


매쾌한 철 비린내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났고, 손이 뜨거웠다. 이게 맞는걸까?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처음에는 쇠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철이 조금씩 물렁해지는 듯했다. 보통 크기의 창살보다 얇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됐어!”


미은은 토치를 내려놓고, 잠시 망설였다가, 물에 젖은 자신의 양말과 가방 속 가디건을 꺼내서 손에 돌돌 말았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조금씩 방범창을 구부리기 시작했다. 다정도 미은을 보고는 똑같이 옷을 벗어 창살을 잡아 재꼈다. 제발, 제발! 시간이 없어!


창살이 조금씩 구부러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작은 틈이 생겨났다.


“됐어요! 빨리!!”


벌어진 틈 사이로 다범이가 먼저 빠져나왔고, 이어서 유정숙이 간신히 몸을 구겨 빠져나왔다. 유정숙은 다범과 다정을 꼭 껴안고, 눈물을 쏟았다.


###


“이제, 어떻게 하지?”


끔찍한 상황을 벗어난 정숙은 다범을 꼭 안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정숙의 입꼬리는 마리오네트 주름과 함께 축 쳐져 있었다. 그녀는 자식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피하고 싶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집도 물에 잠겼고, 비는 그칠 생각을 안하고…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이제 어디로 가야해…”


정숙의 말을 듣던 미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곧 뒷산에서 승우와 민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호봉산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했었다. 미은은 자신도 모르게, 역시 그곳이 가장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봉산으로 가세요.” 미은이 배에 힘을 주고 말했다.


“거기가 정산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이고, 거기까지 물이 차오르지는 않을 거예요.”


옆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서 있던 다정은 미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언니도 호봉산으로 갈거면 우리랑 같이 가요.”


다정이 미은의 팔을 잡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미 잃은 고양이 같은 표정에 미은은 하마터면 그러자, 할 뻔했다. 미은은 고개를 작게 흔들면서 말했다.


“고마워, 하지만 난 동생을 먼저 찾아야해. …혹시, 정미나라고 아니? 고광 중학교 2학년 3반, 머리는 길고 체격은 작은 애야.”


다정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스쳐갔다. 그러나 곧 다정은 미나에 대해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2학년 3반 미나라면… 알아요, 같은 반이에요! 오늘 아침에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보였어요. 가서 왜 그런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근데, 선생님이 갑자기 집에 가라고 하셔서…”


다정의 말에 미은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미나도 역시 기분이 좋았을리 없었다. 이렇게 미나를 애타게 찾을 줄 알았다면 내가 더 참았어야 했는데… 미은은 고개를 숙이고 발끝을 바라보았다. 그런 미은을 바라보던 다정이 불쑥 미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언니, 미나를 함께 찾아줄게요.“


”뭐? 괜찮아.“


당황한 미은이 애써 고개를 돌리면서 손에 힘을 줬지만, 다정은 잡은 아귀에 더 힘을 주며 말했다.


“아까 우리를 도와줬잖아요. 이번에는 우리가 언니를 도울게요. 절대 짐이 되지 않을게."


미은은 잠시 망설였다. 미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신경 쓰기에는 너무나도 긴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정의 진지한 표정과 결의에 찬 목소리가 미은의 마음을 흔들었다. 다정이 정말 진심으로 자신을 돕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정숙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과 피로가 가득했다.


"다정아, 우리는 다범이랑 같이 바로 호봉산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녀는 미은의 눈치를 보며 딸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미은에게도 다정에게도 알 수 없는 미묘한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다범을 꼭 끌어안고, 가능한 빨리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보였다.


하지만 다정은 단호했다.


"엄마, 이 언니가 우리를 도와줬잖아요. 언니도 가족이 있다구요. 생각해보세요, 언니가 없었으면 엄마도 다범이도 그 집에서…”


다정은 말을 잇지 못하고 또 다시 팔로 눈을 슥 비볐다. 다정의 말에 정숙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듯, 주춤하였다. 미은은 난처했다. 이렇게 옥신각신할 시간 따위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미나를 찾으러 떠나야한다. 미은은 다정을 똑바로 바라본채 말했다.


“괜찮아, 언니는 혼자 가도 돼. 엄마랑 동생을 데리고 호봉산으로 가.”


다정이 아무 말도 못하자, 미은은 다정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고 등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한 세 걸음 쯤 갔을까, 정숙의 다급한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울렸다.


”그냥 같이가요! 아, 어쩌면…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민폐가 된다면 그때 알아서 빠질게요.”


다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정숙은 아주 잠깐 그런 다정을 흘겨보았지만, 다범을 품에 더 꼭 끌어안고 미은에게로 다가섰다. 다범은 그런 엄마를 밀어내며 연신 혼자 걸을 수 있다고 옹알거렸다.


미은은 고민에 빠졌다. 이 가족을 데리고 가는게 맞는걸까, 오히려 미나를 찾는데 짐이 되면 어쩌지? 하지만, 곧 마음을 굳혔다. 미나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승우와 민혁처럼, 혼자보다 함께가 더 살아남는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 미은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고마워요.”


###


미은과 유정숙, 그리고 두 남매는 물에 잠긴 길을 따라 미나를 찾기 위해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있었다. 빗물은 여전히 그들의 발목을 넘어 차올랐고, 땅은 질척거렸다. 모두가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긴장된 침묵이 그들 사이에 감돌았다. 미은의 마음은 온통 미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한시라도 빨리 미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 손을 잡고 걷던 다범이가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 귀여운 뚜루루 뚜루~"


그는 빗소리와 경쟁을 하듯 더 힘차게 부르기 시작했다. 다범이의 목소리는 명랑하고 생동감 있었으며, 그 소리에 모두가 걸음을 멈췄다. 미은은 멍한 표정으로 해맑게 웃는 다범이를 쳐다보았다.


“이 상황에... 노래를?"


너무 어려서 지금 이 긴박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마치 키즈카페에 가는 아이 같잖아. 그녀의 마음속에는 불편함이 피어올랐다. 온갖 걱정과 불안으로 머릿속이 가득한데, 다범이의 밝은 노래가 그 순간 얼마나 부적절하게 느껴지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미은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애써 숨기려 했다. 지금은 그저 미나를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하지만 다범이가 산만하고 시끄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은은 아이를 향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표정을 관리했다.


”푸하핫!“


한편, 정숙과 다정은 오히려 다범이의 노래를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정숙의 피곤한 얼굴에 잠시 미소가 번졌고, 다정은 다범이의 행동이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반응은 미은에게 더욱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그녀는 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떻게 웃음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범이는 자신이 이끌어낸 반응에 더욱 신이 난 듯, 한층 더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할머니 상어 뚜루루 뚜루~ 자상한 뚜루루 뚜루~" 작은 몸이 빗물에 젖은 채로 춤을 추는 모습은 마치 비를 처음 보고 신나하는 작은 강아지 같았다.


미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리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같이 가겠다고 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을까? 그녀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찌됐든 그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든 말든, 미나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미은은 표정을 고쳐 잡고, 다시 주변을 살펴보며 미나를 찾으려 애썼다. 미은은 속으로 다범이가 조용해지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다범이는 여전히 해맑은 얼굴로 왕방울만한 눈망울을 이리 저리 굴리며 흥얼거렸다. 밝은 목소리가 이 험난한 상황 속에서 유독 귀에 들렸지만, 미은은 그것이 도무지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불편함을 삼키며, 미나를 찾기 위한 길을 계속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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